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첫 전원회의 심의 사건
넥슨 “마음 속 깊이 사죄…재발 않도록 노력할 것”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넥슨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등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게임서비스 업체인 넥슨코리아가 온라인 PC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 내에서 판매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누락해 알리지 않고, 거짓으로 알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넥슨은 2018년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에서 판매하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거짓, 기만행위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이미 제재를 받은 바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 메이플스토리 및 버블파이터 게임 운영과정에서 소비자의 구매선택에 중요한 요소인 확률 변경 사실을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렸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메이플스토리와 관련해 넥슨의 자료에 따르면, 넥슨은 2010년 5월에 단기간에 게임 내 자신의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이고자 하는 유저들의 심리를 이용해 그들에게 ‘돈으로 살 수 있는 결정적 한방’으로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를 도입하고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출을 높이고자 했다. 큐브는 넥슨의 기획 의도 대로 수익모델로서 메이플스토리 전체 매출액의 약 30%를 차지하며, 넥슨의 수익을 견인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큐브 판매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원하는 잠재옵션이 적게 나오거나 나오지 않도록 큐브의 확률 구조를 이용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고도 이를 이용자들이 ‘모험을 하며 알아갈 수 있는 내용’이라거나, 이용자의 확률 관련 문의에 대해도 ‘빠른 답변 진행은 고객의 재문의 접수 시점만 당기므로 적절한 시점까지 답변 진행을 홀드’하라고 내부적으로 지시해 알리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렸다.

먼저 넥슨은 큐브 상품 도입시에는 옵션 출현 확률을 균등으로 설정했으나, 약 한달 후인 9월 15일부터 큐브 사용시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인기옵션이 덜 나오도록 인기옵션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확률구조를 변경하고도 이를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한 넥슨은 이듬해 8월 4일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 큐브 사용시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복옵션 등을 아예 출현하지 않도록 확률구조를 변경하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에 더해 넥슨은 2011년 8월 4일 공지를 통해 큐브의 확률 구조 변경 사실에도 불구하고 ‘큐브의 기능에 변경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내용으로 거짓으로 공지했다.

나아가 넥슨은 2013년 7월 4일부터 장비의 최상위 등급(레전드리)을 만들고 해당 등급으로의 상승이 가능한 블랙큐브를 출시하면서 최초에는 등급 상승 확률을 1.8%로 설정했다가, 그 확률을 2013년 7월부터 12월까지 1.4%까지 매일 조금씩 낮추고 2016년 1월에는 그 확률을 다시 1%로 낮추고도 그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지 아니했다. 나아가 ‘큐브 확률변경 히스토리 노출 범위를 최대한 숨기겠다’는 넥슨의 방침은 2021년 3월 4일 확률공개 이후에도 지속됐다.

메이플스토리 외에 버블파이터와 관련한 거짓, 기만행위도 적발됐다.

넥슨은 자신이 서비스하는 버블파이터 게임 내 이벤트인 ‘올빙고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애초에는 매직바늘을 사용하면 언제나 골든 숫자카드가 나올 수 있도록 확률을 부여하다가, 10차 이벤트부터 29차 이벤트까지는 매직바늘을 5개 사용할 때까지는 골든 숫자카드 출현 확률을 0%로 설정하고, 6개 이상 매직바늘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일정 확률로 골든 숫자카드 획득이 가능하도록 확률을 설정하고도 이를 알리지 아니했다. 나아가 넥슨은 올빙고 이벤트 관련 공지에서 ‘매직바늘 사용시 골든숫자가 획득된다’고 거짓으로 공지했다.

확률형 아이템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정보는 확률인데, 무형의 디지털 재화의 특성상 판매자가 관련 정보를 공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알린다면, 소비자는 이를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넥슨의 행위는 소비자 선택결정에 중요한 사항을 누락해 알리거나 거짓으로 알리는 것으로서 그로 인한 소비자 유인의 가능성이 인정된다.

실제로 넥슨은 2010년 9월 15일부터 2021년 3월 4일까지의 법위반 기간 동안 약관에 따라 449회에 걸쳐서 사소한 변경 사항까지 공지하면서도 중요한 사항인 소비자에게 불리한 확률 변경 내용만은 알리지 않았다는 점, 수많은 이용자들의 확률 의심 문의가 있었다는 점, 확률 정보 공개 이후에 환불 요청 등 수많은 민원이 있었다는 점을 통해 이러한 소비자 유인 가능성이 확인된다.

공정위는 이번 넥슨의 행위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의 거짓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소비자와 거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21년 2월 발생한 넥슨의 소위 ‘환생의 불꽃’ 사태로 촉발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넥슨 이용자들의 확률 공개 요구는 제도적으로는 지난해 3월 게임사 등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 종류 및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등을 표시하도록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이어졌으며, 공정위 차원에서는 넥슨에 대한 직권 조사를 진행해 본건 거짓, 기만행위를 적발해 엄정한 조치를 취하게 됐다.

또한 공정위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형 아이템 정보가 거짓으로 의심돼 문체부가 추가 검증 등 조사를 의뢰할 경우 거짓·과장·기만적인 행위가 있는지 살펴보는 등 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국내 온라인 게임사들의 주된 수입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공정한 거래의 기반이 되는 소비자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제공돼야 하는 중요 정보의 기준을 제시했다”며 “이를 통해 게임을 이용하는 국민들이 보다 두텁게 보호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본 사건은 2002년 전자상거래법 시행 이후 최초의 전원회의 심의 사건으로, 게임 서비스 제공 사업자의 이용자 기만행위 등에 대해 역대 최다 과징금을 부과함으로써 관련 사업자들로 해금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발표 이후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공지사항을 통해 “이용자분들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마음 속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넥슨 라이브본부를 총괄하는 최원준 본부장은 “동일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약 3년 전 모든 유료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을 전면 공개하는 방법을 택했고, 더 나아가 확률 모니터링 시스템 ‘넥슨 나우’를 도입하기도 했다”며 “이용자분들이 직접 확률 데이터를 확인하고 확률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오픈 API를 선보인 것 역시 이러한 노력과 고민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일을 계기로 과거를 돌아보며 부족했던 점을 채우고, 이용자분들이 자랑스럽게 즐기실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며 “이용자분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앞으로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건강한 게임 문화를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넥슨은 “공정위 심사 과정에서 저희의 소명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이 있어 의결서를 최종 전달받게 되면 면밀하게 살펴본 후 공정위에 이의신청을 하거나 사법부의 판단을 받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위에서 문제로 지적한 2010~2016년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 확률을 공개하지 않던 시기”라며 “공정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적 의무, 사례가 없었던 시기의 사안에 대해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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