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꼼수 쓸 줄 몰랐다. 제2, 제3 이동관도 탄핵”
“방송장악에 앞장서 놓고 법적 책임서 도망치다니 국민 우롱”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끝까지 표결 통과
김기현 “국정 마비, 발목잡기...민주당 국민들 심판 직면할 것”
尹, 노란봉투법·방송3법 거부권 행사...대치 국면 장기화 될 듯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를 하고 있다(우) 사진 / 이훈 기자(좌), ⓒ뉴시스(우)
국민의힘 의원들이 1일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폭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를 하고 있다(우) 사진 / 이훈 기자(좌), ⓒ뉴시스(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먼저 사표를 던지고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 수리함에 따라 그간 ‘탄핵 정국’을 주도해온 더불어민주당이 허를 찔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선을 제압당하지 않겠다는 듯 한층 더 격앙된 반응을 쏟아내면서 검사 탄핵을 강행하는 등 폭주하는 모양새다.

◆ 이동관 사표 수리한 윤 대통령…與 “방통위 지키고자 결단”

이 전 위원장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는 이유로 민주당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앞서 지난달 30일 저녁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는데, 민주당 원내 단독 과반인 만큼 탄핵소추안 의결이 불가피한데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길게는 180일 동안 업무가 정지될 수 있어 자진사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본래 방통위는 위원장과 상임위원 4명 등 5인 합의제 기구지만 지난 8월 말 출범한 ‘6기 방통위’는 이 전 위원장과 이상인 방통위원 2명이서 운영 중인 상황이라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통과되면 방통위가 반년 가까이 기능 정지 상태가 될 수밖에 없어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도 1일 이 전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면직안을 재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전 위원장은 취임한지 95일 만에 물러나게 됐는데,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구두 논평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의 사퇴와 관련 “방통위를 무력화시키고자 한 민주당의 ‘나쁜 탄핵’으로부터 방통위를 지키고자 이 전 위원장 스스로 직을 던지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호평하면서도 “수장을 잃은 방통위는 당분간 업무에 차질을 빚게 됐다. 민주당의 위원장 탄핵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이뤄진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또 이 전 위원장 본인도 이날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원장을 사임하는 것은 거야에 떠밀려서가 아니고 야당 주장처럼 정치적 꼼수는 더더욱 아니다.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며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이라고 자신의 사퇴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이 전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이날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 안건도 자동 폐기 됐는데, 다만 이 전 위원장이 물러난 만큼 윤 대통령이 지명한 이상인 부위원장 1명만 남게 된 현 방통위에선 당장 직면한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처리를 비롯해 연말로 유효기간이 종료되는 KBS, MBC 등 지상파 34개 사업자와 141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 안건 등 주요 현안을 의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주요 업무 처리를 위해 오히려 빨리 방통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방통위 구성원 5인 중 3명은 국회가 추천하게 되어 있고 특히 이들 3명 가운데 2명을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정당의 교섭단체가 추천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원장 탄핵까지 불사하면서 방통위 기능 정지를 노린 야당이 방통위 정상화에 적극 협조할 가능성은 희박한데다 여당에서도 국회 몫의 방통위원 3명이 임명된들 기껏해야 대통령 몫 위원 1인과 여당 몫 위원 1인 대 야당 몫 위원 2인 구도가 되기 때문에 미온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이 전 위원장의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는데,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방통위원 3인을 임명하면 탄핵소추 상황에서도 방통위의 정상화가 가능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방통위 구성을 3대 2로 하기로 했다. 숙의와 협의를 하지만 그래도 여당이 상황과 결정을 주도하도록 한다는 정신 때문”이라며 “말씀대로라면 2대 2 구조가 돼서 꽉 막혀 있는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되겠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상태는 똑같고 시끄럽기만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아울러 이 전 위원장은 민주당을 겨냥 “거대야당이 숫자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탄핵 부당성은 이미 국민 여러분께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국회 권한을 남용해 마구잡이로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의 헌정 질서 유린 행위가 부당함을 알리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며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대한민국의 글로벌 미디어 강국 도약과 윤 정부 성공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할 것이다. 언론 정상화의 기차는 계속 달릴 것”이라고 자신의 향후 거취도 밝혔다.

◆ 민주 “이런 꼼수 쓸 줄 몰랐다…방송장악 계속하겠단 오기”

