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위기 상황의 민주당, 더 커진 공천 파열음은 점입가경
‘컷오프’ 노웅래·이수진, 단식·탈당에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리기도
비명계 ‘하위평가 20%’ 배경?, 김성환 “李 체포동의안 찬성한 탓”
무소불위 이재명, 공천 결과 수용 촉구 “모두가 갈 수는 없는 길”
민주당 탈당파는 불난 집에 부채질 중?, 김종민 “불의에 맞서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좌)와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우).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좌)와 임혁백 공천관리위원장(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연일 이어지면서 ‘시스템 공천’이 불공정과 사천 논란으로 뒤범벅되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어 가는 양상으로 흘러가는 상황에 더해 그간 이재명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비친명계 인사들도 공천 탈락에 거세게 반발하며 돌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까지 지적하고 나선 모습도 보여 민주당의 위기감이 더욱 커진 분위기가 역력해 보였다.

◆ 더 커진 공천 잡음에 위태로운 민주당, 일촉즉발 위기 상황

공천 작업 속도전에 나선 민주당은 전날 현역 의원의 지역구를 전략 공천 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내 분란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었는데, 이는 당내 친명계(친이재명) 후보들은 대체적으로 양지로 평가되는 지역에 단수 공천을 받거나 감점 페널티가 적용된 의원과 맞붙는 유리한 조건으로 경선을 치루는 반면에 친문(친문재인)을 포함한 비명계(비이재명)는 컷오프되거나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 통보되는 양상이 두드러진 탓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금까지 발표된 단수 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 대다수는 전·현직 지도부로 친명계가 확실한 상황 속에서 민주당은 지금까지 공천과 관련해 이 대표의 최측근과 ‘밀실 사천’ 논란과 정체가 불분명한 여론조사 등장 및 하위 의원 평가 20% 명단 통보에 따른 ‘비명계 공천 학살’ 논란 등에 휘말리면서 ‘이재명 사당화’ 지적은 걷잡을 수 없을 지경에 도달한 듯한 모습이다.

더욱이 민주당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론조사는 현재 ‘비명계 솎아내기’ 작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불신이 팽배해진 상황이었는데, 특히 홍영표·송갑석·설훈 등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지역에서 진행된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현역 의원의 이름을 빼고 돌렸다는 파문까지 나오고, 심지어는 해당 조사를 수행한 업체가 이 대표의 비선조직인 ‘경기도팀’과 연루되어 있다는 말까지 나돌아 사실상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은 불투명과 불공정의 인식은 더 커져 버렸다.

또한 단수 공천받기를 기대했던 의원들은 돌연 전략공천 지역구로 지정 발표되어 사실상 졸지에 컷오프를 당할 위기에 처해지면서 강한 반발과 함께 당과 이 대표를 향해 공격을 하기 시작했는데, 일단 노웅래 의원은 전날 오후부터 국회 본청에 있는 민주당 지도부 회의실을 점거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간 모습을 보여줬다.

◆ ‘컷오프’ 노웅래·이수진, 단식·탈당 좌충우돌···‘李 사법리스크’ 공격까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좌)과 서울동작을 지역의 현역인 이수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좌)과 서울동작을 지역의 현역인 이수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노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며 “공관위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며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은 저 혼자만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이것은 시스템 공천이라고 할 수 없다. 이것은 공천 전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당의 횡포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 의원은 “당대표가 공관위를 허수아비로 내세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서울 마포갑 전략지역 지정은 인위적인 배제이자, 불공정 공천, 밀실 결정, 불투명 공천의 최종판이다.이재명 대표를 지키려는 이 대표 측근 꽂기를 하는 공천 중”이라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아울러 서울 동작을의 이수진 의원도 같은날 컷오프 방침에 반발하며 돌연 탈당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당과 국민과 공익, 승리가 아닌 사욕과 비리, 모함으로 얼룩진 현재의 당 지도부의 결정에 분노한다”며 “돌이켜보면 저는 위기 때마다 이재명 대표를 앞장서서 지지하고 도왔고, 오늘의 당대표를 만드는데 그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그런데 지금 후회한다. 그리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심지어 그는 “(이재명 대표 지지했던) 제가 왜 후회하는지, 그 이유는 머지않아 곧 밝혀질 것이고, 또한 이미 적지않은 부분들이 밝혀져 있고, 그로 인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고 희망을 잃어버렸다”며 “저는 지난주 백현동 판결을 보면서 이재명 대표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해 사실상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비판했다.

