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지도부 ‘비명계 5인방’ 윤리심판원 징계 회부 행보, 비명 축출 본격화?
李 체포안 가결표로 갈등의 골 더욱 깊어지는 민주당, 계파 갈등 불가피
비명계 반발, 조응천 “가결 표결했다고 자인한 적 없는데, 어떻게 징계?”
국민의힘도 계파 갈등 첩첩산중, 강서구청장 선거운동 놓고 이준석 발끈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거대야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여소야대 정국의 집권여당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거대야당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여소야대 정국의 집권여당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당내 ‘가결 이탈표’로 인해 국회를 통과한 데 이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 판정까지 내려지면서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으로 나뉘어져 있는 민주당의 계파 간 갈등이 더욱 심화 되는 양상을 보여 이목이 집중됐다.

◆ 이재명 강성지지층 ‘비명계 5인방’ 징계 요청 청원, 野지도부도 동조 분위기?

더불어민주당 강성 당원들은 최근 당 국민응답센터 게시판에 설훈·이상민·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을 ‘비명계 5인방’으로 지목하면서 이들 5명에 대해 징계를 요청하는 청원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는데, 심지어 해당 글에 동의하는 당원들이 5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당 윤리심판원 회부 수순이라고 분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당내 의원들을 향해 부결시켜 줄 것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1일 국회를 통과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친명 중심 체제’로 당을 재정비하면서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실제로 정청래 수석최고위원은 지난달 22일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같은 당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대표를 팔아먹었다”며 “적과의 동침”을 외치면서 “압도적 지지로 뽑힌 이재명 대표를 부정하고 악의 소굴로 밀어 넣은 비열한 배신행위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보복을 예고했었다.

심지어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론이 일면서 돌연 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자리를 내려놓게 되어 그 후임으로 선출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도 전날(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민주당 윤리심판원 회부는 몇 가지 경로가 있는데, (가결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비명계 의원들에 대해) 당원들이 직접 제소할 경우 윤리심판원에서 다룰 수 있다”고 밝혀 비명계 축출에 힘을 실었다.

더군다나 강성 친명인 박찬대 최고위원도 같은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에서 “당원들이 5만명 이상 청원했던 부분”이라고 강조하면서 “윤리심판원을 거치는 절차가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윤리심판원이 징계와 관련해 독립적으로 심사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비명계 의원들의 징계 절차에 돌입한 것이라는 해석이 잇따랐다.

또한 박주민 민주당 신임 원내 운영수석부대표도 5일 YTN ‘더뉴스’에 출연하여 “가결은 당에 분명한 위해를 끼친 것”이라며 “당시 당 지도부에서도 ‘(가결표) 이건 해당행위다’고 말했다. 그래서 (지난번 가결 상황은) 단순히 생각이 좀 다르다는 것과는 좀 다른 평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 가결표 던졌다고 징계?, 반격 나선 비명계···조응천 “李 사당화 점점 심화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조응천 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좌)와 조응천 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하지만 내년 4월에 열리는 총선을 앞둔 상황으로 당 공천권 싸움과 관련이 깊은 만큼 일부 의원들에게 가결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아야 되는 경우가 현실화될 경우 비명계 측에서도 반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며, 자칫 잘못됐다가는 당내 분열로 인해 민주당이 결국 분당해야 하는 상황도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즉, 친명 일색의 민주당 지도부가 일부 비명계 의원들을 윤리심판원에 회부 결정을 내리게 된다면 계파 간 갈등 격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로 사실상 민주당이 ‘분열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인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실제로 ‘비명계 5인방’ 명단에 포함된 조응천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법적으로는 저를 비롯해 5명 전부 다 ‘가결 표결했다’라고 자인을 한 적이 없다”며 “게다가 당론으로 정한 바 없는 자유투표를 가지고, 양심에 따라 표결한 것을 가지고 어떻게 징계할 것인가”라고 되물으며 반발했다.

이어 조 의원은 “또 설사 당론으로 정했다 하더라도 헌법과 국회법에 따라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귀속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 “양심에 따라 표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조 의원은 “이재명 사당화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특정인의 보위를 위해 당이 운영되고, 여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다른 소리를 내면 ‘수박’이라는 딱지를 붙이거나 온오프라인에 테러를 가하는데, 과연 이런 정당이 공당이냐, 이런 정당이 민주 정당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작심 비판했다.

