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단식장에 발걸음 안 하는 정부·여당에 불만 내보인 野
이재명 단식 출구 위해 앞장선 중진들, ‘단식 중단’ 요청까지
우원식, 김기현 겨냥 “참 옹졸해···집권여당 대표 역할 해달라”
이재명 지지자들도 ‘단식 중단’ 청원 나서, 16000명 동의 돌파
조원진 “李 단식 출구는 단식 계속 더 하는 것, 3~4일 더해야”
李, 못끝낸 조사 마치러 12일 檢출석···과연 검찰 조서 날인할까?

단식 12일째를 맞이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본청 앞에 차려진 단식장 천막에서 수척해진 모습을 보이며 자리에 누워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단식 12일째를 맞이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본청 앞에 차려진 단식장 천막에서 수척해진 모습을 보이며 자리에 누워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여러 가지 의혹의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12일차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위한 출구전략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움직임을 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 이재명, 지난 9일 檢조사 과정에서 건강 악화돼 ‘조사 중단’···李 건강 우려하는 野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조건 없는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지만, 이 대표의 단식을 중단할 명확한 조건을 내걸지 못한 탓에 서서히 야권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솔솔 나오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큰 고심에 빠진 분위기가 역력해 보인다고 정치권 일각은 관측했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9일 검찰의 소환조사에 응한 이후로 건강 상태가 급격히 저하되어 결국 검찰 조사를 받던 도중에 ‘조사 중단’을 요청했으며 더욱이 11일 열린 공개 당무 일정인 당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는데,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는 매우 위험한 상태로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면서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문자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다”고 알리고 나섰다.

그간 여권을 중심으로 이 대표는 검찰 조사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의 ‘방탄용 단식’이라는 비판을 들어왔던 터에 지금과 같이 검찰 조사를 끝마치지 못한 상황에서 단식을 중단할 그럴싸한 명분을 찾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게 보편적인 시선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위한 출구전략에 더욱 고심하는 분위기가 커 보였고, 그런 탓에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민주당 중진들도 적극적으로 이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는 목소리를 내고 나선 모습을 보여줬다.

◆ 이재명 단식 중단 출구 찾아 나선 민주당, 중진들 앞장 ‘단식 중단 권유’

단식 12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단식 농성 천막에서 민주당 중진의원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단식 12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단식 농성 천막에서 민주당 중진의원과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무엇보다도 민주당 중진들의 움직임이 많아진 분위기가 분명해 보였는데, 5선의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하여 “오늘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단식 농성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대대적으로 알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오늘 단식을 만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대표가 12일째 단식 중인 상황에서 중진들이 가만히 있는 건 문제가 있고 사실 좀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국회의장 출신인 박병석 의원을 비롯해 김상희·김영주·김태년·노웅래·설훈·안규백·안민석·우상호·윤호중·이인영·정성호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 설치된 이 대표의 단식 투쟁 천막을 찾아 단식 중단을 권유하면서 건강 회복 후에 윤석열 정부에 다시 대응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박병석 의원은 이 대표에게 “이 대표는 지금 건강과 체력에 한계가 온 것으로 보이는데,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하길 중진들이 강하게 권유한다”면서 “단기간에 끝날 문제들이 아니다. 이 대표는 건강을 회복해야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박 의원은 “벌써 10여 분이 함께한 것은 그만큼 중진 의원들의 뜻이 일치된다는 것”이라면서 “이 대표의 의지와 뜻은 잘 알겠지만, 중진 의원들은 이 대표가 건강을 회복한 후에 다시 정비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인 대응 방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깊이 새겨주길 바란다”고 설명하면서 이 대표의 단식을 만류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장을 찾지 않고 있는 정부·여당을 향해서도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를 지켜 주길 당부한다”고 쏘아붙여 사실상 이 대표의 단식 출구전략의 그림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듯 불편한 심경을 엿보였다.

◆ 단식장에 발길 않는 정부·여당에 향한 원망도···우원식 “김기현 옹졸해”

중진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중진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우). 시사포커스DB

더욱이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정권은 처음 본다”며 “야당 지도자 단식 때는 의례적으로 정부 여당이 걱정하는 척이라도 하고 때로는 극적 타협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야당 대표 단식 조롱하고 폄훼하는데, 비인간적 정권이다”고 말해 정부·여당을 원망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더군다나 우원식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야당대표의 절박한 단식을 앞에 두고 집권여당의 대표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신가”라고 쏘아붙이면서 “집권여당 대표 역할을 하라”고 날을 세웠다.

