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이제 파트너” 강조한 尹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도 열려 있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8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뉴시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8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부와는 크게 달라진 광복절 경축사 메시지를 내놓았을 뿐 아니라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확대하려는 뜻을 연일 내비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광복절에 “일본은 파트너” 발언한 윤 대통령, 왜?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5일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다.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반도와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선 한미일 3국 간에 긴밀한 정찰자산 협력과 북한 핵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뿐 아니라 그는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요인이다. 북한이 남침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되어 있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곳”이라며 “사흘 뒤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광복절 경축사임에도 윤 대통령이 일각에서 나올 비판을 감수하고 전 정권과는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는 메시지를 담은 데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외교 노선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오는 18일 사상 최초로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간 별도의 3국 정상회의를 가지게 된다는 점도 우선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왔던, 지난 8~10일 전국 유권자 1001명에게 실시한 한국갤럽의 8월 2주차 정례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긍정평가 이유 1위로 꼽힌 부문이 ‘외교’(22%)였는데, 비록 동 기관이 함께 조사한 현 정부 출범 1년 3개월 분야별 정책 평가에선 외교에 대한 긍정평가가 36%에 그쳤고 부정평가는 과반인 52%였으나 모든 분야 중 유일하게 대북정책에 있어선 긍정평가 40%, 부정평가 44%로 오차범위 이내로 나왔다는 점에서 그간 대북정책과 관련해 한미일 3국 공조로 대응해온 윤 대통령으로선 이런 메시지를 한층 강화하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에 방점을 둔 윤 대통령의 일관된 행보는 일본 언론에서도 의미 있게 바라보고 있는데,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수정부였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광복절 연설은 일본과의 역사 문제를 주제로 해왔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부터의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에 역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일본과의 안보협력을 강조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했으며 마이니치신문도 “일본에 비판적인 발언은 전혀 없었고 한일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오고 있는 것을 근거로 일본을 안보와 경제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 지향적 관계를 내세웠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16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서면인터뷰 및 대통령실이 배포한 국문 발언록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확장억제와 관련해 우리는 한국과 미국, 일본 사이 별도의 협의에도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밝혔으며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 공급망에 대한 정보 공유와 함께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등 구체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북한의 지속적이고 불법적인 핵과 미사일 개발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며, 북한 정권의 고립과 체제 위기만 심화할 것임을 북한이 깨닫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한미일 외교장관 화상회의도 가졌던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15일(현지시간) 언론브리핑에서 “3국 협력 강화는 미국 국민 뿐 아니라 지역과 전세계를 위해 매우 중요하고 이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우리 노력을 더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외국 정상을 초대하고 3국간에 최초의 단독 정상회담이 되는 이번 역사적 회담을 개최하는 이유다. 3국 협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도화하고 정부 고위급 정례 회의를 포함해 다양한 레벨에서 3국 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윤 대통령의 목소리에 한껏 힘을 실어줬다.

◆ 민주당 “한일 군사협력 안 돼” vs 與 “野, 안일한 현실 인식”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민주당 대표(좌),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여야 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인데,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자유와 인권을 공유하는 일본과 군사협력 강화를 선언하는 경축사가 낭독됐는데 이때 일본 정치권은 대거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참담한 상황”이라며 “곧 한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데 벌써 이번 회담이 한일 군사동맹의 문을 활짝 열 것이란 보도들이 쏟아진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해방 이전으로 돌리는 이 패착을 정부가 더 이상 두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일본과의 ‘묻지마 군사협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윤 대통령에 주문했으며 장경태 최고위원은 “우린 (일본에) 한마디도 못하고 오히려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공물 헌납 등 의기양양했으며 미 국방부는 한국과 일본 사이 수해의 향후 공식 표기를 일본해로 쓰겠다고 한다. 굴욕외교로 국격이 낮아지고 국제적 망신만 남았다”고 ‘한미일 3각 공조’를 강조한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도 16일 공식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의 어제 광복절 경축사가 차라리 6·25 기념사였다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광복절에 일본을 공동이익 파트너라며 협력을 촉구한 대일 굴종외교의 결과는 무엇인가. 