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재명 피습 사건 발단 계기로 친명 체제 더 굳건해지는 분위기?
강경 대응 나선 민주당, 후속 조치 대비 위해 당내 대책기구 구성 예고까지
‘신당 창당’ 이낙연 탈당 선언과 ‘이재명 퇴진 요구’ 비명계도 잠시 멈춤
이재명 대표체제에 힘 실어주는 김부겸 “엄중 상황, 이재명 빠른 쾌유 빌어”
이수정, 집중 수사 필요성 제기 “이재명 피습 사건, 단순 묻지마 테러 아냐”
이준석, 李 피습에···“이낙연 신당 창당 쉽지 않을 것, 고민 깊어지는 시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이후 기자들에게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마친 이후 기자들에게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2024년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거대 제1 야당의 총수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정치권의 긴장감이 고조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해당 사건을 ‘정치테러 행위’라고 규정한 민주당은 한 목소리로 수사당국을 향해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하면서 결집하는 양상을 엿보였다.

◆ 이재명 흉기 피습 사건에 술렁이는 정치권, 강청희 “당분간 절대적 안정 필요”

앞서 전날(2일) 이재명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자신의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에 ‘내가 이재명’이라는 문구가 적힌 파란 종이 왕관을 쓴 60대 남성에게 흉기로 목 부위를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목 부위의 내경정맥이 파열되어 병원으로 옮겨진 이재명 대표는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혈관 재건술을 잘 마치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회복 치료를 받는 중인데,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은 3일 KBS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하여 “생명에 있어 위중한 고비는 넘은 상황”이라면서 이 대표가 최소 2주 이상의 정치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민주당 총선 영입 인재 5호인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육안으로 봤을 때 2cm의 창상 내지는 자상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하면서 “의무기록 등을 살펴본 바로는 (이 대표가) 초기에 매우 위중한 상태에 놓였고, 천운이 목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이 대표의 정확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아울러 강 전 부회장은 이 대표의 현재 상태에 대해 “회복하고 있으나 당분간 절대적 안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일반 병실로 옮기더라도 당분간 접견을 자제하고 치료에 전념할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이 대표의 입원 기간에 대해 “의료진들의 의견을 존중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당분간 이 대표는 현장에서 정치 활동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였다.

◆ 강경 대응 나서는 민주당, 공동 입장문 발표 “주요 정치인 표적 한 테러” 규정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날 민주당은 일제히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 대응에 집중하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섰는데, 특히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한 비상 의원총회를 연 후 이를 규탄하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의 피습 사건에 대해 “주요 정치인을 표적으로 한 테러”라고 규정하면서 “민주당 전체 국회의원은 생각과 의견의 차이를 폭력과 혐오로 무너트리려는 테러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경찰 등 수사기관을 향해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위축시키는 모든 종류의 폭력과 혐오에 반대한다”면서 “수사기관은 사건의 중대성을 깊이 인식해야 하며, 수사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나 축소·왜곡 시도가 일어난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의 피습 사건에 대한 대책기구를 구성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실제로 홍익표 원내대표는 비상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테러 행위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주시하고 이후 후속 조치에 대비하기 위해 당내 대책기구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대책기구는 오늘 의총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조정식 사무총장이 늦어도 내일까지 구성해 발표할 것”이라면서 “이 기구는 ▲수사상황 ▲2차 가해 ▲안전 대책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정부의 발표를 보면서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해 정부에 제안도 할 것”이라고 해당 기구의 성격을 설명했다.

더 나아가 홍 원내대표는 “일부 유튜브 방송과 종편 등에서 매우 부적절한 언급을 하고 있다. 정치적 자작극 등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면서 “당 대책기구에서는 허위사실 유포죄에 해당하거나 명백한 2차 테러에 대해 법적, 정치적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경 대응도 예고했다.

