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이재명 ‘사심 공천’과 달라”…與 현역의원들, 잇따라 ‘불출마’ 선언도

23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우). 사진 / 이훈 기자
23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좌)과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우).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공천 파동에 준하는 반발이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반면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에선 공천 막바지까지 눈에 띄는 내홍은 없이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여론 주목 끌지 말라? 與 공천, ‘잡음 최소화’ 집중한 모양새

민주당에선 비명계 현역 의원들이 대거 불리한 형국에 처하거나 밀려나면서 공천이 계파 갈등 국면으로 치달은 반면 국민의힘에선 당초 검사 출신이나 대통령실 인사들의 총선 도전으로 현역 물갈이가 일어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깨고 공천 초반에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로 알려진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물론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을 단수추천에서 탈락시키면서 상당수 현역의원들의 불안감을 잦아들게 해 민주당처럼 특정 계파끼리 충돌하는 집단 반발 형태는 나타나지 않았다.

비록 전희경 전 대통령실 정무1비서관,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장성민 전 미래전략기획관, 이승환 전 행정관 등 대통령실 출신 후보들도 이후 공천 과정에서 단수추천을 받기는 했으나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이나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의원을 비롯해 김기현 전 대표 등 몇몇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인물들에 대해선 경선대상으로 분류함으로써 우선추천이나 단수추천을 했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당내 반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최소화했다.

더구나 앞서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후배이자 연수원 동기인 고석 변호사가 경기 용인병에 단수공천 받으면서 지난 19일 이 지역에 출사표를 던졌던 비례대표 의원인 서정숙 의원이 “시스템 공천이 맞나. 공천 특권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며 반발한 바 있으나 개별적인 반발에 그친 채 민주당처럼 공천 결과에 대한 현역의원들의 집단 반발로 확대되지는 못했다.

또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의 신임을 받은 측근으로 알려졌지만 ‘양지’인 서울 강남을에 공천 신청했다가 당내에서 비판 받자 당 공관위에 출마지역을 일임했던 이원모 전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에 대해선 경기 용인갑 전략공천설이 제기되자마자 이 지역에 출마한 또 다른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김희철 예비후보 등 다수의 경쟁주자들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으나 이들이 여론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현역의원이 아닌데다 이 전 비서관 스스로도 앞서 지난 21일 “현재까지 공식 요청 받은 바 없다”고 밝혀 찻잔 속 태풍 정도에 그치고 있다.

다만 ‘친윤 핵심’으로 꼽혔던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그의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구에 장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김대식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단수공천을 받게 되자 이에 반발한 송숙희 예비후보가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를 직접 찾아와 “특혜 단수공천 철회”를 촉구하면서 당사 진입을 시도하는 등 원외 후보들의 반발로 인한 파열음이 없지는 않은데, 부산 사상구 뿐 아니라 앞서 부산 부산진갑에서도 총선 영입인재 1호인 정성국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이 단수추천 받은 데 대해 반발해 예비후보인 이수원 전 당협위원장이 중앙당사 앞에서 1인시위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밖에 경남 진주을에는 지역구 현역인 강민국 의원이 단수공천 받은 데 반발해 김병규·김재경 예비후보가 지난 21일 중앙당사 앞에서 시위에 나섰을 뿐 아니라 무소속연대 등 가능성까지 거론했었는데, 그래선지 장동혁 사무총장은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나도 경쟁력 있는데 왜 경선 포함하지 않고 (강 의원을) 단수추천 했느냐’는 것보다 여러 사정을 들어 이의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안다. 의혹 제기가 있다고 해서 객관적 자료나 근거가 없는데 무작정 받아들일 수 없기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원외 출신 후보들의 반발이 많아 현역의원들이 집단 반발하는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지다 보니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공천 파동이 거의 없는 듯 비쳐지고 있는데, 민주당에선 전날(22일)만 해도 5명의 현역의원을 컷오프한 반면 국민의힘에선 컷오프된 지역구 현역 의원이 여전히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전국 유권자 1003명에게 현 시점에 각 정당의 이미지를 파악하고자 실시해 23일 공개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변화와 쇄신을 위해 가장 노력하는 정당이 어딘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0%가 국민의힘이라 답변했으며 민주당은 22%로 집계됐고 보수층에선 과반인 55%가 국민의힘을 꼽은 데 반해 진보층에선 39%만 민주당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사실상 민주당의 경우 ‘현역 물갈이’가 이뤄졌을지언정 계파 대결 측면으로 비쳐지면서 효과가 반감된 반면 도리어 현역 의원 컷오프가 거의 없음에도 국민의힘은 내부 잡음이 덜한 덕분에 반사효과를 입는 모양새인데, 그래선지 여론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운 국민의힘 비대위에선 공관위가 경기 고양정에 단수추천한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해서도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비대위와 공관위 간 ‘힘겨루기’가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했으나 자칫 공천 파동으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는지 정영환 공관위원장은 23일 당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파워게임이 아니고 비대위는 전체적인 시각을 중시한다. 공관위가 지역구 쪽에 집중하다 보면 잘못 볼 수도 있다”며 스스로 자세를 낮췄고, 이날 회의 뒤 브리핑에서도 비대위의 요구대로 “후보 지정을 의결했는데 취소한 뒤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 후보 신청한 분들 모두 놓고 검토해서 의결할 것”이라고 발표해 내부 갈등 가능성을 일축했다.

