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내주 중 ‘4대강’ 관련 감사 보고서 발표
‘통계조작’ 의혹으로 靑 참모들도 소환조사
與 “아주 파렴치해, 국정농단이고 직권남용”
野, 감사원 ‘표적감사’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

(좌측부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감사원,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감사원,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결정 등을 파고들며 소위 ‘전 정권 적폐청산’의 선봉에 나섰던 감사원이 이제는 ‘4대강 보 해체·개방’ 결정부터 ‘통계 조작 의혹’에 이르기까지 점차 범위를 확대해나가고 있어 앞서 재임 당시 ‘전 정권 적폐청산’에 주력했던 문 정부도 정권이 교체된 뒤 똑같이 부메랑을 맞는 모양새다.

◆ ‘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4대강위 부당개입’ 혐의로 다시 도마에

문 정부 당시 4대강 보 해체·개방 결정 과정을 살펴본 감사원이 지난 1월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과 환경부 공무원 2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는데,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구성에 앞서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4대강 사업 반대 단체와 협의하라고 지시한 혐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7월 문 정부의 초대 환경부장관으로 임명된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권 당시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 십수명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하는 등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돼 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이미 한 차례 ‘직권남용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바 있는데, 지난해 광복절 가석방으로 풀려났으나 이번엔 ‘4대강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같은 혐의로 수사 받게 될 처지에 몰렸다.

4대강 보 해체·개방은 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이행하고자 취임 첫 달인 지난 2017년 5월에 훈령을 통해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구성토록 했는데 감사원은 당시 김 전 장관이 2018년 말 조사평가전문위와 조사평가기획위 위원 선임에 앞서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4대강 반대 시민단체들의 연합체인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와 협의하라고 지시해 결국 4대강 보 해체 결정이 나오게끔 유도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당시 4대강 위원회는 대부분 4대강을 반대하는 활동가나 환경 시민단체 출신 위원들로 꾸려졌는데, 이렇듯 그 결과가 예상될 정도로 편향된 채 출범한 이 위원회는 지난 2019년 3월엔 금강과 영산강 내의 4대강 보 해체와 상시 개방을 정부에 제안했으며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이를 바탕으로 2021년 1월 보 해체 및 개방을 발표했다.

이 뿐 아니라 감사원은 4대강 위원회가 보 해체 및 개방 근거로 내세운 COD(화학적 산소요구량) 등 수질평가기준에 대해서도 오차 우려가 커 2016년부터 법적 평가 지표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조사평가기획위원회에서 당초 보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편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경제성 평가 이외에 정책적 측면까지 따지는 종합평가 방식으로 4대강 보를 평가하려고 하면서 평가 지표를 10가지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었으나 종합평가 방식의 평가가 중단됐고 평가지표를 10가지 이내로 제한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는데도 계속 제한된 평가 지표만 이용해 결론을 내놨다고도 꼬집었다.

이밖에도 감사원은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다른 목적으로 진행된 과거의 4대강 보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부당하게 인용했다고 봤으며 심지어 4대강위원회의 지위조차 당시 물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게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4대강 보의 관리를 맡고 있었던 만큼 문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훈령으로 환경부 산하에 두도록 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그간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한 것은 이번까지 무려 다섯 차례로 감사 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이명박 정부 때 2번, 박근혜 정부 때 1번, 문재인 정부 때 1번, 윤석열 정부 때 1번인데 이번 5차 감사는 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2월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이 대표로 있는 4대강 국민연합이 대통령 직속 국가물관리위원회와 환경부를 상대로 4대강 보 해체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함에 따라 이뤄지게 됐으며 그해 12월 감사가 개시돼 약 1년 7개월 만인 오는 20일에 최종적으로 관련 감사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이다.

