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직 상실됐던 김태우, 與 경선 통해 다시 당당히 여당 후보 돼
與도 적극 지원 “김태우는 공익제보자, 여야 대립 아바타 되면 안돼”
김태우에 날 세운 野 “尹이 구청장 후보 사천한 것. 심판받게 될 것”
보선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 책임’ 직면 불가피, 지는 쪽은 치명상?
정의당·진보당도 與 ‘김태우 공천’ 맹비난, 야권 연대 가능성도 솔솔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김태우 서울강서구청장 국민의힘 후보,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김태우 서울강서구청장 국민의힘 후보,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서울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하여 국민의힘의 후보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최종 후보로 낙점된 가운데 다음 달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의 여야 대진표가 확정되면서 검찰 수사관 출신인 김태우 후보와 경찰청 차장 출신인 진교훈 후보가 작게는 ‘검찰 대 경찰’의 경쟁 구도로, 넓게는 ‘윤석열 정권 대 거대 야당’의 대결 구도로 보여지면서 진검승부(眞劍勝負)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 국민의힘 경선 거친 김태우, 경쟁 후보 제치고 당당히 여당 후보돼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은 지난 15~16일 당원 50%와 일반 유권자 50% 합산 공천룰 방식으로 치러진 국민의힘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인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과 김용성 전 서울시 의원을 제치고 당당히 여당의 후보로 선출되어 이날(18일)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의결됐다.

김태우 후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감찰 무마 의혹’을 폭로해 공익 신고자로서 세간으로부터 집중 관심을 받았지만, 그는 공무원 신분이었던 만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가 적용되어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아 결국 구청장직을 상실했었다.

그러나 그 후 윤석열 대통령이 ‘김 후보의 유죄 배경에 문재인 정권의 문제를 폭로한 공익신고자였다’는 억울한 점을 인정한 듯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김 후보를 사면·복권해 주면서 그는 기사회생으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기회를 얻게 됐다.

특히 김태우 후보는 전날 당선 소감으로 “다시 강서구청장으로 도전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국민의힘 당원들과 강서구민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반드시 당선되겠다”고 포부를 밝히면서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검·경’ 프레임을 거는 것과 반대로 저는 오로지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전날 논평을 통해 “이번 선거는 무능과 실정을 넘어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문재인 정권의 국민 기만과 국기문란을 심판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발을 맞춰, 지역발전을 이끌어갈 일꾼을 뽑는 선거”라고 설명하면서 “김 후보는 문 정권 청와대의 감찰무마 의혹을 폭로하며 공정과 상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며, 직전 구청장 출신으로 ‘구정의 연속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졌다”고 긍정 평가했다.

◆ 김태우 향해 적극 지원 나선 與, 김기현 “김태우는 불법 알린 공익 제보자”

 

이렇듯 국민의힘에서는 김 후보가 정정당당하게 경선 절차를 통해 공천된 후보인 만큼 이번 보궐선거의 승리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할 분위기가 엿보였는데, 실제로 이날 판사 출신인 김기현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유죄’면, 김 후보가 무죄인 것이 당연한 이치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권 청와대 내에서 음험하게 저질러졌던 불법 압력을 국민에게 용기 있게 알린 공익제보자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공익제보자로서 보호 조치를 해야 마땅함에도 편향된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사법부는 거꾸로 된 판결을 했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민주당에서 전략 공천한 경찰 출신의 진교훈 후보를 겨냥해 “강서구와 아무 인연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정치적 판단으로 낙하산을 타고 나타난 인물로 강서발전을 이룰 수 없다”며 “강서를 정치판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정치적 낙하산 후보가 아니라, 서울시와 한 호흡으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힘 있는 ‘여당의 머슴직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견제구를 던졌다.

이어 그는 “강서구청장은 중앙정치에 매몰돼 여야 대립의 아바타 역할을 하는 정치직이 아니다”며 “구민의 삶을 보다 윤택해지도록 숙원사업을 해결해야 하는 머슴직이다. 그리고 수습기간이 필요 없이 곧바로 현장을 뛸 수 있는 사람이 강서구청장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김태우 공천에 정조준한 민주당, 박광온 “尹 대통령이 김태우 사천한 것”

윤석열 대통령(좌)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 / ⓒ대통령실(좌), 시사포커스DB(우)
윤석열 대통령(좌)과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 / ⓒ대통령실(좌), 시사포커스DB(우)

