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조사 일정 두고 기싸움 벌인 이재명, 결국 9일 출석
李, 무기한 단식 나섰지만 ‘방탄용 단식’ 비난에 되려 위기감
野김두관, 李 단식 출구 위해 ‘한덕수 총리 역할론’ 꺼내기도
이재명 단식 중단 전략?, 정부·여당 통한 출구는 일단 막힌 상황
검찰, 단식 중인 상황 고려해 의사진 배치까지 만반의 준비 마쳐
지지층 결집 꾀하는 野, 검찰수사 맞대응 위해 적극 여론전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장을 차려 9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장을 차려 9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사법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31일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에 돌입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과 소환조사 일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오다가 결국 오는 9일에 출석하기로 전격 합의했는데, 다만 이 대표 앞에 놓여 있는 단식 중단을 위한 출구 전략과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어권이 꽉 막혀있는 형국이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 단식 중인 이재명, 검찰조사 12일 고집하다 9일 출석 결정 왜?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그동안 이 대표와 소환일정을 두고 치열한 갈등과 여론전을 펼치며 힘겨루기 양상을 보여왔었는데, 검찰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지난 4일까지 2차례나 이 대표 측과 일정 조율에 실패했었고, 이어 3번째로 오는 7~9일 사이에 일정을 선택해서 출석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앞서 이 대표 측은 검찰에 ‘오는 12일에 출석하겠다’고 고집해 왔다가 돌연 9일 출석으로 입장을 선회했는데, 일각에서는 검찰 측이 검찰 소환일정 요구에 이 대표가 협조를 안하고 있다고 보면서 이번에도 기간 내에 이 대표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곧바로 피의자 조사 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와 어쩔 수 없이 이 대표 측은 향후 있을 재판에서의 유불리 등을 고려해 9일 출석일을 결정 내린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더군다나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실정을 명분 삼아 단식에 돌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법리스크로 인해 ‘방탄용 단식·수사회피용 단식’이라는 의심의 목소리가 이어져 여론상으로도 호응을 받지 못하는 기류로 인해 사실상 단식의 동력도 잃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당 안팎에서도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끊임없이 흘러나왔는데, 실제로 전날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정치 검찰의 무리함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하고자 하는 행위가 국민에게 ‘기승전 방탄’으로 느껴진다”며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으며, 이상민 의원도 같은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하여 “단식의 명분이 불명확하다. 단식의 의미가 전혀 부각이 안 되고 있다”고 결을 함께 했다.

다만 더 큰 문제는 이 대표가 단식 중단의 목표를 세우지 않고 투쟁을 시작한 탓에 단식 출구전략도 없다는 점이었고, 결국은 단식을 중단하는 경우의 수는 한 가지로 이 대표가 탈진 등 건강상의 이유로 병원에 실려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일각은 관측했다.

◆ 김두관, 깜깜한 李단식 출구 전략에 ‘한덕수 총리 역할론’ 꺼내

한덕수 국무총리(좌)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한덕수 국무총리(좌)와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우). 시사포커스DB

그래서인지 8일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하여 ‘단식 출구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과거 같으면 벌써 정무수석이 다녀가거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다녀가는 게 보통 상례였다”면서 정부·여당 측에서 이 대표의 단식장에 방문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김 의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 인식이 한순간에 바뀌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그래서 저와 다른 의원들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건의를 했었다”면서 “그런데 한 총리는 대정부 질문 첫날(5일)에 ‘한번 검토를 해 보겠다’고 했다가 그 날 이후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 때 아주 강한 톤으로 반박하는 등 싸움을 거는 것처럼 보여져 한 총리가 입장을 선회한 것 같았다”고 말하며 다소 아쉬워하는 듯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이어 김 의원은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이기 때문에 경색돼 있는 정국을 푸는 역할을 대한민국 총리가 하는 것이 좋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을 풀도록 할 사람은 한 총리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해 사실상 ‘한덕수 국무총리 역할론’이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처럼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다소 유한 성품의 한 총리가 여권 대표로 나서서 이 대표의 단식장을 방문하여 이 대표에게 단식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 총리는 지난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호되게 당해서인지 끝내 이 대표의 단식장을 찾지 않았으며, 더욱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의 단식장에 방문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듯한 모습도 엿보였다.

