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 해체 감사 보고서 공개···김은경 ‘수사 요청’ 의뢰
한화진 “지난 文정부 보 해체 결정, 성급하고 무책임 했어”
환경부, 4대강 16개 보 존치 및 세종보·공주보 정상화 예고
감사 결과에 여야 온도차, 與 “조작·술수” vs 野 “수해 물타기”

윤석열 대통령(좌)과 문재인 전 대통령(우).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추진된 4대강 보 해체와 관련된 감사를 진행하여 20일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석열 대통령(좌)과 문재인 전 대통령(우).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추진된 4대강 보 해체와 관련된 감사를 진행하여 20일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감사원이 20일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의 보 해체 결정이 이뤄진 과정에서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단체’가 개입하고, 이를 당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시했다는 결과를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 감사원, 4대강 보 해체 보고서 공개, 환경부 ‘위법·부당 행위 있다’ 결론 내려

감사원이 20일 공개한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개방 관련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문 정부 시절에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상시개방 결정 과정에서 환경부의 위법·부당 행위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잘못된 경제성 분석 결과를 토대로 보 해체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고 감사원은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당시 환경부는 4대강 조사·평가단이 보 처리 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로 전문위원회와 기획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이 관여하여 4대강 사업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진 단체의 인사를 참여시켰다고 보면서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특히 전문위원회의 경우에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한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인사들로 절반 이상(43명 중 25명, 58.1%)을 채웠으며, 기획위원회의 민간위원 8명도 마찬가지로 같은 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채웠다는 것이 이번 감사에서 밝혀졌다.

더군다나 감사원이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4대강 위원회의 내부 회의록에서 위원들이 ‘반대편의 전문가가 볼 때는 우리보고 웬 무식한 얘기를 이렇게 하냐고 생각할 것 같다’, ‘우리가 보 설치 이전의 수치를 쓰는 것이 아무 생각 없는 국민이 딱 들었을 때는 그게 말이 되네라고 생각할 것 같다’는 등의 내용들도 담겨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또한 감사원은 보 평가와 관련해 경제성 분석 과정에도 문제 제기를 했는데, 환경부가 당시 B/C(비용·편익 비율)값의 산정 방법 및 기준을 미리 정해두지 않았으며, 보를 대표할 측정지점의 자료도 미흡하고 4대강 사업 후 하천 형상 변화 등에 대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이를 감안하지 않아 분석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즉, 4대강 보 해체 및 상시 개방 문제가 당시 문 정부에서 사회적으로 득실을 판단할 객관적 자료가 부실한 상황에서 졸속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는 얘기이며, 실제로 감사원은 이미 지난 1월에 해당 문제와 관련해 김은경 전 장관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는 사실이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 환경부 ‘물관리 계획’ 전면 개편 예고, 한화진 “보 해체 결정, 성급했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0일 국가하천 본류 제방 피해를 입은 충남 논산시 우곤제 현장을 찾아 응급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환경부 제공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20일 국가하천 본류 제방 피해를 입은 충남 논산시 우곤제 현장을 찾아 응급복구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 / ⓒ환경부 제공

이에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이날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받아들이면서 문 정부 당시 결정내려진 금강·영산강 보 해체 및 상시개방 결정에 대해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더욱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정부의 보 해체 결정은 성급하고 무책임했다”며 “이념적으로 지속된 4대강 논쟁을 종식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해 안전을 최우선하는 물관리를 해 나갈 것”이라고 전하면서 4대강의 16개 보를 모두 존치하고 세종보와 공주보 운영을 정상화하겠다고 다짐했다.

