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조기 해체’에 당내서 金 압박↑
설상가상으로 與 보고서에 ‘서울 6석’ 결과까지
이용호 “다시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전으로 돌아가”
성일종 “우리 당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돼”
홍준표 “너도나도 양지만 찾아 자기라도 살겠다는 모습”
윤대통령, 김-인 초청오찬...난국돌파 묘책 나올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에서 혁신위원회가 결국 조기 해체를 결정하고 나머지 결정은 김기현 지도부에 넘긴 채 물러나게 되자 과연 현 체제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목소리가 여당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혁신위 ‘반쪽 성공’으로 끝나자 ‘나머지 이행’ 압박 받는 김기현

앞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난 10월 26일 혁신위가 출범한지 42일 만인 지난 7일 혁신위 활동을 종료한다고 발표하면서 “우린 50%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하면서 좀 더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는데, 결국 혁신위가 당 혁신을 끝까지 이뤄내지 못하고 지도부에 공을 넘기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해 당 내부에선 김기현 체제가 아직 이행되지 않은 혁신안을 마저 수용해 당 혁신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 이후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는 당 지도부의 무응답과 시간 끌기에 가로막혀 사실상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의 충격은 어느새 잊혀지고 당 지도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국민은 지금의 당 지도부에 대한 기대를 거둬들이고 있다. 이제 당 지도부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혁신에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김 대표를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성명서 발표 직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이 시점이 위기인데 위기 극복이 어려운 상황으로 자꾸 가고 있다. 근거 없는 낙관론, 희망회로를 돌려서는 서울 강서구청장 패배 시즌2가 될 것”이라며 “인요한 혁신위도 사실상 시간 끌기였고 미완으로 그쳤다. 지금 (지도부에선)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기다리면 대단한 복안이 있는지 밝혀야 할 거 아닌가”라고 지도부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각에선 내년 총선에서 김기현 체제로 힘들다. 비상대책위원회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지금 지도부에 대한 신뢰는 바닥”이라며 “강서 선거가 단합이 안 돼서, 당정 엇박자로 졌느냐. 집권당 역할을 우리가 못하고 있고 국민은 우리 당을 못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성일종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당 최고위는 혁신위의 혁신안에 대해 책임 있게 답을 해야 한다. 당이 위기고 혁신 기회를 놓치면 당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과감한 자기희생과 당의 진로에 대해 선명한 로드맵을 국민께 보여드려야 한다. 김 대표와 최고위의 결정에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 우리 당이 마지막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김 대표에 자기희생을 결단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역시 8일 오후 의원총회 뒤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에 이기기 위해선 지도부 본인들이 말한 대로 변화와 혁신의 모습은 보여줘야 한다. 스스로 띄운 혁신위가 낸 안조차도 특별한 응답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민들이 우리 당에서 내는 목소리에 어떤 신뢰를 주실까”라며 “당장 시급한 혁신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내년 총선에 참패하고 나서 깨달으면 뭐하나. 이미 경고를 여러 번 줬기 때문에 그 경고에 우리가 반응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좌측부터) 국민의힘 최재형, 하태경, 조은희, 허은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최재형, 하태경, 조은희, 허은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지어 과거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직을 맡은 바 있던 최재형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권 부여하겠다고 하면서 화려하게 출범시켰던 인요한 혁신위가 60일 기한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42일 만에 활동 종료했다. 당의 모습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으로 되돌아갔으며 총선 앞두고 당이 국민께 희망적인 변화와 혁신의 모습을 보여드릴 시간만 소진한 셈”이라면서 “용산과 당 지도부 누구도 사즉생의 절박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체제를 싸잡아 직격탄을 날렸다.

◆ 수도권 위기론 고조…“수포집권당으론 승리 힘든데 어쩔 건가”

