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 정족수에서 1표 더 나와…이탈표로 이재명 체제 ‘치명타’ 불가피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0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종 가결됨에 따라 민주당을 비롯해 내년 총선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 李, ‘부결’ 요청했지만 자충수 됐나…‘벼랑 끝’ 몰린 이재명 체제

검찰이 백현동 개발특혜 관련해 200억원 배임 혐의,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으로는 800만달러 뇌물 혐의 등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21일 국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재석 295명 중 출석의원 과반 요건을 넘긴 ‘찬성 149표’가 나오면서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초 표결 전만 해도 정치권에선 야권을 중심으로 부결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던 만큼 이날 29명의 이탈표가 민주당에 주는 충격은 컸는데,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표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예상치 못한 결과라서 많이 놀랍고 충격적이다.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부결을 호소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특히 이 원내대변인은 이날 체포동의안 표결 직전까지 “이 대표가 (박광온 원내대표와 만나) 향후 당 운영과 관련해 통합적 당 운영을 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다”고 강조하는 등 혹시 모를 가결 가능성을 차단하고자 이 대표가 비명계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리더십은 도마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바로 전날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고 이 대표가 직접 호소하는 입장문을 내놓은 점이나 본회의 표결이 있는 이날 투표 직전까지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인증한 국회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확산시킨 부분 역시 도리어 비명계 의원들을 자극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이원욱 의원은 앞서 이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제1야당 대표가 아무 사전 절차나 사과도 없이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약속을 뒤집어버렸다. 이제 개딸 말고 이 대표의 말을 신뢰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이 대표의 ‘부결’ 호소 메시지에 대해서도 “가결 표결이 예상되는 의원들 색출해서 겁박하라는 의미 아닐까”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직접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한 것은 불체포특권 포기를 천명했던 명분마저 스스로 내던진 셈이어서 비명계 입장에선 당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로 당 전체를 흔든다는 비판적 시선을 보냈는데, 이 의원은 “방탄 단식이라고 하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돼버렸고 어떤 미사여구를 써도 그거 극복하기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고 본다. 심지어 진보 언론사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하고 대국민 약속을 지켜라’라고 하는 사설을 쓸 정도”라며 “왜 그렇게 두려워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동훈 법무부장관까지 이날 표결에 앞서 이 대표 체포동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석달 전인 6월19일 이재명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저에 대한 정치수사에 대해 불체포권리를 포기하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했고 누가 억지로 시킨 약속도 아니었다. 조작 수사라고 해도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면서 정당한 수사니 뭐니 하는 부가 조건을 달지도 않겠다고 스스로 명시적으로 약속한 것이어서 다른 해석의 여지도 없다”고 강조하기도 해 설령 이날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로선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웠다.

◆ 격앙된 친명계 “그래도 동료의원 믿었는데…민주당도 죽어야”