반면 민주당 측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진교훈 후보를 총력 지원하고 나선 분위기였는데,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연설에서 강서구청장 보선 후보로 김태우 전 구청장을 공천한 것에 대해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가 대통령의 사면으로 다시 선거에 나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사실상 대통령이 구청장 후보를 사천한 거다.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더군다나 진교훈 후보자 캠프에서도 이날 논평을 통해 김 전 구청장의 공천에 대해 “‘공익 제보자’란 가면이 대법원 판결에 의해 벗겨졌는데도 윤 대통령은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특혜 사면을 하고, 국민의힘은 다시 공천하는 해괴한 작태를 벌였다”면서 “김 후보 선출은 윤석열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또한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김태우 후보를 공천했다는 것은) 국민의힘이 공당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 아니겠는냐”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공세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대통령의 사면권이 이번에 오히려 공적 집행이 아니라 사유화된 모습”이라면서 “비리 혐의자의 재출마 길을 열어주는 사면권을 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 그리고 국민의힘이 화답해서 기한 공천을 한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권력의 오만함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보궐 선거를 통해 윤석열 정권의 민낯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죽다 살아난 것이 자랑인가. 후안무치의 상징 김태우 후보의 ‘숟가락 얹기’가 민망할 지경”이라면서 “이번 선거는 ‘비위 공무원’ 출신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의 정치생명을 살리는 선거가 아니라, 강서구민의 안전과 민생을 살리는 선거다. 김 후보는 자중하길 바라며, 숟가락 얹기를 그만하고 보궐 선거 비용 40억 원부터 물어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 보궐선거 결과에 여야 지도부 책임론 직면 불가피, 與이용 “접전 될 것”

서울 강서구청 건물 전경. 사진 / ⓒ 강서구청
서울 강서구청 건물 전경. 사진 / ⓒ 강서구청

한편 일각에서는 김태우 후보가 확정되면서 경찰 출신을 일찌감치 전략 공천한 민주당 측의 후보와 ‘검찰 대 경찰’의 대결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으며, 더 나아가 총선 전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정권 심판 또는 거대 야당의 방탄을 위한 국정 발목잡기에 대한 심판론도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면서도 또 다른 일각에서는 민주당 측이 일단 이번 보궐선거에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김태우 후보가 공익 제보자라는 인식도 자리매김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짚으면서 여야의 지도부 모두 이번 선거에서 지는 쪽이 선거 패배의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해 사실상 어쨌든지 간에 정면 승부가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즉, 여야의 지도부가 모두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의 승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의 지도체제 개편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로 풀이된다.

다만 국민의힘 측에서는 대체적으로 이번 보궐선거에 대해 싸워 볼 만한 선거라고 진단하는 분위기가 높아 보이기도 했는데, 특히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김태우 후보는 전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고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며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더군다나 이 의원은 “더 깊이 보면 우리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보궐선거에 있어서 지난 정부의 잘못된 부분을 다시 한번 되짚어볼 상황이 아닌가 싶다”며 여전히 강서구에서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우세하다고 주장하면서 “절대로 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접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강서구청장 보선, 야권 연대 가능성도 솔솔···정의당·진보당도 총공세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 훈 기자

하지만 야권에서는 김태우 후보를 두고 야권이 서로 연대하면서 연합 작전을 펼칠 기류도 엿보였는데, 실제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김태우 후보 공천은 그야말로 민주주의 파괴 정당의 진면목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최소한의 상식도 저버린 이번 공천에 구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 대표는 “김 후보가 ‘대선개입, 선거공작, 통계조작에 맞설 후보’라며 치켜세우고 있지만, 오히려 경선 개입과 조작 투표 논란이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며 “부끄러움조차 잃어버린 국민의힘에게는 매서운 민심의 심판만 기다릴 뿐”이라고 맹폭했다.

더 나아가 그는 “범죄자 김 후보자가 입맛에 맞는 이들은 이번 선거를 전 정권과의 전쟁으로 변질시키고 싶은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 뿐”이라고 혹평하면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오직 주민의 복지 증진을 위해 봉사할 진짜 대표를 강서구청장 자리에 앉히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경쟁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그 자리에 범죄자 김태우 후보가 설 공간은 없어야 하는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또한 진보당에서도 마찬가지로 김 후보자의 공천에 대해 맹비난했는데,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이날 진보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서 “보궐선거를 만든 장본인을 재공천한 일은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 윤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사면‧복권할 때부터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며 “김 전 구청장 공천으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퇴출’ 선거가 되었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윤 대표는 김태우 후보를 공천한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법도 원칙도 없는 정당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존재할 자격이 없다”며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 복합위기로 고통받는 국민을 위해 모든 힘을 다 쏟아도 모자랄 판에 범죄자 출마로 선거를 퇴행시킨 오만한 행태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 강서구민을 우롱하는 오만하고 뻔뻔한 행태를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정의당은 아시아나 승무원 출신인 권수정 후보를, 진보당에서는 한의사인 권혜인 후보를 각각 공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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