심지어 당사자인 김 전 의원도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 결정에 정면으로 반발하기보다 “(저의 단수공천에 재논의를 결정한) 공관위 결정에 동의하지 않지만 받아들이고 해명 기회를 기다리겠다. 저에게 시간을 주면 어떤 질문에도 상세하게 대답드릴 준비가 돼 있다”며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우리 당에 제 문제로 누를 끼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당과 공관위가 부르면 언제라도 가서 입장을 말하겠다”고 밝혔다.

◆ 현역 컷오프 발표는 없지만 현역 스스로 불출마 선언 이어져

(좌측부터) 국민의힘 윤두현, 최춘식 의원. 사진 / 오훈 기자
(좌측부터) 국민의힘 윤두현, 최춘식 의원. 사진 / 오훈 기자

비단 김 전 의원 외에도 앞서 ‘대통령실 시계 제공’ 의혹을 제기하면서 충남 홍성·예산 지역구에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에 맹공을 퍼부었던 이 지역 4선 중진인 홍문표 의원조차 전날(22일) “어제 경선설명회 자리에서 ‘동일지역구 3회 이상 낙선자 감점 관련 적용’으로 –30% 감점 대상자임을 알게 됐다. 예상하지도, 납득 가지도 않은 감점 적용”이라면서도 “경선을 포기하기로 용단 내렸다. 지금은 오로지 총선 압승이란 절체절명의 시대적 책무를 위해 총선 승리 밀알이 되고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고자 한다”고 입장문을 내놨다.

당이 내린 결정에 불만은 있지만 격하게 반발하면서 정면충돌하기보다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는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홍 의원의 경선 포기 선언에 대해 “용기와 헌신의 길을 가는 것에 깊이 존경한다. 어떤 게 당을 위해,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인지 충분히 판단하고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는 분”이란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3일에는 국민의힘의 텃밭인 TK지역의 현역의원 중 윤두현 의원이 처음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는데,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무소속 출마한 점을 의식한 듯 “우리 당에서 오래 한 분이 무소속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당내 경선을 한다고 하면 내부세력 간 갈등으로 전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무소속 후보에게 헌납하는 결과가 생길 수 있어 그걸 막아야 한다”며 “저는 출마하지 않지만 총선에서 국민의힘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급기야 같은 날 오후엔 경기 포천·가평이 지역구인 최춘식 의원도 국회에서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와 공천 혁신, 윤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저부터 제 자신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대의를 위해 개인적인 욕심은 과감히 버리고 저 자신부터 혁신대상으로 삼겠다. 윤 정부 성공을 위해 부디 국민의힘을 선택해 달라”고 역설했다.