21일 국회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21일 국회 앞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체포동의안 부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처럼 ‘부결 호소’가 도리어 자충수로 작용한 가운데 앞서 지난 2월 위례·대장동·성남FC 등 의혹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첫 체포동의안 투표 당시 찬성 139명, 반대 138명, 기권 9명, 무효 11명이란 표결 결과와 이번 백현동·대북송금 관련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비교해보면 이날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찬성이 더 늘어난 데 반해 반대표와 기권·무효표는 더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동안 이 대표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마음은 첫 체포동의안 표결할 때보다 더 떠나간 것으로 수치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무효와 기권까지 포함하면 민주당 의원이 최대 39명까지 이탈한 것으로 볼 수도 있어 내년 총선도 7개월여 앞둔 시점에 현 이 대표 체제로 그대로 갈 수 있을지 당내 격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일단 이날 일부 자당 의원들의 이탈표에 힘입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데에 당 지도부 인사들은 침묵을 지킨 채 긴급회의에 들어갔고 국회 앞에 모여 ‘부결’을 외치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격앙된 상태로 국회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급기야 원외 친명계 인사들이 주축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가결 이후 “민주당 일부 의원에 대해 큰 실망을 표한다. 노골적인 야당탄압에 저항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 의원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명계 의원들을 압박하는 논평을 내놨으며 친명계로 꼽히는 강득구 의원은 아예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그대로 역사의 진보와 동료의원들을 믿었는데 망연자실이다. 민주당도 죽어야 된다”고 사실상 가결표를 던진 자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이에 자칫 ‘분당’으로 치달을까 우려한 듯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안하고 죄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 탈당하지 말고 이 대표 곁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는데, 같은 당 이동주 의원도 “체포동의안 가결에 참담함을 느끼지만 결코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히거나 전용기 의원도 “피가 거꾸로 솟지만 대열을 정비하겠다. 생각보다 더 큰 싸움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입장을 내놓는 등 몇몇 친명계 의원들은 체포동의안 가결만으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향후 친·비명 간 계파갈등이 사생결단 수준으로 격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만큼 이제 이 대표의 운명은 사법부의 손에 달려있게 됐는데, 통상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일정을 공지한 날로부터 2~3일 뒤에 진행한다는 점에서 추석 연휴 전인 25일부터 27일 사이에 심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 대표가 장기간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점이 변수가 돼 심사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실제로 법원은 오는 22일 진행하기로 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2차 공판도 단식으로 인한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연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하지 않은 채 서면심리로만 진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 만일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이후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총선을 불과 몇 개월 앞둔 민주당은 당 대표가 수감된 ‘사령탑 부재’ 상태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킬지 어떻게 할 것인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李 체포동의안 가결에 “민심 반영” 평한 與…향후 유리? 불리?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2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의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이런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의사일정과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해 “어느 누구도 민심을 이길 수 없다.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하면서도 “민주당도 오늘 상황으로 혼란스럽기는 하겠지만 공당으로서 민생을 책임지는 모습으로 돌아와 줄 것으로 생각한다. 민생의 시간으로 21대 국회를 마무리했으면 한다”고 민주당에 당부했다.

또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어떤 꼼수도 법치를 피해갈 수 없음이 증명됐으나 그럼에도 절반에 가까운 반대표가 나왔다는 것은 아직도 제1야당의 상당수가 얼마나 국민 마음을 읽지 못하는지, 얼마나 국민이 아니라 자신의 공천만 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하기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솔직히 (가결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국회가 이 대표의 늪에 빠져 국가 경제나 민생을 도외시한 부분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도 판단한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한 발 더 나아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근래 김남국 의원의 민주당 탈당과 최강욱 의원의 의원직 상실 등 강성 친명계인 ‘처럼회’가 흔들리는 점도 꼬집어 “‘처럼회’로 대표되는 극렬 정치인사들의 연이은 몰락과 오늘 체포동의안 가결은 우연이 아니다. 오늘 체포동의안 가결을 통해 민주당이 탈(脫) 이재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게 민주당의 정상화와 여야 협치를 위한 길”이라고 민주당에 촉구했으며 같은 당 박수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후보라고, 거대야당 대표라고, 국민이 부여한 의회 권력을 방탄으로 활용한 결과다. 이제 구속 여부는 사법부 판단에 달려있는데 사필귀정은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조경태 의원은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상식과 양심이 지켜졌다.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다만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을 여당에 호재로 볼 수 없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아 하태경 의원의 경우 표결이 이뤄지기 이전인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우리 당 큰일 난 거다. 우리 당이 혁신하고 중도 확장으로 가지 않으면 이제 이 대표 구속되는 바람에 우리 당은 총선에서 참패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덕분에 그간 여당이 입었던 반사효과가 이 대표 구속 이후엔 사라지기 때문이란 취지의 주장인데, 이 뿐 아니라 하 의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민주당에 불어 닥칠 후폭풍에 대해서도 “한두 달, 조금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혁신이 되는 것”이라고 전망해, 과연 이 대표의 구속이 윤석열 정권의 후반기 국정 동력에 힘을 실어주려면 내년 총선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국민의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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