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화재현장에서 만난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갈등 수습 돌입
전용 열차 타고 함께 상경한 한동훈 “尹에 대한 신뢰, 전혀 변함없어”
한동훈 사퇴론 띄우며 공격했던 친윤, 하루 새 태도 전향 “오해일 뿐”
윤-한 갈등에 공멸 위기론 확산되자 여당 내 총선 우려 목소리도 커져
尹·韓 갈등 봉합 움직임 혹평하는 야권, 진정성 의심하며 공세 시도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제공·ⓒ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충남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 제공·ⓒ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과론’에 대한 이견을 보이며 정면으로 충돌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형 화재가 발생한 충남 서천특화시장 현장에서 공식 일정에 없던 만남을 갖게 되면서 양측의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간 분위기를 자아내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 충돌했던 윤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서천 화재현장에서 극적 만남 ‘화해 모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3일 오후 1시경 전체 점포 292개 중 227곳이 전소되는 대형 화재 피해가 발생한 충남 서천군 서천특화시장에 피해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사고 현장을 찾았는데, 때마침 이날 외부 공식 일정이 없었던 윤 대통령도 해당 사고에 대한 피해 상황을 보고 받으면서 직접 현장에 가보겠다고 하여 서천 화재현장에서 두 사람의 극적 만남이 이뤄졌다.

앞서 먼저 현장에 도착해 있던 한 비대위원장은 서천특화시장의 화재를 진압한 소방 대원들을 찾아 격려하던 중 윤 대통령이 화재 현장에 오고 계시다는 소식을 받고 이후 소방 지휘차에서 잠시 대기하다가 윤 대통령이 도착한 후 현장 방문 일정을 이어 나갔다.

한 위원장은 현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 90도 인사를 했고,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하고 한 위원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싸 안아주는 모습을 보여주어 그간의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가는 분위기가 엿보인다고 일각은 관측했다.

특히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날 함께 현장을 돌고 시장 한 쪽에 위치한 고객센터 1층에서 상인대표단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했고, 현장 일정을 마친 후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게 대통령 전용열차를 타고 함께 상경할 것을 제안하자 한 위원장도 거절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드려 열차에 함께 올랐다.

서울역에 도착한 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깊은 존중과 신뢰의 마음은 전혀 변함이 없다”며 “대통령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오직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이 나라를 잘 되게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거 하나로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화해에 돌입한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그간에 쌓였던 갈등이 수습 국면에 들어선 것이라는 분석도 잇따랐다.

다만 혼잡한 화재현장 탓에 윤 대통령이 일부 피해 상인들을 모두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대통령과의 만남을 위해 고객센터 2층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피해자들이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져 눈길을 끌기도 했었는데,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날 고객센터 1층에서 가진 상인대표와의 만남에서 “명절을 앞두고 상심이 크실 텐데, 여러분들이 바로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속하게 지원해 드리겠다”고 약속하면서 함께 동행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행안부와 서천군이 적극 협력해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 선포 가능 여부를 즉시 검토하라”고 주문했고 더 나아가 함께 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향해서도 “행안부와 별개로 상인들을 챙겨달라”고 신신당부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 한동훈 공격했던 친윤계도 하루 만에 태도 전향, 이철규 “오해 있었던 것 같아”

친윤계(친윤석열)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손이 쥔 종이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 / 권민구 기자
친윤계(친윤석열)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손이 쥔 종이컵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 사진 / 권민구 기자

반면 파장을 불러 왔던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사이에서 촉발된 당정 갈등이 빠르게 봉합되는 분위기에 정치권의 관심은 집중되는 분위기였고, 더군다나 그간 한 비대위원장을 향해 날을 세웠던 친윤계 주류들도 확전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대표적인 친윤으로 분류되는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 체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려는 목적의 기자회견을 예고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친윤계 핵심 인사인 이철규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하여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갈등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한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 논란은) 대화하고 우려를 전달하고 전달받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하면서 “오해는 금방 풀리고 아주 긍정적으로 잘 수습이 되고 봉합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해 하루 사이에 한 위원장에 대한 달라진 태도를 보여줬다.

