국힘 향해 최후통첩 날린 홍익표 “수정안 제시 또는 획정위 안, 둘 중 하나”
국민의힘, 민주당 향해 비례대표 1석 줄여 전북 1석 보존 유지 협상안 제시
뿔난 민주당 전남·전북 의원들, 전북 의석수 유지 촉구하며 항의농성 돌입
여야 ‘선거구 획정안 협상’ 첩첩산중, 내일 정개특위 전 합의 이뤄낼 수 있을까?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우). 시사포커스DB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좌)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오는 4·10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우 40여 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 협상 문제를 두고 서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오늘(27일)도 이어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지난해 12월 전국 253개 선거구 중 6개는 통합하고 6개는 분구하는 내용을 담은 획정안을 제시했는데, 원안을 살펴보면 서울 노원과 부산 남구, 경기 부천·안산, 전북, 전남 등 6곳에서 선거구가 1곳씩 줄어들고 부산 북구, 인천 서구, 경기 평택·하남·화성, 전남 등 6곳에서는 1곳씩 늘어난다.

그러나 여야는 서울 종로와 강원 춘천 등 8개 선거구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4개 특례구역’ 협상 문제는 잠정 합의했지만, 여야는 각자 진영의 유리한 구도에 있는 전북과 부산의 의석수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갈등을 벌여왔다.

특히 여야의 선거구 획정 갈등과 관련해 민주당은 전북 1석이 줄어들자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부산도 1석을 줄이자고 요구했으나, 국민의힘은 부산 의석 감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며 서로 대립했다. 다만 여야는 오는 29일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획정안 문제를 매듭짓자는 데에는 동의한 상황이기에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최후통첩 날린 홍익표 “국힘, 수정안 제시하던가 획정위 안 받던가 둘 중 하나”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과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과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일단 국회 과반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인 민주당은 공회전만 하고 있는 선거구 협상 난항을 타개하기 위해 국민의힘을 향해 수정안 제시 또는 획정위 원안 수용을 촉구하고 나섰는데, 실제로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힘은 불공정한 획정위 안에 대한 수정안을 과감히 제시하던가 획정위 안을 받던가 두 가지 중 하나로 빨리 입장을 정리하라”고 통첩했다.

홍 원내대표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선거구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국민께 큰 혼란을 드리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칫 이대로 선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에 민주당은 선거구 획정위 원안을 그대로 처리하자고 여당 측에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눈앞에 닥친 총선을 무산시킬 수 없다는 의미에서 불리함을 감수하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무책임하게 선거구를 위헌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여당과 달리 정말 솔로몬 재판의 어머니와 같은 입장으로 정한 것”이라고 부연하면서 “29일 본회의에서 획정위안이 통과하지 못해 4월 총선거가 정상적으로 실시되지 못하면 전적으로 정부·여당의 책임인 것”이라고 경고했다.

◆ 역제안 나선 국민의힘, 비례대표 1석 줄여 전북 1석 보존 협상안 제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릴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릴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반면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전략적 판단에 의해 획정안을 그대로 하자는 것은 기본적인 국회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하면서 “비례대표 의석 1석까지 민주당에게 양보할 뜻이 있다는 것을 통보했고, 그 정도면 충분히 민주당의 입장을 감안해 제안했다고 생각한다”고 역제안했다. 즉, 줄어든 전북 1석을 비레대표 의석을 1석 줄여 보존시켜주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아울러 여야 원내대표는 선거구 획정안 협상과 관련해 이날 오후에도 김진표 국회의장의 주재로 회동을 가졌지만 마찬가지로 합의에 이르지는 못한 분위기였는데, 오후 회동 직후 홍 민주당 원내대표는 협상 결과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원안대로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으며, 윤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합의가 안됐다”고 말했다.

즉, 민주당 측은 국민의힘을 향해 불공정성을 없앤 과감한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은 이상 획정위의 안을 그대로 받겠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었으며, 국민의힘은 잠정 합의했던 서울 종로, 중구성동갑·을 유지 등 4개의 특례 지역만이라도 최소한 인정해 달라는 입장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4개 특례지역은 ▲서울 종로구, 중구성동갑·을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을, 속초인제고성양양 ▲양주동두천연천갑·을, 포천가평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을 등이 포함된다.

무엇보다도 앞서 전날에는 여야가 평행선 갈등을 이어가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의원 총 의석수를 1석 늘려 전북 1석 복원시키자는 중재안까지 내놨었지만,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겠다고 국민께 약속해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라고 거부했다.