또한 조정식 사무총장도 같은 자리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테러 동기, 목적, 피의자의 정치행적 등 이런 부분이 다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며 “이번 테러 사건은 굉장히 엄중해 한 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하게 수사당국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앞서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다시는 있어선 안 될 야만적인 만행“이라고 맹비난하면서 “테러도 강력 규탄하고 처벌해야 하지만, 가짜뉴스로 2차 가해와 2차 테러를 가하는 자들도 흉악범 못지 않게 발본색원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가짜뉴스 유포자들도 엄정 대처하겠다.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 이재명 피격 사건 고리로 다시 결집하는 野, 김부겸도 이재명에 힘 실어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 전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 전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고리로 민주당 내부가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라고 관측했는데, 실제로 그간 비명계 중심에서 이 대표를 향해 퇴진을 요구하며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던 목소리가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고리로 쏙 들어간 모습이었고 더욱이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던 이낙연 전 대표도 탈당 선언도 다소 제동이 걸린 듯한 모양새였다.

뿐만 아니라 ‘3총리(정세균·김부겸·이낙연) 회동’ 가능성으로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던 분위기도 반전을 맞는 모습이었는데, 실제로 이날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이 대표가 입원 중에 있는 서울대병원을 찾아 친명계(친이재명)의 당 주류 관계자들을 위로하고 나섰다.

병원에서 대기 중인 천준호 비서실장으로부터 이 대표의 현재 상황을 공유받은 김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에게 가해진 정치테러는 우리가 어렵게 지키고 키워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행위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그 분노와 우려를 겸할 길이 없다”고 한탄하면서 “총선이 100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이 어려운 상황에 하루빨리 이 대표가 쾌유해서 이 엄중한 상황을 잘 수습해 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해 사실상 이 대표 체제 유지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됐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당원들도 이 대표의 건강을 걱정하면서 철저한 진상규명 및 가해자 엄벌 촉구를 비롯해 경호 체계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단결하는 분위기가 엿보였는데, 실제로 ‘블루웨이브’ 및 ‘재명이네 마을’ 등 민주당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 대표의 피습 사건에 대한 비판과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글들로 도배됐다.

◆ 피의자 집중 수사 나선 경찰, 이수정 “묻지마 테러는 아닌 것 같아”

업무를 보고 있는 경찰차. 시사포커스 DB
업무를 보고 있는 경찰차. 시사포커스 DB

반면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에 이어 오늘도 피의자를 상대로 집중 수사를 벌였고, 현재 경찰은 가해자의 세부 동선 파악과 휴대전화 포렌식 및 당적 여부 등 다각도로 확대하여 접근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국민의힘 총선 예비후보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전날 밤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하여 이 대표의 쾌유를 빌면서 “이 대표의 피습 사건은 단순히 ‘묻지마 테러’는 아닌 것 같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 교수는 “이 사건은 피해자를 목표로 삼은 것 같고, 꽤 오랜 기간 동안 이 대표의 일상, 유세를 하는 과정 등을 계속 예의주시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도 이 교수는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에 기인한 테러로 보기는 어렵다”며 “나름 정치적 목적이 있는 사람 아닌가 싶다. 몇 날, 며칠, 몇 시에 어디로 가는지는 외부에 알려지기 어려운데 이런 걸 정확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추정하는 게 맞다. 그렇기에 범행 경위를 충실히 조사하고, 범행 동기가 뭔지 알아봐야 한다”고 수사의 필요성을 꼬집기도 했다.

더 나아가 이 교수는 “유명한 분들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뭔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몰두해 이와 같은 행위를 계획한다. 그렇기에 (피의자는) 편집증적인 사고가 굉장히 진행 중인 건 틀림없다”며 “일종의 정치 혐오처럼 정치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정치인에 대한 적대감, 나아가서 이런 구체적인 테러 행위까지 이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양상이고, 앞으로도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어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이준석, 이재명 사건에···“이낙연 신당 창당 쉽지 않을 것, 고민할 수밖에”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좌)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신당 창당을 공식화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좌)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한편 국민의힘에서 탈당해 신당 창당 행보를 걷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대책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이 대표의 피습 사건에 따른 영향과 관련해 “이낙연 전 대표의 창당 행보에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일 것이고, 신당 창당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 다소간의 트라우마가 생겨 신체적 회복과 정치적 회복이 더딜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민주당은 아마 당 내에서 여러 가지 이견이 한동안 표출되지 않는 형태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창당이 물리적으로 아무리 빨라도 15일에서 20일은 걸린다. 또 이재명 대표가 회복한다고 해도 (이 전 대표가) ‘회복했으니 나 나갈게’라고 이렇게 하는 것도 이상하기 때문에 지금 (이낙연 전 대표가) 상당히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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