◆ 與 “4대강위원회 의혹, 국정농단·직권남용…그냥 넘어갈 사안 아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좌), 윤재옥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좌), 윤재옥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미 감사원이 올해 초에 김 전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던 만큼 과거 2~4차 감사 때와 달리 4대강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금강, 영산강 보 해체 결정은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나올 것으로 관측되는데, 아직 보고서가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당장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14일 이 사안을 고리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 전 장관이 공무원에게 공모를 지시한 시민단체 ‘4대강 재자연화시민위원회’에 대해 “반 4대강 활동에 나선 181곳이 연합해 2018년 3월 발족된 시민단체로 이후 (4대강 위원회의) 민간위원들이 이 단체가 추천한 인사들로 채워져 영산강·금강 보 처리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특히 보 평가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설문조사를 새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이전에 다른 목적으로 진행된 보 해체에 유리한 결과가 담긴 조사 내용을 활용했다”며 “아주 파렴치하다. 국정농단이고 직권남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임 의원은 “향후 감사 결과에 따라 부정하게 연루된 환경부 및 정부부처 관계자들을 반드시 문책하고, 새롭게 구성된 물관리위원회에서 4대강 보 개방·해체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같은 당 배윤주 상근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문 정권 시절 물 관리와 환경 정책은 이념과 카르텔에 휘둘려 국민 복리 증진엔 뒷전에 두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직무 유기라 할 만하다. 4대강 위원회는 당시 대통령 훈령에 따라 구성된 기관임에도 위원 구성과 정책 수립에 있어 사실상 특정 이념과 카르텔에 휘둘리며 주먹구구로 운영됐다는 점에서 가히 ‘제2의 환경부 블랙리스트’”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배 상근부대변인은 “엄정하게 수사해 다시는 국민을 볼모로 한 카르텔이 더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그간 방치된 4대강 보에 관한 노후 관로 정비 및 향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적극 검토할 것이다. 과학적·객관적이고 신중한 논의를 통해 시스템이 갖춰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역설했고, 이날로 취임 100일을 맞은 윤재옥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다만 진상을 우선 확인해야 하니까 진상 밝히는 과정을 어떻게 거칠지 논의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에 따른 조치는 어떻게 할지 진상규명한 뒤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도 이날 논평 내용과 마찬가지로 앞서 지난 3월 말 전남 순천 주암조절지댐을 방문해 가뭄 상황을 보고 받은 자리에서 “그간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고 노후 관로 정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4대강 보에 대해 문 정부와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은 바 있고 대통령실 출신인 임상준 환경부차관도 지난 11일 취임 뒤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4대강 보 활용과 관련해 전 정권 태도를 겨냥한 듯 “이념이나 진영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 국민에게 어떤 이로움이 있는지, 해가 있는지 보고 운영방안을 정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표를 낸 물관리정책실장 등 환경부 1급 3명에 대한 인사와 관련해서도 임 차관은 “1급 승진 인사를 위해 국장급의 비리 문제 확인 등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출석해 환경부 1급 전원 사표를 받은 과정에 대해 “인사쇄신을 위해 관련 과에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4대강 보 해체 문제와 관련해 감사원 감사 대상이 됐던 인물에 대한 고발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의엔 “(감사결과를) 아직 받지 못했는데 감사 결과가 나온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 감사원, 靑까지 겨누나…‘통계 왜곡 의혹’으로 김수현 전 실장 조사

감사원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도 대면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오훈 기자]
감사원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서도 대면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오훈 기자]

이런 가운데 감사원은 문 정부 각료 뿐 아니라 청와대 인사들까지 불러 조사에 들어갔는데, 문 정부 시절 국가 통계 조작 의혹을 조사하다가 당시 국토교통부 공무원들이 주택가격 동향이 공표되기 전 한국부동산원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통계 잠정치를 미리 청와대에 보고한 정황을 포착하고 청와대 참모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하고자 지난 13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대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보다 앞서 황덕순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김상조 전 정책실장 등 다른 청와대 참모들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감사원 재정경제감사국 소속 재정경제 3과가 착수한 이 ‘통계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통계청, 국토교통부, 한국부동산원 등을 상대로 첫 실지감사를 진행했으며 올해 2월과 3월 두 차례 실지감사를 연장하기도 했는데, 특히 올해 3월에는 공직비리 감찰을 주도하는 특별조사국까지 투입할 정도로 의혹 규명에 총력을 쏟고 있으며 부동산원의 주택가격동향 조사 과정에서 국토부 공무원들이 집값 통계를 임의로 낮추려고 권한범위를 넘어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자 다음 주 중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을 대면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지난 13일 대면조사 받은 김 전 실장은 통계조작 의혹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가 이번 의혹의 핵심 쟁점인 만큼 감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이 역시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민주당에선 감사원이 ‘표적감사’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록 결론이 나지는 않았으나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감사원법 개정안이 지난 13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기도 했으며 같은 날 민주당 ‘감사원 정치감사 대응TF’ 최강욱, 박주민, 김승원 의원은 정부과천청사를 찾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맞대응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우선 내주 중 발표될 감사원의 ‘4대강 보’ 관련 감사 결과 보고서가 이슈 전환을 일으킬 만큼 여론의 관심을 끌어 모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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