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혁신위 권유에도 호응 없는 ‘험지출마’
장제원 “저보고 서울 가란다...서울 가지 않을 것”
김기현 “급발진으로 당 기강 흐트러뜨리는 것”
민주당 “이재명 험지 출마? 논의된 것 없어”
이원욱 “이 대표의 험지는 고향인 경북 안동”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혁신을 위해 ‘험지 출마’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지만 정작 여야 당 대표 모두 이에 대해선 즉답을 내놓지 않고 있어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험지 출마 요구에도 “서울 안 간다”…존재감 잃는 혁신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선 당 지도부, 중진, 친윤계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권고했지만 정작 해당 국회의원들은 전혀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도리어 장제원 의원의 경우 앞서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서 열린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저보고 서울에 가란다. 알량한 정치 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수도권 출마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특히 장 의원은 “여러분과 우리가 꿈꿔왔던 (부산) 사상(구) 발전의 꿈을 완성하는 그 업적 하나로 난 족하다. 부산에 산업은행을 이전해야 하고 2029년도에 가덕도 신공항을 완공해야 한다”며 자신의 현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 출마 의지를 재확인했으며 14일엔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장제원TV’에 “요즘은 장제원 험지에 출마하라고 한다. 저는 눈치 안 보고 할 말 하고 산다. 아무리 권력자가 뭐라고 해도 저는 제 할 말을 하고 산다”고 발언한 교회 간증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14일 혁신위원들과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12월 초까지 국회 일정과 할 일이 많으니 좀 기다려야 한다”며 12월을 시한으로 삼은 채 험지출마·불출마를 권한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고 “저는 지역구 많은 유혹을 받았는데 안 나간다”고 자신은 총선 출마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 속에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 그리고 단순 중진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될 수위가 다 다른데 이걸 자꾸 뭉뚱그려서 전부 ‘수도권 출마’란 형태로 징벌적 조치를 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문제인 것”이라며 “윤핵관과 호소인들은 그냥 사라져야지 이 사람들이 수도권 오는 게 구국의 결단인양 포장해줄 필요도 없고 나머지 분들은 수도권 차출해도 단기간에 경쟁력 확보하기 어렵다. 동력이 떨어져가는 혁신위는 타겟을 명확히 잡고 윤핵관과 호소인들을 정계은퇴 시키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심지어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황보승희 무소속 의원도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 의원을 겨냥 “다른 사람들의 정치인생은 조리돌림하며 흔들어대고 당에서 찍어내더니 당이 죽든 말든 총선에 지든 말든 내 지역구는 소중하니 포기 못한다는 모 인사가 참으로 가증스럽다”며 “그렇게 알량한 정치, 혼자만 살아남아서 대대손손 계속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현재까지 친윤계 국회의원 중에선 이용 의원만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불출마든 험지출마든 당 요구대로 따르겠다’고 밝혔을 뿐 혁신위의 권고는 좀처럼 수용되지 못하는 모양새인데, 이에 대해 같은 당 하태경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의원이 혁신위 권고에 응한 점을 들어 “우리 당의 대통령 메신저로 통하는 분”이라며 “사실관계는 모르겠지만 우리 당은 저게 대통령 메시지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 김기현 “일부 혁신위원 급발진…당 리더십 흔들지 말아야”

한 발 더 나아가 하 의원은 같은 날 JTBC 유튜브 라이브 프로그램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국민이 볼 때 국민의힘 드라마에서 김기현 대표는 조연이고 인 위원장은 주연이다. 조연이 주연에 맞춰줘야지 주연을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혁신위가 무너지면 현 지도부도 의미가 없다. 혁신위가 조기 해산하면 김기현 지도부도 같이 조기 해산하게 될 것”이라고 김 대표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혁신위 일각에서 당 지도부, 중진, 친윤계 의원들의 내년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혁신위 조기 해산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14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기념식’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질서 있는 개혁을 통해 당을 혁신하도록 권한이 부여된 것”이라며 “일부 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될 것”이라고 오히려 혁신위에 경고했다.

김경진 국민의힘 혁신위원. ⓒ시사포커스DB
김경진 국민의힘 혁신위원.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 김 대표는 ‘혁신위 조기 해체론’과 관련해 “정제되지 않은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대해 당 대표로서 매우 유감스럽다. 좀 더 권한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정제된 언행을 했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이 같은 경고 속에 김경진 혁신위원은 같은 날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간담회 참석 후 기자들로부터 ‘조기 해산의 전제조건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초창기에 그런 의견 가진 위원들이 있었고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 혁신위가 최초 형성될 때 이야기”라고 해명했으며 인 위원장도 “다시 한 번 강하게 말씀드린다. 혁신위 조기 해체는 없을 것”이라고 조기 해체론엔 선을 그었다.

