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 거절”…野 “대통령이 당무 개입”
장동혁 “여론 호도는 바람직하지 못해,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 당 결정”
태영호 “한 위원장을 우리 손으로 쳐낸다면 가장 기쁜 것은 민주당”
이철규, 김 여사 리스크 사과에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는 것에 생각 달라”
홍준표, 韓 임기발언에 “당원의 신뢰를 상실하면 선출직 대표 퇴출당해”
이준석 “약속대련” 韓 유리하게 끝나…박지원 “실전이다”韓 물러날 것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통령실이 여당 사령탑에 오른지 한 달도 안 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으나 한 위원장이 이를 일축하면서 당정이 정면충돌함에 따라 이번 사안이 총선까지 이제 80일도 채 안 남은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한동훈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지도부도 韓에 손 들어줘

한 위원장은 22일 자신에 대한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와 관련해 “저는 4월10일 총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 붓겠다는 각오로 이 자리를 받아들였고 최선을 다해왔다. 선민후사하겠다”며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 당은 당의 일을 하고, 정은 정의 일을 하는 게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정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번도 변한 적 없다”고 기존 입장을 견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다만 ‘당정 갈등 봉합을 위해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그런 평가는 제가 하는 게 아니다”라고 더 이상의 확전은 자제했다.

또 앞서 김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줄곧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해오다 사실상 당정 충돌 국면에 이르자 김경율 비상대책위원 역시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 여사의 명품가방 논란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한 의원들을 겨냥 ‘TK의 시각’이라고 자신이 발언했던 데 대해 “얼마 전 우리 당 대구·경북 의원들께 분별없는 발언을 했는데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좀 더 정제된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고 지금까지처럼 오직 민심을 받는 것, 총선 승리에만 매진하도록 하겠다. 민심에 따라 총선 승리해야 한다는 우리 당 지지자들과 의원들의 충심을 배우고 따르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도 김 비대위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한 위원장 사퇴 요구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한 위원장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한 위원장 쪽에 힘을 실어줬으며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입장이 변화했다고 봐도 되느냐’는 질문엔 “저도 짧지 않은 시민사회 활동을 해왔으니까 그것에 기초해서 판단해 달라”고 답하고 “조금 문제를 거칠게 나눈다면 저는 변한 게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장동혁 사무총장도 같은 날 KBS1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단체 대화방에 윤석열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한 친윤계 의원들의 행보를 꼬집어 “단톡방에 올려 그게 당 전체의 의사인 것으로 여론을 형성해가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당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날것으로 나가거나 날것에 뭐가 덧붙여져서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는 것은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 당이 정말 위기에 있고 큰 문제에 부딪혔을 때 당의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 자체가 공개적이고 건강한 방식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돼서 그게 집약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장 사무총장은 김 여사 관련 대응에 대한 불만이 갈등의 핵심이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엔 “한 위원장이 당 입장을 얘기하는 것과 대통령실이 받아들이는 것은 좀 다를 수 있다”고 답하면서 한 위원장의 김 비대위원 밀어주기 논란과 관련해서도 “험지 출마하겠다고 하는 분의 의사를 존중해 그 행사 장소에서 편한 곳을 두고 험지 출마하겠다고 소개한 정도”라고 한 위원장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지도부 구성원들이 한 위원장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회의 뒤 회의에서 한 위원장 거취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논의한 게 없다”고 밝혔으며 이번 사퇴 요구와 관련해 당내에서 회의를 준비하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에서 알려졌던 TK 의원 모임도 취소됐다”고 답했고, 윤희석 대변인은 비대위원장 임기가 6개월을 기본으로 1번 연장할 수 있어 최대 1년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한동훈 쳐내면 기쁜 건 민주당” vs “韓, 개인 이탈 책임져야”

