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희생’案으로 혁신위 vs 김기현 갈등…與 지도부, 윤 대통령과 회동 ‘주목’
김병민·장예찬, 혁신안에 옹호 및 공감 반응하며 지도부에 수용 촉구
김기현, 윤대통령 오찬후 “내가 한 말 그대로 실천될 것” 자신감 얻은 듯
인요한, 잠행 중인 가운데 7일 기점 혁신위 운명과 파장에 당 안팎 주목

1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우)과 면담하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이 훈 기자
1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우)과 면담하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친윤·중진·지도부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압박에 사실상 김기현 지도부가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 與 김기현 체제, 논란 끝에 중진 불출마 혁신안 ‘거부’ 무게?

혁신위에선 최종 시한으로 정한 지난 4일 ‘친윤·중진·지도부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6호 혁신안을 수용하라고 국민의힘 지도부에 촉구했으나 이날 해당 혁신안은 최고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고 급기야 안건이 최고위에 보고되지 않았는지 여부를 놓고 혁신위와 지도부는 진실공방까지 벌이는 등 갈등을 노출했다.

혁신위는 오는 7일에 다시 6호 혁신안을 최고위원회에 올릴 계획이지만 사실상 이를 거부했던 김기현 대표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은 실정인데, 실제로 김 대표는 5일 국회에서 기자들이 지도부와 혁신위가 ‘중진 불출마 혁신안’으로 갈등하는 데 대해 질문하자 “우리 당은 끊임없이 혁신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혁신해가야 한다”고만 답할 뿐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당은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고만 답했으며 ‘인 위원장과 소통하고 있는지’, ‘김병민 최고위원이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느냐’는 질문엔 아예 반응하지 않은 채 “수고 많다”고 말하면서 자리를 떴다.

김병민 최고위원의 경우 지도부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난 4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서도 “메시지 하나 때문에 혁신을 위해 달려왔던 모든 일들이 폄훼돼선 안 된다. 냈던 혁신안을 의결하는 절차가 없었는데 희생을 전제로 한 내년 총선 결단에 응답해야 한다”며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혁신도 결국 선점 효과가 중요하게 될 텐데 지도부의 책임 있는 일원들이 혁신과 쇄신에 대한 선점효과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김 대표에 ‘6호 혁신안’ 수용을 촉구한 바 있다.

다만 또 다른 지도부 일원인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만 해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도부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혁신안을 수용하는 의지를 보여야 된다. 혁신안 대다수도 개인적으로 공감한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지금 녹록지 않은 상황이고 국민들이 희생과 결단을 바란다면 당으로부터 혜택 많이 받은 분들부터 그런 결정이 바람직하다. 정치 신인으로서 선배들 바라보면서 기대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으나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혁신위가 원하는 대로 지도부가 의결하지 않는다고 해서 혁신안을 좌초시키는 것이란 흑백논리엔 동의하기 어렵다”고 이전과는 일부 온도차 있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장 청년최고위원은 “정량적 기준을 내세워 공천 점수 감점을 하자거나 가점을 주자거나 이런 부분에 대해선 의결 여부를 고민할 수 있지만 지금 언론에 보도되는 친윤, 중진이란 단어들은 정치적 단어고 그 부분에 대해 지도부가 일방 의결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공천과 관련된 것은 당헌·당규상 공천관리위원회의 권한”이라고 강조했고, ‘최고위가 해당 혁신안을 지지한다는 차원에서 의결한 뒤 공관위로 보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공관위원장이란 발언이 인 위원장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나. 지도부 안에서 혁신위를 응원했던 젊은 최고위원들도 거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응수했다.

