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주류 희생 요구 혁신안’ 갈등에 끝내 조기 해체 수순
혁신안, 실패? 성공?···與 지도부 “혁신위는 예고편, 공관위가 현실화”
혁신위 조기 해산에 김기현 지도부 책임론 부상, 쏟아지는 비판 목소리
공관위 출범 서두르나 與, 왜?···인요한 “국민 뜻 반영 위해 노력했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열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여 위기에 처해 있던 여당 지도부의 구원투수로 지난 10월 26일 등장했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주류 희생 요구’ 혁신안을 놓고 갈등이 일면서 결국 출범한 지 42일 만에 일찍 간판을 내리며 결국 조기 퇴장했다.

◆ 김기현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요한 혁신위, 끝내 조기 해산하며 쓸쓸한 퇴장

인요한 혁신위는 출범 직후 ‘1호 혁신안’으로 ‘대사면’ 카드를 꺼내 들면서 이준석 전 대표·홍준표 대구시장 등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던 인사들의 징계를 취소시켜 주어 당내 대통합의 물꼬를 터주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일 이슈화와 성공했다.

혁신위은 대사면 1호 안건에 이어 ▲2호 국회의원 특권 배제 ▲3호 청년 비례대표 50% 배치▲4호 전략공천 원천 배제 ▲5호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등의 혁신안건을 차례대로 내놔 여당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호남·여성·청년 및 중도층의 관심 사기에 성공하며 기대치를 한껏 끌어올렸으나, 희생을 주제로 한 당 주류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용퇴론을 놓고 지도부와 갈등이 벌어지면서 결국 미완성 상태로 조기 해산이라는 결말을 맞게 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조기 해체되는 방아쇠 역할을 한 배경에 대해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혁신안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꺼내든 ‘공천관리위원장 자리’ 요구가 잘못된 시그널로 작용하여 혁신위의 추진 동력을 잃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즉, 가뜩이나 희생론에 대해 못마땅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압박을 받아오던 당 주류 인사들에게 인 위원장이 공천권 행사와 관련된 막강한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공관위원장의 자리를 요구하고 나서 ‘탐욕’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작동되면서 혁신위 퇴장의 명분을 준 것이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이렇듯 인요한 혁신위는 예정된 활동 종료 시점인 24일보다 2주가량 앞당겨져 공식 활동이 중단되고 말았는데, 다만 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마지막 혁신회의를 마친 후 열린 브리핑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잘 파악해서 우리는 50% 성공했다”고 자평하면서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겠다. 그리고 혁신안이 관철되기를 기대하며 좀 더 기다리겠다”고 밝히며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무엇보다도 인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개각을 일찍 단행해서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감사드린다”고 밝히면서 이어 “김기현 대표에게도 감사드린다. 혁신위원장을 맡는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기회를 줬다”며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말해 사실상 당 지도부에게 굴복하고 나가는 상황임을 짐작케 했다.

결국 혁신위는 ‘주류 혁신안’을 놓고 당 지도부와 마찰을 벌이다가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형국이었으며, 인요한 혁신위는 오는 11일에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 혁신안을 최종 보고하는 것을 끝으로 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 인요한 혁신위 혁신안 관철 대실패?, 與 지도부 반박 “믿고 기다려 달라”

(왼쪽부터)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김기현 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김기현 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시사포커스DB

반면 당 지도부의 일원인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안들은 이달 중순에 출범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으며, 이에 더해 ‘주류 희생 혁신안’도 “(물 건너간 것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믿고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인 위원장과 만남을 통해서 김 대표의 희생과 혁신 의지를 확인했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단순하게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이 아니라 나와서 브리핑을 하는 메시지를 보고 읽은 상황이기 때문에 그냥 나올 수 있는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김 최고위원은 “만약 현실화되지 않는다면 국민을 대상으로 사실상 지도부가 엉뚱한 변명만 늘어놨다는, 이런 국민 기만이라고 하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혁신위의 혁신은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공관위를 구성하는 게 우리 지도부가 해야 될 가장 막중한 책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가 그동안 당에 요구해 온 혁신안은 당의 모든 기구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뿌렸다”고 밝히면서 “적절한 때가 되면 싹을 틔우고 꽃이 돼 여러분 앞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해 실패한 혁신안이 아니라고 애써 부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혁신위 해체에 비판대 오르는 與 지도부, 홍준표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

(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 시사포커스DB

하지만 혁신위의 조기 퇴장에 대한 시선은 그다지 밝지는 않았는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체 수순에 있는 혁신위에 대해 “우리 당의 변혁 방향을 제시하면서 당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지만,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했다”고 부정평가를 내렸다.