(좌측부터) 국민의힘 태영호, 김영선, 이철규, 안철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태영호, 김영선, 이철규, 안철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가운데 여당 소속 의원들 의견도 제각기 갈렸는데, 태영호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민후서를 앞세운 한동훈 비대위가 들어서면서 국민의힘은 다양한 정치개혁 메시지를 내세웠고 국민들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당정 갈등론이 부각되며 한 위원장 사퇴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한 위원장을 우리 손으로 쳐낸다면 가장 기쁜 것은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태 의원은 “총선 79일 앞둔 지금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로 끝까지 가야 한다. 자멸, 공멸의 길로 가선 안 된다”고 역설했으며 급기야 같은 날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과의 인터뷰에선 당정갈등의 원인 중 하나인 김 여사 명품가방 논란을 꼬집어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고 총선을 떠나서 국민들이 이 문제를 감정적으로 대하고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손잡고 국민 앞에 나가서 이번에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실수를 했는데 여기에 대한 큰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국민께 용서를 빌면 어떨까”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같은 날 인재영입위원회 환영식 뒤 김 여사 리스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과는 불법이나 과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다.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 발생했는데 피해자에게 사과하라는 것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며 “이 사건의 실체는 몰카 갖고 들어가 불순한 목적으로 공작하려다 실패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국민들께서 우려하는 것은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시기 때문”이라고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비록 이 의원은 한 위원장 사퇴론이 나오는 데 대해선 이와 별개로 “의원들 개개인 입장이 있을 건데 그것대로 존중해주면 되고 제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다하면 된다”고만 답했으나 같은 당 5선 중진인 김영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거절했다는 언론보도 링크를 공유해놓고 “윤 대통령이 어떻게 해서 찾아온 정권인가. 이번 총선은 윤 대통령의 중간평가이며 윤 정부 국정기조에 맞춰 시스템 공천으로 치러지는 총선”이라며 “한 위원장은 개인 이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한 위원장을 압박했다.

심지어 홍준표 대구시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한 위원장의 발언을 꼬집어 “임명직만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국민과 당원의 신뢰를 상실하면 선출직 당 대표도 퇴출당한다”고 지적했는데, 그러면서도 홍 시장은 “표면상 갈등이지만 빨리 수습하라. 총선이 80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조기 수습을 촉구했으며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정 갈등에 대해 “한 위원장은 국민 뜻에 따라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윤 대통령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끌어갈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는 얘기고 그 취지가 일치하기 때문에 빨리 조율되는 게 좋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 앞둔 충돌은 백해무익하다. 이래선 안 되고 당정 간 충돌을 당장 멈춰야 한다. 대통령실은 민생을 최우선으로 보듬고 비대위와 당은 민심을 최우선 가치로 두며 함께 손잡고 가야 한다”고 조속한 갈등 수습을 주문했는데, 일단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사퇴 거부 표명에도 이날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반응은 보이지 않았고 윤 대통령도 이날 감기를 이유로 민생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일각에선 확전을 택하기보다 선거를 의식해 무대응으로 수습 국면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 野 “약속대련”·“실전” 해석 분분하면서도 ‘당무개입’ 법적 검토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이번 당정 갈등을 총선에 호기로 본 야권에선 여러 해석을 쏟아내면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2일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잘 아는 모 인사가 얘기하길 ‘이관섭 실장을 보낸 것은 약속 대련’이라고 얘기하더라.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혼낼 일 있으면 전화하거나 텔레그램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이 실장을 보낼 이유가 없다”며 “한 위원장 쪽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로 끝을 내려고 할 것이다.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당시 박근혜 비대위 연구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 박근혜와 한동훈은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효과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2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약속대련이 아닌 실전이라고 본다. (한 위원장이) ‘내가 할 일 하겠다’고 저항하지만 종국적으로 견딜 수 없을 것이고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상반된 해석을 내놨으며 윤 대통령을 겨냥 “직속 부하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해놓고 한 달 만에 권력투쟁 하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규탄 받아 마땅하다. 당무와 공천 개입하지 않는다고 해놓고 지금 벌써 나나타고 있지 않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심, 한심 나눠 싸울 게 아니라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고 당정을 싸잡아 비판한 데 이어 같은 날 오후에도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점을 들어 “대통령이 특정정당의 선거, 총선 관련해 이렇게 노골적이고 깊숙이 개입한 사례가 있었나. 정당활동과 당무, 선거 부분과 공직자의 공무는 구분돼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지금 공직자의 선거 관여 또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이런 것들이 상당히 문제되는 것 같다”고 공세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윤석열 대 한동훈을 지켜보는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진짜 한동훈 자르기든 가짜 약속대련이든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정치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윤 대통령을 압박했으며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이날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한 위원장이 스스로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확인해준 것 아니냐. 대통령실의 명백한 당무개입이고 법적 검토를 거쳐 조치할 게 있으면 반드시 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이번 이슈가 장차 유권자 여론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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