이에 더해 이 의원은 “2년 전 수해 때에도 지역에 와달라는 저의 요청에 이재명 대표는 욕을 먹는다는 이유로 오지 않았다”고 폭로하면서 “험지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동지를 도와주기는커녕 흔들어대고, 억지스런 말로 모함하며 밀어냈다”며 “리더십의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 비명계 ‘하위 평가 20%’ 배경?, 김성환 “이재명 체포동의안 찬성표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인재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이 과거 국회에서 열린 당 지도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인재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이 과거 국회에서 열린 당 지도부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반면 민주당 인재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의원 평가 하위 20%에 비명계가 대거 포함된 배경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는데, 즉 지난해 9월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 30여 명의 민주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던 사건의 여파로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라는 얘기다.

김 의원은 “의원 평가는 의정 활동, 당 기여도, 지역 활동 등 크게 세 덩어리가 있는데, 일종의 상대평가가 들어가 있다”면서 작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사태를 언급하며 “누가 가결표를 던졌냐는 논쟁이 한참 있던 시기인 지난해 11월에 의원과 당직자들이 다면평가를 하고 해당 지역의 권리당원들도 여론조사에 응했는데, 이 요소들이 당시 공직자 평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설명해 사실상 체포동의안 가결표에 대한 보복성 평가였음을 에둘러 시사했다.

이에 더해 김 의원은 “다면 평가는 작년 말까지 거의 다 이뤄지고, 그 결과지는 밀봉됐는데, 당시 밀봉된 것은 공천관리위원장과 당대표에게만 전달된다”며 “그렇기에 이재명 당대표가 그것을 봤을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무소불위 이재명, 공천 결과 수용 촉구 “모두가 갈 수는 없는 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 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오 훈 기자

하지만 공천에 대한 불만이 커지며 불투명·불공정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는 공천 탈락 위기에 놓인 의원들을 향해 수용을 요구하며 밀어붙이고 나섰는데, 실제로 이재명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가 갈 수는 없는 길”이라며 “과정을 거쳐서 결국 선수는 1명으로 선발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판단의 기준은 국민 눈높이이고 판단의 절차와 주체가 있다.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노 의원을 향해서도 “이런다고 해서 상황 바뀌진 않는다. 바뀌어서도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한 이날 오후에도 이 대표는 당대표회의실에서 노 의원과 만나 “많이 억울하실 수 있으나 당이 엄중하게 다룰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며 농성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노 의원은 이 대표에게 “내가 불출마 선언도 안 했고 탈당을 한 지역도 아닌데 공관위원장이 서울 마포갑을 전략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요건이 맞지 않다”며 “나는 나의 입장이 있다. 나와 선대의 명예를 위해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대표의 제안을 즉각 거부했다.

◆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野 탈당파, 김종민 “갑진사화, 불의에 맞서 싸워야”

김종민,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지난 20일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개혁신당과의 통합을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김종민,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지난 20일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개혁신당과의 통합을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편 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날이 흐를수록 계속 악화일로 하는 상황인 가운데 민주당 탈당파인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책임위원회의에서 이수진 의원 등 ‘비친명 그룹 공천 배제’ 갈등 상황에 대해 “민주당 공천 학살이 점입가경”이라면서 “이러한 막장 공천·사천은 민주당과 한국 정당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나선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 특권 폐지 약속을 지키자고 했던 김영주 부의장, 자신과 당대표 경선했던 박용진 의원, 사석에서 쓴소리했던 박영순 의원, 의총장에서 바른 소리 했던 양기대 의원 등에 대해 꼼꼼하게 ‘데스노트’를 작성해서 어김없이 집행하고 있다. 이상헌 의원과 박영순 의원 지역구처럼 이들을 잘라내면 승리가 어려운 지역, 국민의힘에 헌납할 수밖에 없는 지역도 예외가 없다”고 꼬집으면서 “역사가 이를 ‘갑진사화’로 기억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욱이 그는 “(민주당이) 총선 승리나 윤석열 정권 심판은 안중에 없고, 이재명 개인의 사감을 풀기 위한 보복 공천, 일사불란한 이재명 지키기를 위한 방탄 공천의 길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껍데기만 민주당이지 실상은 이재명 사당화다. 잘 기획되고 짜여진 경선판에 처절한 패배가 예정돼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민주당에 잔류하고 있는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이대로는 안 된다.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개인적 대응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정말 민주주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민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민주당의 역사 가치,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라면서 결단을 촉구했다.

또한 같은당 이낙연 공동대표도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공천 파동 상황에 대해 “역사상 초유의 치욕기간”이라고 평가하면서 민주당 내 공천 불이익을 받은 의원들을 향해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정신과 가치, 품격과 당내 민주주의가 더 이상 말살되지 않기 위한 고민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연장선에서 지금의 문제 해결하는 대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해 사실상 민주당의 반란을 꾀하며 분열을 유도하는 듯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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