특히 진행자가 ‘한 위원장 다음 대안이 없는데 사퇴하는 건 공멸 아닌가’라고 지적하자 이 의원은 “마치 (한 비대위원장의) 사퇴가 전제된 것처럼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너무 나간 이야기”라고 잘라 말하면서 “그 단계까지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 尹-韓 갈등에 ‘공멸 위기론’ 확산되자 국힘 내부 ‘총선 우려’ 목소리 쏟아져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좌)과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뉴시스(좌), 시사포커스DB(우)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좌)과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뉴시스(좌), 시사포커스DB(우)

그러나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이 급부상하면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공멸 위기론’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 영등포을 출마를 준비 중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에 대해 “상당한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두 사람은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운 전우 같은 사이이다. 주변에서 이러쿵저러쿵할 만큼,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관계도 아니다”고 잘라 말하면서 갈등설을 부인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박 전 장관은 “중요한 것은 국민들께 보이는 모습이다. 우리 당과 대통령, 한 위원장, 우리 당의 여러 후보들에게 총선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오해가 시원하게 풀리고 오로지 총선 승리를 위해 전부 하나로 단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종혁 당 조직부총장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퇴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하면서 “총선 앞에서 당정이 분열하고 대통령과 비대위원장이 껄끄러운 사이가 된다는 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당사자들은 잘 아실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총선의 피해를 크게 우려했다.

더군다나 안철수 의원도 이날 같은 방송 다른 시간대에 출연하여 윤 대통령을 향해 “나라를 위해 싸워야지 비대위원장 진퇴를 놓고 싸우는 건 국민들께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총선이 78일밖에 남지 않았다. 여러모로 긴박하고 엄중하기 때문에 빨리 해결해야 한다. 두 사람은 빠른 시간 내에 직접 만나서 어느 정도 정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더 나아가 안 의원은 “만에 하나 (한 위원장이) 사퇴를 하게 된다면 이번 선거는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라며 “지금 현재 전국에서 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아주 큰 혼란을 느낄 것이고 거기다 제3당의 움직임도 있어 수렁에 빠질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한 이상민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위원장에게 물러나라고 한 건 상식에 반하는 기가 막힐 일”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급기야 한 비대위원장을 사퇴를 요구하는 발언을 전했던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향해 “보좌를 잘못했다”며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 尹-韓 갈등 봉합은 진심?, 평가 절하하며 의심 나선 야권 “눈 가리고 아웅, 안 통해”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좌)과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우). 시사포커스DB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좌)과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우). 시사포커스DB

그래서인지 이날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서천 화재현장에서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표면적으로는 빠른 갈등 수습 국면에 돌입하는 행보였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두 사람의 갈등이 진심으로 봉합된 것인지 대해서는 향후 갈등 촉발의 원인이 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과론’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어떠한 목소리를 내고 나설지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편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봉합 국면에서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아무리 ‘윤석열-한동훈 브로맨스 화해쇼’가 급했다지만, 하룻밤 사이에 잿더미가 된 서천특화시장과 삶의 터전을 잃은 상인들을 어떻게 배경으로 삼을 생각을 하느냐”고 공격에 나서면서 두 사람의 갈등 봉합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나섰고, 더 나아가 “국민의 아픔은 윤석열-한동훈 정치쇼를 위한 무대와 소품이 아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 위원장 어깨를 두드리면서 정작 피해 상인들의 눈물을 외면한 대통령의 행보”라고 혹평하면서 “민생의 아픔마저 정치쇼를 위한 무대 장치로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이에 더해 개혁신당은 이날 논평도 내면서 공격에 가세했는데, 김영호 개혁신당 대변인은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삼류 정치는 더 이상 일류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쏘아붙이면서 “이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논란을 논란으로 덮으려 하지 말고 디올백과 사천(私薦) 논란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국민들이 대통령과 여당에게 바라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파워 게임이나 이것이 짜고 치는 고스톱인 약속 대련인지 여부가 아니다. 디올백과 사천 논란에 대한 분명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다”고 지적하면서 “권모술수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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