더 나아가 한 장관은 “이른 시일에 댐 신설과 (강) 준설 등 과감한 하천 정비가 포함된 치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뒷받침할 인적 쇄신과 조직개편도 신속히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군다나 환경부는 보 해체 계획이 반영된 국가물관리기본계획도 국가 물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변경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은 환경부 장관이 10년 주기로 수립하는 물 관련 최상위 법정 계획이기에 사실상 국가 물관리 기본 계획에 전면 재편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 감사 보고서 발표에 국민의힘 측 “문정부에서 온갖 조작과 술수 난무했어”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지난 6일 국회소통관에서 논평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지난 6일 국회소통관에서 논평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한편 감사원의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여야에서는 역시나 엇갈린 반응을 보여주면서 대립하는 양상이었는데, 일단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는 이날 감사원 결과와 관련해 지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국정 조작을 넘어 국정 농단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감사원이 지적한 문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에 대해 “애당초 문재인 정권은 국민 혜택이나 편익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이념에 파묻혀 4대강 보 해체라는 ‘답정너’ 조사를 했다”며 “잘못된 정책에 개입한 이들 모두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더욱이 강 수석대변인은 “탈원전 보고서 조작, 사드 환경평가 지연, 일자리 통계 조작에 이어, 4대강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도 온갖 조작과 술수가 난무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그토록 이야기하던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이런 뜻이었는지 묻고 싶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문 정권 청와대는 ‘두 달 내에 결론을 내라’며 사실상 졸속 결정을 종용한 것인데, 대체 어떤 국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 결정 과정이 이렇게 편향적이고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말처럼 국가의 미래를 보지 않은 채 이념에 치우쳐 집행된 잘못된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간다”고 개탄했다.

더군다나 같은당 윤재옥 원내대표도 앞서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수해 피해가 예상보다 크게 확산한 것과 관련해 하천 정비에 대한 시민단체의 반대 문제와 4대강 보 해체 문제까지 다양한 지적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꼬집은 바 있으며, 김기현 대표도 전날 서울 양천구 대심도 빗물 터널 현장에 방문하여 물관리를 환경부로 일원화한 문제를 언급하면서 “물관리 실패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고 심대한 재산 피해를 야기하는 만큼 문제점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해 사실상 문 정부에서 추진했던 4대강 보 해체 문제를 정조준했다.

◆ 감사 보고서에 반발하는 민주당 “표적 감사, 수해 피해 물타기 수법”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지난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반면 야권에서는 감사원의 보고서에 대해 불편한 심기가 한가득해 보였는데, 특히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정책포럼인 ‘사의재’에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출범 15개월이 지나도록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정책을 보이지 않고, 표적 감사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의재는 “윤석열 정부는 부실한 감사원 감사결과를 앞세워 국민의 70%가 염원하는 ‘4대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과거로 역행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자연성 회복 사업에 대한 트집 잡기로,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결정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되돌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이들은 “녹조 독성과 생태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던 4대강 사업의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시민사회와 소통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소통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민사회와 소통하라고 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것은 윤석열 정부가 ‘불통 정부’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맹폭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정부를 향해 “정쟁과 갈등을 일으키는 정치적 감사 등을 멈추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4대강의 올바른 자연성 회복에 몰두하라. 그것이 국민 대다수의 바램이고, 또한 명령이며, 자연성 회복은 세계적인 흐름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윤석열 정부가 감사원의 맹탕 발표와 홍수 사태를 계기로 국가물관리위원회 합법적 결정을 뒤집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우리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후퇴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해 “여당은 대통령 한 마디에 부리나케 ‘포스트 4대강’ 사업 추진을 예고하고 나섰고, 감사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4대강 보 해체 결정이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면서 “누가 봐도 수해를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전 정부에 돌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원내대변인은 “수해 피해의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책임을 떠넘길 구실이 생겼다며 안도하는 정부여당의 모습이 참담하다”며 “누구에게 물어도 이번 수해 피해가 커진 직접적 원인은 재난 컨트롤타워의 실종과 정부·지자체의 안이하고 부실한 대응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잠깐의 책임 모면을 위한 정치적 모략으로 수해 피해를 막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덮을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대통령은 수해 피해의 책임을 돌릴 사람을 찾고 싶다면 거울부터 보시기 바란다”고 맞대응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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