또한 윤 원내대표는 “국회의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최소한 합의된 4개 특례지역만이라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함께 했다”고 피력했는데, 이는 원안대로 진행된다면 강원도의 경우는 ‘서울 8배’ 크기의 지역구를 국회의원 1명이 활동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는 점을 피력하고 나선 것이다.

◆ 항의 농성 돌입한 민주당 전남·전북 국회의원 13인, 전북 의석수 10석 유지 촉구

 

더불어민주당 전남·전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편파적 선거구획정안 철회, 전북 의석 10석 사수와 전남 선거구 조정 촉구를 위한 전남, 전북 국회의원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전남·전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편파적 선거구획정안 철회, 전북 의석 10석 사수와 전남 선거구 조정 촉구를 위한 전남, 전북 국회의원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한편 그간 전북 의석수 10석 유지와 전남 도시·농촌 간 인구 편차 역진 현상 재조정을 촉구해 왔던 전북·전남 국회의원들은 전날에 이어 오늘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 농성까지 들어가며 여야의 지도부를 압박했다.

민주당 전남·전북 국회의원 13명(김승남·김원이·서삼석·신정훈·윤재갑·이개호·김성주·김윤덕·신영대·안호영·윤준병·이원택·한병도)은 “어제 선거구 ‘대개악’을 중단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했으나 선거구 재조정 협상은 진척이 없다”며 “이에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선거구획정안 철회와 합리적인 선거구 재획정을 요구하며 항의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방소멸을 방지하기 위해선 농산어촌 선거구를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면서 “지난 12월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선거구획정위(안)은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을 가속화 하는 ‘지방 죽이기, 호남 죽이기’ 조정안”이라고 맹비난했다.

더욱이 그들은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설정된 기형적인 안이다. 서울 강남은 3석을 유지했고 부산은 18석을 유지시켰다. 지금이라도 국민의힘 텃밭 사수를 위한 ‘지방 죽이기’는 즉각 수정되어야 한다”며 “농산어촌의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한 전북 의석수 10석 유지 전남지역 내의 도시농촌 간의 인구편차 역진현상 재검토를 위한 여아 지도부의 신속한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농성을 벌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한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도 이날 ‘전북지역 국회의원 최소 10석 유지 촉구’를 당부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내며 “불공정하고, 차별적인 전북특별자치도 의석수 축소 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김 지사는 “비수도권 지역에서 유일하게 전북특별자치도만 의석수를 줄이겠다는 것에 대해 우리 도민들은 분노하고 있다”며 “국회의원 의석수가 축소되는 것은 특별자치도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것이 될 것이며, 도민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상처가 될 것”이라고 반발하면서 의석수 10석 유지를 호소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야의 획정안 협상이 불발될 경우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획정안 원안대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분위기였는데, 실제로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에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획정위 원안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협의를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원안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선거구 획정을 29일에는 반드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 갈등의 골 깊어진 여야 ‘선거구 획정안 협상’ 첩첩산중, 어쩌나?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시사포커스DB

이렇듯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이날 선거구 획정안 처리 문제로 각각 바쁜 시간을 보내며 물밑 접촉을 하면서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는데, 여야는 일단 내일(28일) 국회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선거구 획정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갈 것을 예고한 상황이기에 정개특위 전까지 여야 간 획정안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여야의 유불리 셈법이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데다가 갈등과 불신의 골도 깊어진 상황이라 여야의 원활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특히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평소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나 박주민 원내수석, 김영배 선관위 정개특위 간사는 이런 식의 비이성적인 이야기를 하실 분들이 아니다. 민주당이 선거구 협상과 다른 무언가 전략이 있지 않고서는 합리적인 얘기를 하다가 이렇게 비합리적인 방향으로 돌아설 수 없다”고 의아해하면서 “민주당 내에 이재명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떤 꿍꿍이속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더욱이 이 부대표는 “새로 생겨나는 수도권 지역구도 대부분 민주당에 유리한 지역구인데 그것을 부산하고 전북과 연결 짓는 게 말이 안 된다”며 “또한 속초·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6개 지역이 묶이면 서울 면적의 8배인데, 이건 지방을 죽이는 안이기에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우리 당 의원들도, 민주당 의원들도 발표를 했는데 민주당 지도부에서 이 말에 귀를 닫는 것은 비민주적 행위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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