한 발 더 나아가 최 의원은 “한 여론조사에서 60대 미만의 전체 연령층에서 국정 지지도는 20% 미만,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는 긍정평가보다 부정평가가 높게 나왔다. 이런 틈을 놓칠 리 없는 이해찬 전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넘느냐,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 민주당의 20년 집권론과 일맥상통하는 자신감을 표출했다”면서 “최근 언론 보도된 서울의 우세지역이 6석이란 판세분석 결과를 보니, 이 전 총리의 발언을 헛소리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우리 당의 안일함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이날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사무처는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서울 49개 지역구 중 강남갑·을·병, 서초갑·을, 송파을 등 6곳에서만 우세를 보인다는 결과 보고서를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참패했다는 평가를 받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서울에서 얻은 8석보다도 적은 수치로, 당내에선 수도권 출마 의원들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그래선지 서울 종로가 지역구인 최 의원은 지도부를 향해 “수도권 포기한 수포집권당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힘들고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다수 의석의 힘으로 국정을 얼마나 힘들게 할지는 명약관화한데 수도권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고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는데, 최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할 의사를 밝혔던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선거가 4년 전보다 더 어렵다는 우리 당 총선 판세 보고서가 나왔는데 강서보궐선거 참패 후 충분히 예견된 결과”라며 “그런데도 혁신위 방해하고 좌초시킨 당 지도부는 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고 지도부에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당 지도부에게 수도권은 버린 자식인가. 판세보고서 감추기에만 급급한데 성적표 숨긴다고 성적이 사라지나”라며 “당이 죽든 말든, 윤석열 정부가 망하든 말든 계속 혁신을 외면한다면 우리 당은 결국 영남 자민련으로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경고했고, 서울 서초갑이 지역구인 조은희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한 일간지에 서울에서 6곳 정도만 우세하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와 함께 우리 당이 ‘수포당’이란 칼럼까지 나왔다. 서울에서 20석도 가능하다는 낙관적 전망도 필요하지만 수도권을 포기하지 말라는 게 제가 듣고 있는 민심”이라면서 당이 혁신의 나머지 50%를 채우라는 요청에 화답하라고 촉구했다.

급기야 이준석계로 꼽히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가 초토화 직전인데 애써 부정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문제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용산에 할 말을 해야 하고 도끼 상소 올려야 한다. 몇몇 중진이 험지 간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한 발 더 나아간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또 이준석 전 대표까지 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서울에서의 국민의힘 우세 지역이 6곳에 그쳤다는 당 자체 분석과 관련 “해당 분석은 정성적 분석이고 정량적으로 분석하면 더 나쁘다. 여러 가지 여론조사를 다 참조했을 때 우세를 확신할 수 있는 곳은 4곳 정도”라며 혁신위 조기 해산에 대해서도 “강서 보궐선거 끝나고 쇄신해야 할 타이밍인데 혁신위가 들어서면 세신만 할 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쇄신은 뼈를 깎고, 세신은 때를 미는 건데 때도 제대로 못 밀고 끝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5일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2) [사진 /오훈 기자]
5일 이만희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2) [사진 /오훈 기자]

이처럼 ‘서울 6곳 우세’ 보고서를 근거로 지도부에 대한 쓴 소리가 당내 곳곳에서 쏟아졌지만 이만희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해당 보고서에 대해 “약 2주 전에 조직국에서 판세 초안을 만들어온 것인데 최악과 최선을 가정해 작성했고 최선은 너무 낙관적이라 신뢰하기 어렵다고 해 재작성하기로 한 상황”이라며 “보통 판세 분석은 제일 잘 된 경우와 제일 잘못된 경우를 분석하는데 (서울 6곳 우세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한국갤럽 ‘총선, 野 다수 당선’ 과반…尹, 김기현·인요한과 회동

하지만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내년 총선 결과를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인데,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22대 총선 결과 기대’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친 데 반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과반인 51%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지난달 9일 발표된 같은 내용의 조사에선 ‘여당 다수 당선’ 응답이 40%, ‘야당 다수 당선’ 응답은 46%로 오차범위 이내인 6%P 격차였으나 불과 한 달 만에 여야 간 격차가 오차범위 밖인 16%P로 벌어졌다는 점에서 지도부를 향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연이은 지적은 괜히 나온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비단 의원들 뿐 아니라 홍준표 대구시장마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총선 준비에 나서는 국민의힘 상황을 꼬집어 “분당에 몰려드는 사람들 면면을 보니 총선 이기기는 힘들게 생겼다. 대통령실 출신들의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너도나도 양지만 찾아 자기라도 살겠다는 모습”이라며 “그나마 험지로 가겠다는 유일한 분(원희룡 장관)은 첫 출발부터 극우 목사의 행사에나 가는 어리석은 행동까지 하고 있으니 총선 앞두고 출발부터 꼬이고 있고 지도부는 기득권 카르텔로 혁신을 가로막는데다 출마하겠다는 셀럽들은 모두 양지로만 모이니 그래가지고 총선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총선 결과에 대해 회의적 시선이 쏟아지자 민주당까지 같은 날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세상 요란하게 급조한 혁신위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과 비교해 바꾼 것 하나 없는 상태로 막을 내렸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김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로 국민을 기만한 데 대해 사과하라”고 김 대표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당 안팎에서 십자포화를 맞은 김 대표는 이날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앞으로도 계속 혁신해 나갈 것이다. 혁신은 끝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인 혁신은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도 심상찮은 현 상황을 의식했는지 김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을 가진지 불과 사흘만인 8일 대통령실로 김 대표 뿐 아니라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초청해 비공개 오찬을 가졌는데, 윤 대통령이 인 위원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혁신위 활동을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자리엔 한오섭 신임 정무수석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져 총선을 이제 4개월 앞두고 현재의 난국을 타개할 만한 묘책이 나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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