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과서가 가르쳐주지 않는 우리 역사
우리 고대사의 참모습을 찾고자 노력한 신채호의 역작
현대적 해설과 주석으로 새롭게 탄생하다

조선총독부와 싸우며 우리 역사를 서술한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와 달리 조선총독부의 조선사편수회 직원이 되어 우리역사를 서술한 이병도의 ‘국사대관’이 한국사의 주류가 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시공사가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번역 출간했다.

시공사는 역사학자 김종성(옮긴이)이 우리의 ‘불완전한 역사’를 바로잡으려 신채호가 옥중에서 서술한 ‘조선상고사’ 원문을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듬어 이 책으로 재탄생시켰다고 6일 밝혔다. 김종성은 2014년에 역사의아침에서 ‘조선상고사’를  출간한 바 있다. 

‘조선상고사’ 의 원문은 지금의 우리말과 큰 차이가 있어 현대인들이 내용을 이해하며 읽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신채호의 기억력에 의지한 부분이 많아 연도나 명칭 등에 오류가 다소 있다. 이 책은 ‘조선상고사’ 원문을 현대어로 바꾸고, 오류를 바로잡는 한편, 원문에 없는 해설과 주석을 별도로 추가함으로써 독자들이 더 쉽고 정확하게 신채호의 글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시공사가 출간한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옮긴이 김종성)
시공사가 출간한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옮긴이 김종성)

출판사측은 이번에 나온 ‘조선상고사’에 대해 “지난 천 년간 역사가들이 감추고 축소한 우리 고대사의 진실을 규명”한 책이라고 평했다. 

신채호는 ‘역사는 역사 이외의 다른 목적 때문에 기록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 상고사는 ‘작자의 의도에 따라 많은 사실관계가 달라진’ 불완전한 역사라 규정한다. 특히 묘청이 유교도 김부식에 패배한 이후 이 땅에는 유교도가 득세하게 됐으며, 그 영향으로 중국을 높이고 스스로를 낮춰 역사를 서술하는 경향이 지배하게 됐다고 단언한다. 이는 신채호가 ‘유교도 김부식’과 그가 서술한 ‘삼국사기’를 비판하는 주된 이유다.

또 신채호는 “내란의 빈발과 외적의 출몰이 우리나라 고대사를 쓰러뜨리고 무너뜨렸다”는 안정복의 의견에 대해 “내란이나 외환보다는 조선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조선사가 쓰러지고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이런 까닭으로 신채호는 그 당시 ‘현존하는 서적들을 갖고 장단점을 파악하고 대조’해 천 년 이상의 역사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거나 축소된 우리 고대사를 바로잡고자 했다. 신채호가 ‘조선상고사’를 통해 ‘삼국사기’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단군의 시대를 많은 부분 할애해 서술하고, ‘대중국 투쟁’의 선봉에 선 고구려의 역사를 중요하게 기록한 것 등은 ‘작자의 의도로 사실관계가 달라진 불완전한 역사’를 제대로 서술하고자 한 그의 투철한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신채호는 흩으러진 우리 역사의 맥을 바로잡아 놓았다. 대단군조선, 삼조선, 부여, 고구려로 이어지는 새로운 역사인식 체계를 수립했다

‘조선상고사’에서 신채호는 단군, 기자, 위만, 삼국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조선시대 역사인식 체계의 잘못을 비판하고, 대단군조선을 머리로 삼고 삼조선, 부여, 고구려로 이어지는 새로운 상고사 인식 체계를 바로 세웠다.

훼손된 단군의 시대를 재조명함으로써 고조선을 웅혼한 우리역사로 명확히 규명했으며, 동부여와 북부여의 역사를 서술함으로써 두 나라를 우리 민족의 근원으로 포함시켰다.

또 위만을 반란(叛亂)을 일으킨 자로 규정하여 도적의 무리로 배제하였고, 한사군이 한반도 북부(평양)에 존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사군은 한반도가 아닌 요동반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일축했다. 평양을 지금의 평양 하나만을 알면 우리 역사를 잘못 해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신채호의 새로운 역사인식 체계는 삼국시대 서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신채호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처럼 신라 중심으로 서술된 상고사를 개탄하며, 그 대신 하나의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고구려와 백제, 가야, 신라 등의 역사를 균등히 기록하고자 노력했다. ‘삼국사기’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백제가 ‘조선상고사’에서는 부여와 고구려를 계승한 나라로 중요하게 서술된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주지하는 것처럼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는 말에 단재 신채호의 독립투쟁과 역사서술의 사상적 근간이 들어 있다.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에 관한 기록이다’는 ‘조선상고사’의 머리말 격인 총론에 나오는 명제다. 즉, “조선 민족이 그렇게 되어온 상태(아와 비아와 투쟁해온 상태)에 관한 기록”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신채호는 우리 역사를 우리 민족인 ‘아’가 ‘비아’인 다른 민족과의 투쟁의 과정으로 인식했다. 이와 같은 ‘역사는 투쟁의 과정’이라는 인식은 대일항쟁기 당시 신채호가 행한 다양한 독립투쟁 활동의 사상적 밑받침이었다.

그러나 조선총독부와 싸우며 우리 역사를 서술한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와 달리 조선총독부의 조선사편수회 직원이 되어 우리역사를 서술한 이병도의 ‘국사대관’이 한국사의 주류가 된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동북아 역사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신채호의 역사 인식과 시대 인식이 담겨 있는 ‘조선상고사’는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는데 유효한 기록이며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가 완간되기 전인 1946년 처음 출간된 총론편인  『조선사론』(광림서림 발행). 사진 / 이찬구 기자)
단재 신채호의  『조선상고사』가 완간되기 전인 1946년 처음 출간된 총론편인  『조선사론』(광림서림 발행). 사진 / 이찬구 기자)

한편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독립운동으로 10년 실형을 받고 여순감옥에서 투옥 중에 조선일보사에 신채호의 지인이 원고를 전달하여 1931년 6월부터 10월까지 ‘조선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후에 엮은 것으로, 신채호가 순국한 지 12년이 지난 1948년에 출간됐다. 단군시대부터 백제부흥운동까지를 다루고 있으며 △제1편 총론 △제2편 수두시대 △제3편 삼조선 분립시대 △제4편 열국쟁웅시대(중국과의 격전시대) △제5편(一) 고구려의 전성시대 △제5편(二) 고구려 중쇠와 북부여의 멸망 △제6편 고구려·백제 충돌 △제7편 남방 제국의 대(對)고구려 공수동맹 △제8편 삼국 혈전의 개시 △제9편 고구려의 대(對)수나라 전쟁 △제10편 고구려의 대(對)당나라 전쟁 △제11편 백제의 강성과 신라의 음모 등 모두 11편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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