이밖에도 서울 강서을에 공천 신청했던 박대수 의원(비례대표)까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과 당원 동지들께 부담 주지 않기 위해 강서을 예비후보에서 사퇴한다. 의도치 않았지만 공천 심사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고 그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저로 인해 상처 받은 분들께는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은 총선 승리란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생각은 내려놓고 희생과 헌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당을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원팀이 되어야 하고 윤 정부 성공과 한 위원장이 꿈꾸는 정치쇄신의 길에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처럼 공관위에 의해 분명하게 현역 컷오프 된 지역구 의원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으나 지역구 현역의원 스스로 잇따라 불출마나 후보 사퇴 등을 선언하는 형태로 현역 교체가 이뤄지는 모양새인데, ‘선당후사’를 내세워 자진해 물러서는 만큼 불협화음이 거의 없어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현역의원들이 당 대표와 충돌 중인 민주당 모습과 한층 뚜렷하게 대비되고 있다.

이에 힘입어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인천 계양구 박촌역에서 윤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들어 “절실하게 이기고 싶다는 제 마음과 같다. 그걸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한 거고, 윤 의원은 굉장히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극찬했으며 한편으로 경기 고양정 단수추천이 보류된 김 전 의원에 대해선 “제 공천이 사심 있어 보이는 부분이나 의심할 만한 부분이 있나. 저는 그분을 포함해 국민의힘 모든 분들이 한길로 가서 승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입장을 내놨다.

◆ 위성정당도 ‘무음공천’ 무게 뒀나…국민의힘 당직자가 대표로

23일 개최된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 모습. 사진 / 이훈 기자
23일 개최된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 모습. 사진 / 이훈 기자

한편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 대해서도 당초 당 대표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나 김예지 의원 등이 세워질 것이란 예상을 완전히 깨고 지난 21일 언론 공지를 통해 “지난 총선에서와 같은 혼선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의 경험 많은 최선임급 당직자가 비례정당 대표를 맡아 비례정당 출범 작업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며 당직자에 위성정당 대표를 맡기겠다는 입장을 내놔 이 역시 내부 잡음이 없게 하는 데에 방점을 둔 조치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이 공지에서 “국민의힘 이름으로 비례후보를 제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결과를 낼 수 있게 운영될 것”이라고 방침을 밝혔던 한 위원장은 23일 당사 출근길에 국민의힘 공관위와의 파워게임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은 제가 이끄는 정당”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같은 날 조혜정 국민의힘 정책국장을 당 대표로 내세운 국민의미래 중앙당 창당대회에선 축사를 통해 “저는 불출마했다. 불출마 이유 중 제가 앞장서서 국민의미래 선거운동과 승리의 길에 함께 하겠다는 이유도 있었다”며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바고 사실상 다른 말이 아니다”라고 역설해 이 같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날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 위원장을 겨냥 “당선 유력한 김성태는 찍어내고 그와 경쟁하던 한국노총 출신 후보는 사퇴하고 (서울) 강서을 지역구는 포기하나. 애초에 경선 붙였으면 아무 말썽 없었을 터인데 대안도 없이 특정인 배제에만 열중하다가 한 석이 아쉬운 판에 안타깝다”며 “선거 모르는 사람들이 공천 좌우하면서 용산 출신 배제만 하면 선거 이기는 듯 착각하고 컷오프 돼야 할 사람도 무조건 경선만 붙이니 무감흥 공천이고 무쇄신 공천이다. 나아가 위성정당 대표도 이름 모를 당료를 임명해 한 사람이 두 당 대표를 겸직하려 하니 그렇게 해서 민심을 얻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한 위원장도 이 같은 지적이 나올 것을 예상했는지 이날 국민의미래 창당식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전혀 부끄럽지 않을 사람을 정말 사심 없이 엄선해 국민의미래 후보로 국민들께 제시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어떤 외부적 영향도 없을 것이고, 저도 단 한명도 누구든 밀어 넣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사심 있는 생각으로 밀어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사천’ 가능성을 일축했는데, 이처럼 ‘당 안정’과 ‘무음공천’을 기반으로 한 당 운영을 통해 총선 승리라는 목표를 이뤄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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