이처럼 민주당의 방통위원장 탄핵이 불가능해진 데 대해 1일 기자들이 ‘민주당이 수 싸움에서 밀린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런 꼼수를 쓸 줄은 잘 몰랐다. 전혀 예상하기 어려운 비정상적인 국정 수행 행태라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답하면서도 “이렇게 꼼수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비정상적 행태에 대해선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아 책임을 묻고 또 방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거부권 남발 규탄 및 민생법안 처리 촉구 대회’에서도 “대통령과 정부는 이동관의 탄핵을 막기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무수한 법안들을 심사조차 하지 않고 미뤄두고 있다. 국가권력을 국민과 국가를 위해 행사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정권 보위를 위해 남용하고 있다”며 “방송장악을 위해, 그리고 이동관의 아바타를 임명하기 위해 이렇게 국회를 무시하고 사퇴시키는 꼼수로 국정을 훼손하고 있다. 반드시 이 정권의 오만과 독주를 저지하고 국민이 진정으로 나라의 주인으로 존중받는 민주적 사회를 꼭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전 위원장을 겨냥 “방통위의 기형적 운영과 방송사 보도 시스템 개입, 공영방송 이사 불법 해임, 법적 근거 없는 가짜뉴스 심의 요구 등 본인이 벌인 일이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까 두려웠나. 위법을 불사하고 방송장악에 앞장서놓고 법적 책임에서 도망치다니 국민 우롱”이라며 “이 전 위원장의 사퇴는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부담을 피하며 방송장악을 계속하겠다는 오기의 표현”이라고 한 목소리로 맹공을 퍼부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최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서도 “노조법과 방송3법에는 거부권 행사하면서 야당이 발의한 이 전 위원장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막겠다는 꼼수가 기가 막힌다. 언론을 장악해 총선 보도를 조종하려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오만함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윤 정권과 국민의힘에게 언론장악이 제1과제라면 민주당과 국민에게는 언론장악 저지가 제1과제”라고 맞받아쳤다.

심지어 같은 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가진 대정부 규탄대회에서 “잘못된 공무원과 범죄 혐의가 있는 공무원은 사표 처리하면 안 된다. 파면시켰어야 하는 것”이라며 “헌법을 유린하고 범죄 혐의를 저지른 고위공직자에 대한 법적 처리를 대통령이 방해한 것이다. 대통령은 분명 오늘부로 국회와 민주당에게 대결과 독선을 선포한 것”이라고 윤 대통령을 성토한 데 이어 “민주당은 오만한 정권과 잘못된 정권에 대결하고 끝까지 저항하겠다. 어느 카드든 맞설 각오가 돼 있다”고 한층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 민주 “제2, 제3 이동관도 탄핵”…與 “국민 협박과 다름없어”

김진표 국회의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야당 의원들의 단독 의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뉴시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13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직무대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야당 의원들의 단독 의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뉴시스

급기야 홍 원내대표는 “방통위원장에 어떤 사람이 오든 이런 독임제(獨任制) 행태는 스스로 정부가 인정했다. 2인 독임제 형태의 결정은 다 위법한 행태”라며 “제대로 된 위원장을 보내기 바란다. 또 다시 중대한 결정을 한다면 제2의 이동관, 제3의 이동관도 다 탄핵시키겠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다면 국회는 그에 대한 정당한 탄핵권을 갖고 있어 또 다시 이동관 방식처럼 위원장을 보낸다면 그대로 좌시하지 않겠다”고 차기 방통위원장 탄핵 추진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비단 방통위원장 사안 외에도 그는 “다음 주 예정된 대법원장 인사청문위원장이 김도읍 법사위원장인데 수용할 수 없으니 교체해 달라. 교체가 안 된다면 대법원장 인사청문회가 정상적으로 가동 안 될 것”이라며 여당까지 압박하고 나섰는데, 이렇듯 초강경 대응에 나선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 전 위원장 탄핵은 무산된 대신 나머지 손준성·이정섭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끝까지 표결해 통과시켰다.

현직 검사가 탄핵 소추된 것은 지난 9월 민주당이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 데 이어 헌정사상 두 번째로, 여당인 국민의힘은 표결 직전 퇴장했으나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찬성표를 던져 헌재 심판이 나올 때까지 두 검사의 직무는 정지되게 됐고 이날 표결에 앞서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자정능력을 상실한 윤 정부 검찰의 폭주를 저지할 유일한 방안은 헌법이 국회에 보유한 탄핵소추 밖에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본회의 산회 직후 가진 ‘국회의장 사퇴촉구 및 의회 폭거 규탄대회’에서 “민주당은 매일 한 번 이상, 1일 1탄핵을 상습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방송의 공정성을 세우려는 방통위원장에 대해서도 아무 법적 근거와 합리적 이유도 없이 탄핵하겠다고 설쳐대고 있다”며 “이런 국정 마비, 발목잡기, 손목 비틀기가 반복되면 민주당은 엄중한 국민들의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방통위원장이 부적격이라며 그만두라고 할 때는 언제고, 스스로 물러나니 사퇴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게 무슨 코미디냐. 오직 방통위를 마비시키는 게 목적이었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라고 지적했으며 민주당이 다음 방통위원장마저 탄핵할 가능성을 열어둔 데 대해 그는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임명하는 족족 탄핵하겠다는 것은 국민 협박과 다름없고 공당으로서 해선 안 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김도읍 인사청문특위 위원장 교체까지 요구한 데 대해서도 “민주당이 숫자가 많으니 할 수 없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난주 법사위가 정상 가동되지 않은 것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으로 빚어진 결과”라고 응수했는데, 이렇게 여야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대치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 역시 민주당이 통과시켰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해 이날 거부권을 행사해 당정과 야권 간 대치 국면은 장기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