◆ 정부·여당 통한 이재명 단식 중단 출구 전략은 가능할까?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좌)와 윤재옥 원내대표(우).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좌)와 윤재옥 원내대표(우). 시사포커스DB

실제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야 협치 강화 차원에서 김기현 대표가 이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을 요청하거나 설득할 것을 건의할 생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직까지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하면서 “이 대표가 내일 검찰 출석을 앞두는 등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즉,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 대표가 검찰의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단식 투쟁을 돌입한 것이라고 진단했었기에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고 난 후에 단식에 대한 입장 변화 등 다른 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있어 그 후 상황까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심지어 앞서 김기현 대표는 지난 7일 부산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부산 금융경쟁력 제고 대책 마련 현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검찰 조사에 출석하겠다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이 대표는 황제 수사, 황제 출석의 전문가 같다. 토요일을 일부러 택해서 가겠다는 꼼수가 정말 대단하다”고 비꼬면서 “그런데 이 대표는 아마도 9일 검찰 조사에 가서 서면으로 갈음하고 1시간 조사받고 나오겠다고 하고, 30분 조사받고 나오겠다고 하고, 결국은 몸이 아파 돌아가겠다 하고 그렇게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당당한데 뭐가 그렇게 꼼수가 필요한가. 자꾸 비겁하게 뒤로 숨지 말고 당당하게 하면 된다”며 “제발 그런 꼼수는 안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해 사실상 검찰 조사 진행 도중에 있을 수 있는 이 대표의 응급 병원행에 대해 선제 차단을 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강민국 수석대변인도 “오는 토요일 단식으로 초췌한 모습을 카메라 앞에 보이며 또다시 개딸들에게 응원받으며 검찰에 들어갈 모습이 안 봐도 비디오다. 하지만 그 어떤 꼼수도 법치를 피해 갈 수 없다. 이 대표 역시 법 앞에 평등한 국민 중 한 사람일 뿐이다”고 비판에 가세했고, 더욱이 여당에서 이 대표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강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단식쇼를 하는데 여당이 백댄서를 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해 사실상 정부·여당을 통한 이 대표의 단식 출구는 사실상 없어 보인다.

◆ 단식 중인 이재명 조사 위해 만반의 준비 마친 검찰, 의사에 구급차도 완비

검찰청 깃발(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검찰청 깃발(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한편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하루 앞 둔 검찰도 단식 중인 이 대표의 조사를 원활하게 마칠 수 있도록 많은 준비를 하며 분주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일단 수원지검은 이 대표의 건강 상태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아주대병원의 협조를 받아 의사 1명을 15층 조사실 옆에 대기시켰으며, 구급차 또한 한 대를 청사 밖에 배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울러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이 대표에게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관한 내용을 끝까지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이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150쪽에 달하는 대락 700개 안팎의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급기야 이 대표의 건강 이상 문제가 생길 것도 대비해 핵심 질문만을 간추린 질문지까지 준비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조사는 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될 예정이며, 검찰은 이 대표가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지원비와 방북 비용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포함해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 이 대표에게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재명 구하기 총력전 펼치는 민주당, 지지층 결집 호소에 여론전까지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본청 앞에서 9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본청 앞에서 9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다만 이 대표는 앞선 검찰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서면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하며 묵비권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일각은 분석했고, 특히 민주당 측에서도 이 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칠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 출석 일정을 알리며 지지층 결집에 나선 모습도 보여줬으며, 심지어 민주당 측에서는 이날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의 자필 입장문을 다시 꺼내들면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여론전을 적극 펼치기도 했다.

이날 국회 본청 앞 단식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검찰의) 주변에 대한 강압 수사의 흔적은 실로 우려스럽다. 많은 국민이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더 큰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비판했으며,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아무 상관 없는 쌍방울 대북 송금을 방북 비용 대납이라며 언론 플레이를 하더니 제3자 뇌물 혐의를 덮어씌워 단식 중인 이 대표를 소환하려 한다”며 “검찰의 이재명 죽이기가 찰거머리처럼 집요하다”고 비난했다.

더 나아가 민주당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의 유일한 무기였던 이 전 부지사의 진술마저 압박에 의해 조작된 것임이 드러났는데, 대체 무슨 이유로 야당 대표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소환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쏘아붙이면서 “대북 송금 조작수사에 대해 당에 특검 추진을 건의하는 것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조작수사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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