더 나아가 조 의원은 “누가 생채기를 내서 고름을 만들었는가, 누가 없는 외상값을 만들었느냐고 묻고 싶다”면서 “각이 다른 쪽을 배제하고 당에서 쫓아내려는 것은 건강한 정당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것이다. 체포동의안 표결을 두고 비판은 할 수 있는데 이렇게 거친 언어로 힐난하고 비난하는 것은 ‘원보이스 정당’으로 만들려는 것이고, 이것은 패권정당, 이재명만의 당으로 만들려는 시도인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 비명계 축출 반대 나선 박지원 “아직 공천 절차 남아 있어” 조언, 왜?

더불어민주당의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원로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반면 ‘정치 9단’이라고 불리는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하여 당내에서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축출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색출·축출이 아니라 뭉쳐야 된다. 소통·조정·통합으로 가야지, 분열로 해선 안 된다”며 비명계 축출에 반대하고 나섰다.

다만 박 전 원장은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소탐대실해서 찬성표를 던진 그런 분들은 진짜 양심에 털 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면서 “그 후로도 헛소리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당을 떠나는 것이 좋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 이는 어차피 비명계 의원들을 지금 축출하지 않아도 앞으로 있을 총선 공천 과정에서 권리당원들의 표심에 의해 걸러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 전 원장은 “색출·축출 이것보다는 앞으로 4~5개월 있으면 공천이란 절차가 남아 있다. 민주당의 공천은 권리당원 50%, 국민 50%인데, 당원과 국민한테 맡겨보자”며 “그분들이 잘못했다고 하면 당원과 국민들이 솎아낼 것이 아닌가”라고 진단하면서 사실상 지도부를 향해 비명계 축출에 앞장서서 일을 키울 필요가 없음을 에둘러 조언한 셈이 됐다.

무엇보다도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로 인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는 분명해 보였는데, 심지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비명계 의원들을 비하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수박 당도 감별 사이트’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분노감을 표출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사이트는 비명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당도 5’로 표시했으며, 친명계 의원으로 분류되면 ‘당도 0’을 기록해 사실상 비명계 의원들을 공격하기 위해 좌표찍기를 한 것이나 다름없어 일각에서는 민주당은 이미 지지층까지도 심리적 분당 상태가 되어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국민의힘도 계파 갈등 극심, 이준석 “김태우 선거운동?, 오보···더는 안 속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국민의힘도 민주당 못지않게 친윤(친윤석열)과 비윤(비윤석열)의 구도로 나뉘어져 계파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대표적인 비윤으로 분류되는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 일각에서 자신이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 선거운동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에 대해 “김 후보 측에서 도움을 요청한다는 보도는 오보일 것이다. 염치가 있으면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저는 김 후보가 많이 어려웠던 문재인 정부 시절, 수원지검에 조사받기 위해 출석할 때 옆에 같이 동행한 적도 있지만, 김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 이후 ‘김태우TV’라는 곳을 존속시키면서 몇 달간 ‘이준석 죽이기’ 콘텐츠를 계속 내보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도와줬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는 것도, 양두구육 하는 후보에 속는 것도 각각 한 번이면 족하다”고 거부의 뜻을 밝히면서 “이번 선거는 철저하게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통령과 마음이 맞는 인사들로, 대통령에게 맹종하는 인사들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앞서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당에서 이 전 대표에게) 공식 요청이 아직 없는 것 같지만, 이 전 대표는 같은 당인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국민의힘 당인이니까, 당의 요청이 있든 없든 가서 한번 둘러보고 힘을 모아주는 그런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며 선거운동을 기회로 당내 화합을 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극심한 여야 계파 갈등에 큰 그림 그리는 조원진, 비윤·비명 연합 신당창당설까지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 시사포커스DB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 시사포커스DB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상황인 만큼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둘 다 계파 갈등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상당했는데, 실제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이준석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공천 못 받는다”고 진단했다.

조 대표는 “공천은 윤석열 대통령 중간평가라는 얘기가 나오니까 결국은 대통령실하고 김기현 대표 체제가 공천의 조합을 이뤄서 갈 거라 보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싫은 사람은 절대 같이 안 간다”며 “제가 보기에는 이준석, 유승민은 같이 가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는 민주당의 탈당·가결파와 국민의힘의 비윤 세력의 ‘신당 창당’의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그는 “무당층이 30% 이상 되면 정치인들은 근질근질한다”며 “호남 중심에 양향자에 민주당 탈당, 그리고 (비윤의) 국민의힘과 합쳐 제3지대가 나오는 것이 마지막 그림이고,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시간이 없으니 나올 사람들은 빨리 나와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 아니냐”고 주장하며 다소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이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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