특히 홍 시장은 “혁신위가 한 편의 개그콘서트를 보여주고 떠났다”면서 인 위원장을 향해 “그동안 즐거웠다. 그대가 있었기에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하여 사실상 김기현 지도부를 향해 에둘러 비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한 기득권을 버리고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던 하태경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혁신위의 조기 퇴장에 대해 “혁신위가 아주 열심히 했지만 당 지도부의 비협조로 용두사미가 된 것 같다”며 “국민은 김기현 지도부의 혁신 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것만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다음에 잘하겠다는데, 지금도 잘하고 다음에도 잘하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쏘아붙이면서 “혁신위를 좌초시킨 김기현 지도부는 이제 국민이 바라는 우리 당의 혁신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 비전과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재형 의원도 이날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혁신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하고, 혁신위를 단지 위기를 모면하려는 방편으로 사용하는 것하고는 상황이 다르다”고 꼬집으면서 “이런 정도의 혁신위 활동에 대한 지도부 태도라면 굳이 혁신위를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지도부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인식한 것 같다”고 쓴소리에 가세했다.

이 밖에도 안철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했는데, 사실 전권이 아니라 ‘무권’이었던 것”이라고 비판했으며, 허은아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아픈 현실”이라면서 “결국 누구를 위한 혁신이었는지라는 답이 나오는 지금이다. 허망하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 민주당도 비판 가세 “자리싸움 뿐인 가짜 혁신”···인요한 혁신위도 비판대 올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이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이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더군다나 경쟁 구도에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혁신위의 조기 퇴장에 대해 한마디를 거들고 나섰는데, 실제로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비공개 오찬으로 ‘윤심’을 업은 김기현 대표가 결국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몰아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강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반성한다면서 혁신위를 띄웠지만, 국민께 보여드린 것은 실언과 망언으로 가득한 꼴사나운 자리싸움 뿐이었다”며 “오직 자리싸움에만 매몰되어 어깨싸움만 하다 끝난 국민의힘의 ‘가짜 혁신’은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 나아가 강 대변인은 “국정 난맥을 해소하고 파탄 난 민생을 수습하겠다는 사람은 없고, ‘윤심’ 공천의 대리인 자리를 두고 싸우는 집권 여당의 행태가 정말 한심하다”며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울 지경인 인요한 혁신위와 김기현 지도부의 ‘윤심’을 향한 무한 경쟁은 ‘용핵관’, ‘윤핵검’ 텃밭 공천으로 귀결될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렇듯 혁신위의 조기 퇴장에 대한 비판의 화살이 김기현 지도부를 향한 책임론으로 점철되는 듯한 분위기가 뚜렷해 보였는데, 그러나 인요한 혁신위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임은 마찬가지다.

실제로 그간 인요한 위원장과 잦은 실랑이를 벌여왔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국민의힘 제주도당 청년·여성 생활정치아카데미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혁신위 활동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인 위원장이 활동을 종료한 이 시점까지도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아무도 공개적으로 말할 용기가 없다는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이렇게 용기 없는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기대하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공관위 구성 서두르고 나선 국민의힘 지도부, 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한편 국민의힘은 이달 중순에 공관위를 띄우고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특히 공관위원장으로는 현재까지 안대희 전 대법관,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르는 상황이라고 일각은 관측했다.

통상적으로 국민의힘은 그간 1월 중순 이후에 공관위를 꾸려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르게 출범시키고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혁신위의 조기 해산에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즉, 혁신위의 조기 해산이 김기현 지도부에게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될 것이 뻔한 만큼 공관위의 조기 출범으로 눈길을 돌려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라는 얘기인 것이다.

더욱이 현재 혁신위가 띄워 놓은 혁신안도 무작정 덮을 수는 없는 상황이기에 당 지도부는 혁신위에서 제안한 혁신안의 공을 공관위로 넘기면서 책임론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한편 혁신위의 조기 해산을 선언했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오후 안철수 의원과 회동을 가지며 당의 혁신 방향을 함께 논의한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다만 이날 면담 일정은 지난주부터 조율됐던 일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날 인 위원장과 회동을 한 안철수 의원은 이날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은 실패했다”며 “저도, 인 위원장도 치료법을 각각 제안했지만, 환자가 치료를 거부했다”고 꼬집으면서 “이제는 김기현 대표와 지도부가 어떤 방향으로 민심을 회복하고 총선 승리를 끌어낼지 답을 내놓을 차례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 위원장도 같은 자리에서 “오늘 온 목적은 안 의원이 내가 제일 힘들 때 지지하는 발언도 해줬고 너무 고마워서 온 것이다. 안 의원은 우리 당만이 아니고 대한민국에 필요한 정말 중요한 인재”라고 치켜세우면서도 “우리(혁신위)는 그래도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하려고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부족했다는 것을 여러분 앞에서 다시 고백한다”고 밝혀 사실상 김기현 지도부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