즉, 우 의원은 김기현 대표가 앞장서서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요청하고 더 나아가 대통령실과의 대화까지도 이끌어 낼 수 있는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었는데, 특히 우 의원은 “김 대표는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단 한 번을 찾아오기는커녕, ‘지금 단식하고 계신 것인지 잘 모르겠다’라며 빈정대는 게 정국을 수습하고 풀어가야 할 집권여당의 대표가 할 말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참으로 옹졸하고 천박한 인식”이라고 비난하면서 “지금 국회의 모든 난맥상과 정치의 실종은, 협치는 고사하고 국회와 국정 앞에 일말의 책임도 느끼지 못하는 김 대표의 태도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용산의 눈치만 볼 것이냐”고 비판에 가세했다.

◆ 단식 출구 위해 李 지지자들도 힘 보태며 ‘단식 중단 촉구’ 청원 나서

더불어민주당 청원 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지난 9일 이재명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사진 /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캡처
더불어민주당 청원 게시판인 ‘국민응답센터’에 지난 9일 이재명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사진 /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캡처

이렇듯 정부·여당 측이 이 대표의 단식장에 발길을 하지 않는 모습에 여권으로부터의 단식 출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감지한 민주당 측은 그래서인지 당 내부에서 단식 중단의 명분을 찾기 위한 방안을 꾀하는 움직임을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인지 이낙연 전 대표도 전날 오후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약 4분간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전 대표는 “많이 수척해지셨는데, 동지들도 많이 걱정하니 그 걱정을 덜어 달라”며 “단식을 거두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거듭 당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개딸’이라고 불리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에서도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는데, 이들은 지난 9일 민주당 청원 게시판을 통해 “압도적 지지와 행동을 약속하는 권리당원들을 믿고 그만 단식을 중단하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면서 단식 중단을 촉구했고 현재(11일 18시 기준) 약 1만6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특히 청원인은 “지역구 의원에게 ▲검사 탄핵에 앞장서라고 요구하겠다 ▲일본산 농수산물 전면 수입 금지를 입법화하도록 요구하겠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라고 요청하겠다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관련한 특검을 촉구하겠다”면서 “목숨 걸고 단식 중인 이 대표께 우리 권리당원들은 다음 네가지를 약속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더군다나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도 청원에 대해 동의를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져 사실상 이 대표의 지지층을 통한 출구전략도 꾀하는 듯한 움직임까지 보여준 것이다.

◆ 조원진 “정국 돌파 구도 가려면 李 단식 더 길어져야, 3~4일 더 하라”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 ⓒ시사포커스DB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 ⓒ시사포커스DB

반면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이 대표 단식으로 반명계(반이재명) 사람들도 다 와서 (함께)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법리스크도 거의 묻혀버리는 등 굉장한 이득을 얻었다”고 평가하면서 “이 대표가 정국 돌파를 위해, 민주당이 생각하는 그런 구도로 가려면 단식의 시간은 더 길어져야 한다. 지금부터 한 3, 4일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 대표는 “이 대표 단식이 12일째인데, ‘얼마나 버티느냐’에 관심을 갖고 있다. 이제부터는 검찰, 여권이 아니라 이재명 단식의 시간이다”며 “이재명 대표가 한 3~4일 더 단식하면 얼굴 자체가 달라 보이고 그때부터는 국민들의 생각도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대표의 단식 출구는 단식을 계속 더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욱이 그는 “YS(김영삼 전 대통령)도 병원에 실려가서도 단식을 계속했다. 링거를 맞으면서 곡기를 안 드는 그런 방법도 있는 것”이라고 부연하면서 “이 대표가 20일간 단식에 들어간다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김기현 지도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재명, 12일 검찰 출석 예고, 그러나 ‘검찰 조서 날인’ 할지는 지켜봐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일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수사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편 체력적인 한계에 도달한 이재명 대표는 당내 단식 만류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단식을 중단할 의사가 없음을 더욱 분명히 했으며, 더 나아가 지난 9일 중단 요청했던 나머지 검찰 조사에 대해서도 오는 12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검찰의 부당한 추가 소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응하겠다는 입장이다”며 “이 대표가 조사를 받겠단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검찰 조사에 출석해 조서에 날인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과 관련해 권 수석대변인은 “날인을 할 수도 있고, 제대로 정리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검찰의 조사 과정에서 무리가 있거나 지난 수사 때처럼 진술서에 진술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더 나아가 권 수석대변인은 “검찰이 이번 조사마저 무도하게 조작하는 등 검찰권을 남용할 경우 당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사용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는데,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이 대표 측은 은근 여론전을 펼치면서 사실상 검찰과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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