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 조기 해산에 결국 ‘김기현 책임론’ 일기 시작해
김기현 사퇴론 띄우는 비윤계, 이준석 “與지도부, 당연히 물러나야”
하태경 “김기현 성적표 참담, 국민 검증 끝나···더 버티면 추해질 것”
김기현 옹호 목소리도 팽팽, 김석기 “대안없는 지도부 흔들기 멈춰야”
배현진 “김기현 지도부 사퇴 종용?,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자성해야”
김기현 “사즉생의 각오, 국민 눈높이 안 맞는 모든 기득권 내려놓을 것”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띄운 당 주류의 ‘희생 요구 혁신안’을 두고 지도부와 갈등을 벌이다가 끝내 ‘혁신위 조기 해산’이라는 결말을 마주하게 되면서 김기현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일면서 당 내홍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 혁신위 조기 해산에 수세 몰리는 김기현, 이준석 “심각, 당연히 물러나야”

대표적인 비윤계(비윤석열)로 분류되는 이준석 전 대표는 1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얻을 의석수와 관련해 “제가 들은 정량적인 것들을 합쳤을 때 83석에서 87석 사이가 될 수도 있다. 이중 (83~87석 중) 비례를 17개로 예상한다”고 진단하면서 “김기현 지도부는 당연히 지금 물러나야 된다”고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개 지역구에서만 우세하다는 보도와 관련해 “정량적 분석에 따르면 6개보다 더 안 좋을 거다. 6개가 아닌 4개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알기로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도 수도권만큼이나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사실상 국민의힘이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은 100석 밑으로 내려가 본 적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막연한 심리적 저항선인데, 그게 지금 보수정당의 시대착오적 생각인 것”이라고 꼬집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 잘못하고 있고 김기현 지도부는 무능력하다. 이 두 가진 진단은 아주 맞는 진단인데 지금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김기현 책임론 분출, 하태경 “이 사태 제일 책임, 김기현 대표에게 있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좌)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좌)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아울러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0개월 김기현 대표의 성적표는 참담하다”며 “김 대표의 대표 공약인 ‘5560’(당 지지율 55%·대통령 지지율 60%)은 커녕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총선 과반의석은 고사하고 100석조차 위태로운 상황”이라면서 비판에 가세했다.

무엇보다도 하 의원은 “바닥인 줄 알았던 우리 당 지지율은 지하 1층을 뚫고 지하 2층, 3층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이 사태의 제일 책임은 김기현 대표에게 있다”며 “수직적 당·청 관계로 우리 당을 ‘좀비 정당’으로 만들었고, 수술하러 온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메스를 빼앗고 수술대에서 내쫓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5560 약속을 지키는 길은 김기현 대표가 자진 사퇴하는 길뿐”이라며 “‘혁신위 시즌2’에 불과한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 꼼수로는 김 대표를 향한 당원과 국민의 분노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더욱이 하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서도 김 대표를 겨냥해 “김 대표에 대한 국민적 검증은 끝났다. 더이상 버티면 추해진다. 혁신을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방해까지 하면서 사실상 민주당의 X맨이 됐다”고 쏘아붙이면서 “다시 김 대표와 공관위원장이 싸우는 모습이 연출되면 우리 당은 폭망하는 것이다.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면 김 대표부터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기현 지도부도 삐그덕?, 김병민 “혁신위가 외친 변화·쇄신의 바톤 이어갈 것”

(왼쪽부터)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김기현 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김기현 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인요한 혁신위가 ‘희생 요구 혁신안’을 놓고 갈등을 벌이다가 결국 빈손 종료로 조기 해체되면서 그에 따른 비판의 화살이 일제히 김기현 대표를 향하는 듯한 기류가 흘렀는데, 특히 지도부 내에서도 김 대표를 겨냥한 불만이 표출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실제로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위가 제안했던 ‘당 주류 희생안’에 대한 수용을 거듭 압박하고 나섰는데, 그는 “혁신위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우리 당 지도부가 그에 걸맞은 호응을 못했다는 세간의 지적이 매우 뼈 아프게 다가온다”며 “총선을 앞둔 우리 당의 혁신 성적표는 백점과 빵점 중 대체 어디에 속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김 최고위원은 “정말 어렵고 힘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간판 달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는 정치인에 우리 당 지도부가 희망 되지 못할망정 절망과 원망의 대상이 돼서야 되겠느냐”면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에 대한 요구에 대체 답을 내놨다는 말인가”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로움 위해 개혁과 혁신의 목소리 내는 이들이 외롭거나 지치지 않도록 지도부 일원으로 확실히 힘을 보태겠다”며 “혁신위는 비록 종료됐지만, 혁신위가 외친 변화와 쇄신의 바톤은 우리 당의 뜻 있는 수많은 당원들이 이어받아 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김기현 옹호 목소리도 팽팽, 김석기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 멈춰야”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반면 당 내부에서는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 대표를 두둔하는 목소리도 팽팽히 맞서며 당내 갈등이 커지는 듯한 흐름을 보였는데, 최근 당 지도부로 합류한 김석기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안 없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춰야 한다”며 “당 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너도나도 싸우며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김석기 최고위원은 “김기현 대표가 물러나고 누가 당대표가 돼야 총선에서 이긴다는 말이냐”고 발끈하면서 “대안도 없는 주장으로 자중지란 일으키지 말고, 김 대표를 중심으로 모두가 심기일전해 똘똘 뭉쳐야 한다. 부디 모두가 자중하기 바란다”고 꾸짖고 나섰다.