또 김 위원은 혁신위가 중진·지도부·친윤의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데 대한 대응으로 의원들의 구체적 명단을 거론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이날 “(명단은) 당연히 없다”고 선을 그었으며 인 위원장도 “그런 일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이런 혁신위에 대해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14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매를 때리더라도 때릴 권한이 있는 사람이 와서 때려야 하는데, 인 위원장은 혁신위 임기가 종료되면 집에 갈 수도 있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분이 계속 혁신한다며 중진 의원들에 불출마 요구하니 의원들 입장에선 우습게 보고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특히 김 전 청년 최고위원은 ‘우유 마실래, 매를 좀 맞고 우유 마실래’라고 중진들에 결단을 촉구한 인 위원장의 발언을 비꼬아 “정치권 문화를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정치권에 물으면 우유로 뺨 맞을 것”이라며 “(인 위원장이) 뺨을 안 맞아보셨나, 아니면 따뜻한 온돌방에 계속 계셨(던 것 같다). 아무리 정치인들이 우습게 보여도 정치인들의 어떤 계략이나 이런 것은 우습게 보셔선 안 된다”고 인 위원장을 직격하기도 했다.

한편 험지 출마 압박을 하다가 오히려 해명하기 바쁜 처지로 몰린 국민의힘 혁신위는 이날 제주도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허용진 제주도당위원장의 요구에 속을 태우기도 했는데, 허 위원장은 “인 위원장 말씀처럼 험지에 가는 것에 100% 찬성한다. 영남 중진들이 서울과 경기로 가면 제주 불모지는 누가 오나. 제주 제2공항이 절실히 필요한데 주무장관이 고향 제주를 위해 마무리 해달라”며 “영남 스타 정치인을 험지로 보내는 게 죽으라는 게 아니라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로 오는 것도 그분을 죽이는 게 아니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제주는 누구나 다 아는 정치적 험지로 중앙당에서 버려진 곳으로 느끼고 있다. 모든 정치가 중앙집중화하고 있고 지방으로 돌려드리는 생각을 왜 아무도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지난 당 대표 선거 때 제주에 비례대표 하나를 달라고 요청했고 김 대표가 공약으로 약속했는데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불모지에 비례대표를 하나 주면 도민들이 ‘국힘이 변하려 하는구나’라고 느껴 총선 분위기도 살아날 것”이라고 혁신위엔 비례대표 배정 관련한 실권이 없음에도 이런 요구를 하기도 했다.

사실상 혁신위로선 ‘수도권 험지 출마’ 주장을 띄웠다가 도리어 되잡혀 난처해진 셈인데, 인 위원장은 “서울과 수도권에 의원이 많아 (거기) 집중하고 이야기 많이 한 것을 후회한다. 제주도도 챙기겠다. 서울에 가서 (허 위원장의) 말씀을 장관께 전달드리겠다”고 말했지만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러면 진행을 더 못한다. 위원장 태도 때문에 우리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고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민주당 내 ‘이재명 험지 출마’ 요구에도 인천 행보한 李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국민의힘에선 ‘험지 출마’ 요구가 좀처럼 수용되지 못하는 모양새인데,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험지 출마’ 요구는 나오고 있으나 지도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명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1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우리나라 정치에서 대표적 기득권자 중 한 명”이라며 “3선 의원 험지 출마론이 나오는 것도 기득권 갖고 있는 사람들이 솔선을 보여라, 이런 거 아니겠나. 이 대표와 이 대표의 측근들이 먼저 (험지 출마를) 선택해준다면 언제든지 당이 가라는 데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어디가 (이 대표에) 험지라고 생각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대표의) 고향이 최적격이라고 생각한다. 경북 안동”이라고 답했는데, 앞서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이 대표에 험지 출마를 촉구하는 등 결단할 것을 주문하고 있으나 이 대표는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지난 7일엔 인천 계양구 교육시설 환경 개선을 위한 특별교부금을 확보했다고 입장을 내놨고 8일엔 인천시와 민주당 인천시당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현안을 논의하는 등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에서 행보를 늘려가면서 사실상 현 지역구로 재출마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총선기획단장인 ‘친명계’ 조정식 사무총장까지 앞서 지난 1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 지도부 험지 출마론에 대해 “당내에서 그런 검토가 논의되는 것은 없다. 저희들은 이미 마련된 시스템 공천 틀 안에서 총선 콘셉트와 방향 등 총선과 관계된 여러 필요한 사항들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일축해 결국 여야 모두 ‘험지 출마론’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어가고 있으나, 어떤 돌발 사태가 일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