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악재’인 재판 결과 잇따라…선거제 문제로 내홍 조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이 이제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법원 판결부터 선거제 논란은 물론 진보진영 곳곳에서 대두되는 신당 움직임 등 더불어민주당에 연이어 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모양새다.

◆ 文 압박하는 울산시장 선거 의혹 판결과 李 측근 김용 구속

우선 주목되는 부분은 최근 나온 법원 판결로 민주당 사법리스크가 심화되기 시작한 모양새인데,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황운하 민주당 의원,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도 실형을 선고했다는 점이다.

공소 제기된 지 3년 10개월 만에야 겨우 1심 선고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없지 않으나 총선이 머지않은 시점에 터졌다는 점에선 당시 울산시장이었던 김기현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집권여당에는 유리한 반면 민주당에는 불리한 소식이라 할 수 있고, 어떻게 확대되느냐에 따라 그 후폭풍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까지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민주당 측에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국민의힘에선 김 대표가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공작 사건은 문 정권 청와대가 주도한 악질 범죄이자 문 전 대통령 친구의 당선을 위해 고위공직자가 조직폭력배처럼 자행한 노골적인 선거 공작으로 배후에는 30년 지기를 당선시키는 게 평생 소원이라던 문 전 대통령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며 “모든 가담자에 엄중한 법적 심판이 내려지도록 해야 한다. 문 전 대통령 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과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임종석,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에 대한 수사도 즉각 재개돼야 한다”고 공세에 나섰다.

특히 같은 당 조수진 최고위원도 “사건 공소장에는 문 전 대통령 이름이 35번이나 언급됐고, 대통령 비서실 8개 조직이 송철호 당선에 동원됐다”며 한 목소리로 문 전 대통령 측을 압박했는데,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서울에서 내년 총선 출마할 의사를 밝힌 임종석 전 실장은 자신 뿐 아니라 문 전 대통령까지 수사 받아야 된다고 한 여당의 주장에 맞서 “문 대통령까지 끌어들여서 무슨 조직적인 선거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30일엔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법원이 첫 판결을 내놨는데, 이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대장동 일당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반대로 이 대표 측에 불리한 진술을 이어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무죄를 선고 받아 희비가 엇갈렸다.

황운하 민주당 의원(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뉴시스(우)
황운하 민주당 의원(좌),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뉴시스(우)

이 대표 역시 대장동 의혹으로 검찰에 배임·뇌물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이날 김 전 부원장을 구속시킨 법원 판단으로 이 대표의 향후 재판, 수사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민의힘에선 즉각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같은 날 논평을 통해 “대장동 의혹 첫 판결, 검은 돈과의 유착관계 의심은 진실이 됐다. 오늘 판결로 대선 과정이 검은 돈과 유착관계를 맺었다는 의심은 사실로 밝혀졌고 ‘대선에 불법자금을 1원도 쓴 일 없다’고 말해온 이 대표의 주장과 배치되는 결과”라며 “대장동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낼 법의 심판이 시작됐다. 검은 돈의 흐름 끝에 이 대표가 있음을 국민은 알고 있다”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심지어 이날 무죄 선고 받은 유 전 본부장까지 김 전 부원장이 실형 선고 받은 뒤 “수혜자는 최종적으로 이재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는데,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판이 끝난 게 아니어서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부원장의 실형 선고와 관련 “대한민국은 공직자가 개발 사업 관련 거액의 뇌물과 불법자금을 받으면 감옥에 가야 하는 나라”라고 강조했으며 전날 ‘울산시장 선거개입’ 선고 관련해서도 “2020년 1월 해당 사건 수사 중에 정부가 대검을 해체했다. 결국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곳곳서 내비치는 ‘신당’ 가능성…민주당, 지지층 ‘분산’될 수도

이 같은 사법리스크 외에 또 다른 뇌관은 최근 곳곳에서 조짐을 보이는 진보진영 내 여러 신당 출현 가능성인데,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조만간 검찰 소환이 검토되고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내달 2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본인 저서인 ‘송영길의 선전포고’ 북콘서트를 열고 비례정당 창당 구상을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27~28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국민의힘과 민주당 의정·정책 활동에 얼마나 만족하느냐’고 물은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30.2%(불만족은 64%), 민주당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32.6%(불만족 65.1%)에 그쳤다면 동 기관이 송 전 대표의 신당을 지지하는지 물은 조사에선 두 자리수대인 13.9%가 ‘지지 의향 있다’고 밝혔고 민주당 지지자 중 30.6%가 지지 의사를 내비쳐 아직 본격 창당된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보였다.