또한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하여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분들이 그런 말을해서 뜨악했는데, 그분들이 말씀하신 것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며 “전략적으로 당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전술적으로 지금이 그 타이밍인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이어 박 수석대변인은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는) 이분들의 공통점은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 이후 ‘바보야, 문제는 용산이야’를 먼저 외쳤다”며 “건전한 당정 관계가 우선이라고 주장하셨던 분들이 갑자기 지금 그 얘기는 없이 지도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한 분(하태경)은 부산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서울 험지로 간다고 환호를 받았는데 느닷없이 종로를 나가신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을 당황스럽게 했다"며 "서 의원도 중진 험지 출마 내지는 당 쇄신의 한가운데 있는 분"이라고 꼬집었다.

◆ 김기현 사퇴 촉구에 배현진 “김기현 리더십, 이제 등 돌려 달아날 시간도 없어”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한 배현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 사퇴론을 꺼낸 당내 의원들을 겨냥해 “본인들의 무능을 백번 자성해도 모자랄 이들이 지도부를 향해 ‘수포자’(수도권 포기자)라며 사퇴를 종용하고 나섰는데,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라고 씁쓸해하면서 “하지만 김기현 리더십, 이제 등 돌려 달아날 시간도 없다. 두려워 말고 움직이시라. 대한민국 비정상의 정상화, 공정과 상식을 소원했던 당원과 국민을 믿고 제발 무덤가의 평화에서 벗어나라”고 적극 응원하고 나섰다.

더군다나 배 의원은 가장 먼저 사퇴론을 꺼내든 하태경 의원을 향해 “부산에서도 손꼽히는 초강세 지역 의원으로서 덕분에 유세차 한번 안 타고 당선됐다는 전설이 돌던 사람”이라고 비판했으며, 김기현 지도부를 향해 ‘수포자’라고 비난한 김웅 의원을 향해서도 “서울 초강세 지역 의원으로서 전략공천으로 낭낭히 21대에 들어온 초선의원”이라고 저격했다.

다만 그는 당 지도부를 향해 “서울 수도권 선거를 1도 모르는 영남 지도부라 할지라도 이제는 움직여야만 한다”면서 “아직 더불어민주당이 가만히 있지 않느냐고 여유를 부리는 것이라면 대단한 오판이다. 수도권 대부분의 현역 의석을 확보하고 4년의 관리를 해온 그들과 열세 상황에서 대부분 지역을 원외 후보로 띄워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180도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배 의원은 영남권 소속의 지도부를 향해 “영남과 수도권의 선거 양상이 판이하기에, 대통령 측근을 자처하는 비수도권 조언자들과 김 대표 측근들의 현실 모르는 전략과 조언에서 과감히 벗어나야만 한다”고 당부했으며, 김 대표를 향해서도 “대표 스스로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위를 적재적소에 쓰지 못한 채 명분도 없는 인사들이 이제 와서 살아보겠다고 내는 내로남불 외침에 휘둘려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죽여 몸만 사린다면 결국 그 스스로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 나아가 그는 “김기현 1기 지도부로서 과연 김 대표가 황교안 시즌2로 전락하지 않기를 염원한다”며 “지금이라도 명분 없이 떠드는 무실력 인사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수도권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새로운 인사들과 새로운 전략으로 ‘수도권 총선’의 큰 수레바퀴를 굴려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김기현 “사즉생의 각오, 모든 기득권 내려 놓을 것”, 당 내홍 수습될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한편 혁신위 조기 해산을 놓고 김기현 대표의 책임론이 분출되며 당 내홍으로 치닫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위의 활동 종료와 관련해 혁신위원들에게 “혁신위는 결코 소홀히 다룰 수 없는 부분을 짚고 제안해줬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저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일부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하기에 까다로운 의제가 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엔 적극 공감한다”며 “총선기획단이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 그 이상의 변화를 도입하기로 해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혁신위의 소중한 결과물이 당 당헌·당규에 따라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를 포함한 당의 여러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되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하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실상 당 내홍 수습에 나선 모습이 엿보였다.

하지만 김기현 대표가 총선 전략에 대한 방안을 내놓기 전까지는 그를 향한 압박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는데, 특히 안철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총선 55∼60석 나올까 두렵다. 만약 이대로라면 수도권, 부산, 경남은 물론 충청권도 참패가 예상되고 대구 경북과 강원 일부의 승리만 예상된다”고 우려하면서 “오늘부로 혁신위가 공식 마감됐는데, 김기현 대표와 지도부는 총선 승리 대안을 제시해줘야 할 것”이라고 경고해 사실상 김기현 지도부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듯한 양상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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