◆ 공관위에 힘 싣는 목소리 솔솔…인요한 혁신위, 존재감 잃나

(좌측부터) 국민의힘 유상범, 태영호, 박정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유상범, 태영호, 박정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은 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혁신위는 가장 중요하고 국민적 관심을 끌 수 있는 공천과 관련된 희생, 이 부분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 너무 일찍 터뜨리다 보니까 오랫동안 그 이슈에 혁신위 안이 매몰되면서 혁신위가 갖고 있는 본래 역할이 많이 퇴색됐다”며 “마치 혁신위가 요구하는 게 선인 양 강조하면 결국 혁신위 요구에 응하는 사람들은 혁신위의 강요에 굴복하는 모습에 불과하고 그건 국민들에게 어떤 감동도 주지 못한다. 이런 형태로 지금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 지도부 누구도 정치적 상황을 감안했을 때 혁신위의 이런 태도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의원은 김 대표의 거취에 대해서도 “공천 과정에서 선거에 정말 필요하다고 한다면 충분히 고민될 수 있을 것이나 선거에 도움 안 되고 희생이 아니라 사실상 죽음이라고 표현하는 상황이 된다면 또 다른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는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5일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나와 “지도부 중진, 윤핵관 나가라는 안,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는데 이런 안을 최고위 의결사항으로 결정해야 하느냐,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당이라는 것은 개인 의원들의 선택권도 존중해줘야 한다. 시한부 딱 정하고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태 의원은 “당 지도부 밑에 지금 인재영입위원회, 총선기획단, 혁신위가 동등한 자격으로 있는데 이들 사이에 적대관계를 형성하지 말고 서로 보완, 권고하는 관계를 형성해야지 마치 언제까지 우리 안을 안 받아들이면 조기 해체할 거란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며 “모든 선거판을 짜는 것은 당 지도부가 하는 게 아니라 공관위가 하는 거다. 지금 아직 공관위도 들어서지 않았는데 특정 의원들을 향해서 험지에 나가라, 이런 건 시기적으로도 너무 이르다. 공관위가 들어서면 공관위가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음습한 권력 싸움 내지 권력투쟁의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시계를 한 달 전으로 돌려보면 제일 큰 과제가 건전한 당정관계였는데 그런 얘기 하나도 없이 며칠 전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얘기가 나오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혁신위를 직격했다.

이 뿐 아니라 박 대변인은 “혁신위가 제시한 안 중 (중진 등 희생) 혁신안 외엔 답이 다 갔다. 대사면은 했고 의원정수 줄이고 세비 줄이자는 것은 법률이라 여야 협상 문제라고 말했다. 출마 대상자 신청자에게 불체포특권 받는 제도도 만들고 있고 컷오프는 20%보다 더 높은 22.5%를 했다. 청년 비례도 숫자 문제지만 가급적 많이 되도록 획기적 가산점을 만들려는 것”이라며 중진 등 희생을 요구한 6호 혁신안에 대해선 “당헌에 관련된 문제다. 최고위원은 공관위에서 배제되는데 최고위에서 만약 그런 내용을 의결하면 가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尹과 만난 김기현 “소통 잘 돼…후보 배치? 내 말대로 될 것”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당과 대통령실은 원활한 소통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당과 대통령실은 원활한 소통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반면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요한 혁신위는 당내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해체 위기에 있고 당마저 사욕에 눈멀어 도와주지 않는다”고 현 여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한편 윤 대통령에 대해선 “대통령실 인사들은 모두 양지를 찾아 떠나고 미숙한 참모들만 데리고 힘든 국정을 끌고 가야 하는구나. 첩첩산중에서 나홀로 백척간두에 섰으니 다가오는 엄동설한을 어찌 할꼬”라고 걱정을 담은 글을 올렸다.

여기에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도 5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위원장이 혁신을 주장하는 톤이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 가까이에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나. 대통령도 국민의 마음에서 혁신이 이뤄지고 또 당이 변화를 겪어야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통령도 그런 바람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인요한 혁신위의 혁신이 성공하기 바란다고 보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저는 그렇게 본다. 결국 혁신위를 출발한 목적을 달성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혁신위 쪽에 힘을 싣는 자세를 취했다.

급기야 이를 관망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선 지난 4일 오후 강선우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의 잇따른 혁신안 거부로 인요한 혁신위는 결국 빈손으로 해산될 처지”라고 논평했으며 정청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 위원장이 곧 뉴스에서 사라질 것 같다. 괜히 본인의 서대문 불출마 성과 하나만 남게 됐다. 혁신위는 결국 시간벌기용 아니었나”라고 꼬집어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6호 혁신안 거부로 혁신위가 존재감을 잃어 조기 해체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당 혁신’을 보여주려던 국민의힘 지도부로선 자칫 역풍을 맞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그래선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인 지난 10월18일 상견례 오찬 회동 이후 처음으로 김기현 지도부는 5일 윤석열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번 오찬 회동에 대해 이만희 사무총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생 정책, 예산 등 모든 분야에서 당과 대통령실 간 원활한 소통 체계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으나 김 대표는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윤 대통령과 여러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특히 김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오찬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겪어본 보수당 대통령 중 가장 소통이 잘 되고 언제든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다 나눈다. 난 직접 만나서 어떨 때는 서너 시간 얘기하고 하루에 서너번씩 통화한다. 이런 저런 얘기를 의제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다 얘기한다”며 내년 총선 후보 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내가 한 말 그대로 실천될 테니까 보시라.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 그 과정도 매우 공정하고 객관적이게 진행될 것이니 보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윤 대통령과 만난 뒤 김 대표가 한층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 결국 윤 대통령도 혁신위보다 김 대표 체제 쪽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인 위원장이 잠행 중인 가운데 오는 7일을 기점으로 혁신위의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지, 또 어느 한쪽의 타격이 불가피해진 국면 속에 당 안팎에 어떤 파장을 미치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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