이보다 더 민주당에 내홍을 촉발시킬 만한 충격을 줄 수도 있는 인사는 비명계와 함께 이 대표 비판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인데, 이 전 대표는 30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서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꼬집어 “당장 일주일에 몇 번씩 법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우려는 당연하다. 당에서 중지를 모으고 (이 대표 거취에 대해) 결단해야 할 것은 결단해야 한다”며 “지금의 리더십과 강성 지지자들의 영향으로 (민주당의) 면역체계가 무너졌다. 면역체계가 무너지면 회복능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지금 민주당이 그런 상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해서도 “무엇이 국가를 위해 제가 할 일일까를 늘 골똘히 생각한다. 예전부터 개인보다는 당, 당보다는 국가를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인데 말해야 할 때는 말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민주당이 예전부터 견지해온 하나의 원칙이 있다. 다당제를 지지해온 편”이라며 “여러 여론조사를 보면 두 개 (거대) 정당이 30% 지지 받고, 둘 다 싫다는 사람들이 30%쯤 된다. ‘이 시험지에는 정답이 없다’ 하는 분들께 선택의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좌측부터)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이낙연 전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이낙연 전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 가벼이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데, 전날 유승찬 정치평론가는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나와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가 자기를 따르는 호남 지역 현역의원들이 공천 탈락할 우려가 있다면 신당 창당 동력은 배가 될 것”이라며 “조국 전 장관이 호남 기반 신당을 만든다는 얘기들이 많은데 조 전 장관과 이 전 총리의 연합 가능성은 없느냐. 호남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상당히 이완되고 있고, 이 틈새를 파고들 여지가 생긴다면 이번 총선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주당 지지층 표심이 자칫 분산될 것을 우려했는지 임 전 실장은 30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부 여러 가지 의견 차가 있더라도 민주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잘 뭉쳐서 압도적으로 총선에서 윤 정부를 심판해 달라는 게 보편적인 국민들과 지지자들의 요구”라며 “이 대표와 당 지도부가 이낙연·김부겸 총리나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 그분들 자주 만나 당이 충분히 소통하고 소수의견 들어주고 믿음을 줬으면 좋겠다”고 민주당에 당부하기도 했다.

◆ ‘병립형 회귀’ 시사에 “약속 지켜야” 반발…내홍으로 번질까

이밖에도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까지 같은 날 열린민주당 김상균 대표, 정호진·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1월까지 제3지대 개혁연합신당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는데, 이들은 “1인 1표 1가치에 역행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나”라고 발언한 민주당 이 대표와 분명한 입장차를 보였다.

신당 창당 세력들은 거대 양당에 유리한 병립형 비례대표제나 비례 위성정당 창당을 금지하지 않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표제로 선거제가 정해질 경우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아 대체로 반대하고 실정인데, 반면 현 연동형 제도대로면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창당할 수 있어 현재 점하고 있는 원내 다수당 지위를 빼앗길까 우려하는 민주당에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병립형에 무게를 싣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던 지난 대선 당시 공약을 스스로 어기게 된다는 건데, 비명계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3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 대표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반드시 정치개혁을 이뤄냈겠다고 수시로 약속했는데 22대 총선 앞두고 불리하다는 이유로 병립형으로 회귀할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것은 약속을 뒤집는 것”이라며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도 성추문으로 인한 보선엔 후보 안 낸다는 원칙 깨고 전당원 투표로 엎었는데 그 이후로 연전연패 겪고 있다. 약속을 지키고 명분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거제 문제의 경우 이탄희 의원이 자신의 기존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고 민형배 의원도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위성정당 방지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단순히 친·비명계 간 계파 갈등 차원을 넘어서는 사안이 되고 있어 어떤 방향으로 결정 나느냐에 따라 그 파장 역시 클 것으로 관측되는데, 이 이슈를 다루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격론 끝에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오게 될 것인지 소수정당을 비롯한 정치권 내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