제대로 된 과거사 정리 없이 무조건적인 일본과의 미래지향적 관계 전환을 강요하는 것은 기만”이라며 “한미일 안보협력 역시 실익은 일본이 얻고 우리는 무슨 이득을 얻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일본을 대변하지 말고 우리 국민과 국익을 대변하는 국익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 같은 야당의 비판에 여당에선 같은 날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어제 윤 대통령의 경축사는 그동안 국론을 분열시키고 과거에 얽매인 공허한 외침에서 벗어나 8·15 광복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고,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민주당은 역시나 안일한 현실 인식과 편협한 사고로 ‘극우 유튜버의 독백’ 운운하며 경축사의 의미를 깎아내리기에 급급했다”며 “‘자유 연대’를 이야기해서 한반도 평화가 멀어진다는 궤변이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대통령 언급에 ‘일본과 공유하는 가치가 무엇이냐’고 되묻는 모습은 황당하기만 하다”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유 수석대변인은 “민주당 말대로라면 경축사 내내 북한에 평화를 구걸해야 하고, 반일민족주의에 기대 일본에 대한 비판만 쏟아내야 한다는 말인가. 지난 5년간 광복절 경축사를 핑계로 이어온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공허한 외침이야말로 실익도, 명분도 없었으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독백’이었을 뿐”이라며 “어제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강화, 굳건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조하며 희생과 헌신으로 지켜낸 자유대한민국에 대한 수호 의지를 천명했다. 그렇게나 민주당이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마음이 진심이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당이라면 대통령의 일성에 시비를 걸 이유가 하등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여당 일각에선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일본에 대한 메시지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과 속도가 아닌 것 같고 반작용이 나올 수 있어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으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같은 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체 대통령실에서 누가 메시지를 쓰고 있느냐, 그 사람 좀 잘라라’ 제가 계속 얘기하는 게 반복되고 있다. 일본에 대해 과하게 언급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 한미일, 공급망·기술 등 경제 협력 강화 관측…유엔사 역할 확대도

8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사 주요직위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
8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사 주요직위자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대통령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한미일 3국 간 관계 강화란 기조를 앞으로 더 굳건히 해나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윤 대통령은 안보협력 차원에서 더 확대해 “공급망의 회복력 강화를 위한 협조 체제를 보다 공고히 해나갈 계획이다.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AI, 퀀텀, 우주 등 핵심 신흥기술 분야에서 공동연구 및 협력을 진행하고, 글로벌 표준 형성을 위해 (3국이) 함께 노력해나갈 것”이라며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와 관련한 질문엔 “한국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수출통제 논의에 적극 참여 중”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미국 매체 악시오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 행정부 관계자들 발언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한미일 정상은 오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정상 간 핫라인 개설, 위기 시 협의 의무 등 정권이 바뀌더라도 3국 관계를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도록 ‘공동성명’에 포함시키거나 별도 문서로 발표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실제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도출될 것인지 벌써부터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에 있는 유엔사 후방 기지를 언급하며 “유엔사령부는 ‘하나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를 굳건히 지키는데 핵심적 역할을 해온 국제연대의 모범”이라고 강조한 만큼 이전 정부 때와 달리 유엔사령부의 입지나 역할 역시 한층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실제로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0일에도 유엔사 주요 직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은 지금도 유엔사를 한반도 적화통일의 최대 걸림돌로 여기고 있다.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하고,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실히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문 정부 때만 해도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북송할 당시 유엔사에 ‘강제 북송’이란 점을 명확히 제공하지 않은 채 판문점 출입 승인을 받아 유엔사가 이후 통일부에 항의하기도 했으며 남측 철도 공동조사단의 북한행을 추진하던 문 정부에 대해 비무장지대 통행 승인권을 가진 유엔사가 불허 결정을 내리는 등 불편한 관계가 이어졌고 급기야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 소속의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2020년 8월 20일 ‘연통TV’ 인터뷰에서 유엔사를 겨냥 “이게 우리 남북관계에 간섭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 유엔에서 예산 대준 것도 아니고 그냥 주한미군에 외피 입힌 것 뿐 족보가 없다”고 비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구나 6·25전쟁 때 의료진 630명을 보내기도 했었던 덴마크는 지난 2020년 초에 유사시 참전할 것을 약속하는 ‘유엔사 전력 제공국’에 참여하길 바란다는 뜻을 먼저 전해왔으나 당시 문 정부는 10여 차례에 걸친 덴마크 측 요청을 모두 거절한 채 ‘전투 파병국’으로만 제한하기도 했는데, 윤 정부는 그와 달리 덴마크, 독일 등 참여를 승인했을 뿐 아니라 오는 21일부터 시작될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에 유엔사 회원국들이 참가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한·미 발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등 유엔사의 존재감과 지위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즉, 한미일 3국 강화에 머물지 않고 유엔사 전력 제공국에 여러 나라가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해 국제사회와의 협력 강화로 대북 억제력을 한층 높이겠다는 구상인데, 그간 북한이 비판해온 ‘유엔사’와 줄곧 불협화음을 냈던 전 정권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시도가 본래 취지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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