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 2명, 차관급 13명 등 대폭 교체 단행
통일부 김영호 교수·국민권익위 김홍일 변호사
野 “정부부처를 대통령 직할 체제로 운영하려는 것”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오른쪽 두번째) 성신여대 교수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지명된 김홍일(맨 오른쪽) 전 부산고검장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장·차관 인사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영호(오른쪽 두번째) 성신여대 교수와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지명된 김홍일(맨 오른쪽) 전 부산고검장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의 장·차관 인사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들어서 취임 후 첫 개각을 단행해 내달 3일 부로 장관급 2명, 차관급 13명이 교체될 예정인데, 이번 인선 결과와 관련해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통일부장관에 ‘대북 강경파’ 김영호…“원칙 갖고 북핵문제 해결”

먼저 장관급에선 통일부장관과 국민권익위원장만 교체했는데, 권영세 장관의 후임으로는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지명됐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했던 전현희 전 위원장이 물러나 윤 대통령이 처음 인선하는 국민권익위원장에는 김홍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가 기용됐다.

이들 인선과 관련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김 교수는 대통령실 통일비서관, 또 외교부 인권대사를 역임한 국제정치, 통일정책 분야의 전문가”라며 “현재 통일부 통일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고 있어 앞으로 통일부장관 임명 시 원칙 있는 대북정책, 또 일관성 있는 통일 전략을 추진해나갈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김 장관 지명자를 먼저 소개했다.

권 장관에 이어 윤 정부의 두 번째 통일부 장관으로 인선된 김 교수는 경남 진주 출생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대한민국 건국, 6·25전쟁의 기원과 전개 과정 등을 연구한 정치학자인데, 이명박 정부 당시 통일비서관과 외교부 인권대사를 역임한 바 있고 윤 정부에선 지난 2월 통일부장관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장으로 임명돼 중장기 통일방안인 ‘신통일미래구상’을 연구해왔으며 학계 활동 이외엔 지난 2018년 7월부터 북한과 한미동맹 등 국제 정세를 주제로 ‘김영호 교수의 세상읽기’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해왔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에선 김 교수에 대해 ‘대북 강경파’란 이유로 부적절한 인사란 우려를 표한 바 있는데, 전날 오후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김 교수는 ‘남북관계는 적대적 관계’라며 ‘김정은 정권 타도’를 주장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2000년 6월 남북공동선언은 북한의 선전과 선동에 완전히 놀아난 것’이라고 발언했을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강압적 흡수통일론에 가까운 통일관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그의 사고는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 헌법에 반할 뿐 아니라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윤 정부의 공식 방침과도 반하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원내대변인은 “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를 ‘전체주의적’이라고 비난하더니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 결정에 대해선 ‘체제전복세력에 붉은 카펫을 깔아주는 결과’라고 색깔론을 덧씌워 폄훼하기까지 했다”며 “태극기집회에서나 마주할 만한 적대적 대북관과 극우적 시각을 드러낸 인물이 정녕 통일과 남북대화를 관장하는 통일부의 수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윤 정부가 남북관계 파탄과 멸북통일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김 교수에 대한 통일부 장관 지명 검토를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나 그럼에도 김 교수가 내정된 데에는 이전 정부와 대북정책 기조가 다르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는 모습. ⓒ대통령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전날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 창립식에 현직 대통령으로는 24년 만에 참석해 “반국가세력들은 북한 공산집단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유엔사를 해체로 직결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저는 취임 이후 북한의 위협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핵 기반으로 격상시켰고 전체주의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과 강력한 연대를 구축했다”고 강조해 문재인 정부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음을 못 박은 바 있어 이번 통일부장관 인선은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이날 통일부 장관 지명자인 김 교수는 29일 대통령실에서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장관 지명을 받아 어깨가 굉장히 무겁다. 앞으로 원칙을 갖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그런 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그리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방안을 만들고, 또 그걸 가지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앞으로 더 자세한 내용은 청문회 과정을 통해 말씀드릴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는데, 제1야당에선 이미 부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만큼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국민권익위원장엔 ‘檢 출신’ 김홍일…“부패방지 등 본연 업무 집중”

다음으로 또 다른 장관급 인사인 국민권익위원장과 관련해 김대기 실장은 이날 “내정자는 김 변호사인데 40년 가까이 검사 및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법 이론에 해박하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정통 법조인”이라며 “강직한 성품과 합리적 리더십을 통해 부패 방지 및 청렴 주관 기관으로서 국민권익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국민권익위원장은 문 정부 출신인 전현희 위원장이 최근 물러나기 전까지 윤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던 만큼 윤 대통령으로선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두고 인선한 것으로 보이는데, 김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부산고검장을 역임한 강력·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대검 중수부장으로 일할 당시엔 중수부 중앙수사2과장으로 근무 중이던 윤 대통령과 함께 한 이력도 있다.

또 충남 예산 출신으로 충남대 법학과를 졸업한 충청권 인사이자 검사 재직 시절 지존파 사건,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왔으며 검찰 퇴직 후인 지난 대선 당시엔 윤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당시 정치권에서 제기됐던 ‘고발 사주 의혹’에 맞대응하기도 했다.

아울러 검사 출신 권익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성영훈 전 위원장 이후 6년 만으로 이번에 김 변호사가 위원장으로 지명됨에 따라 검사 출신인 정승윤 부위원장을 비롯해 권익위 지휘부는 전부 법조인으로 채워지게 됐는데, 민주당에선 김 변호사에 대해서도 검사 출신인 점을 꼬집어 이미 전날부터 비판적 자세를 취했다.

9일 박성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2) [사진 / 오훈 기자]
9일 박성준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2) [사진 / 오훈 기자]

앞서 박성준 대변인은 지난 28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권익위를 수사기관화하겠다는 명백한 시도”라고 주장한 데 이어 “김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07년 대선후보 때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과 BBK 사건 수사를 지휘했고 당시 이 후보를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한 당사자”라고 지적했고 서면브리핑을 통해서도 “권익위는 국민고충처리와 함께 반부패·청렴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인데 이런 자리에 이 전 대통령의 땅 의혹과 BBK사건을 눈감아준 사람을 앉히겠다니 블랙코미디”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무총리 직속 기관장인 권익위원장의 경우 장관급이어도 국회법상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니기에 야당의 혹평은 임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이는데, 김 변호사는 이날 지명 소감 발표에서 “어려운 시기에 국민권익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러 가지 사정으로 흔들리고 있는 권익위를 빨리 안정시키고 업무 현황을 파악해서 부패 방지와 국민권익 구제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국가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계속 도와주고 격려해 달라”고 밝혔다.

◆ 차관급은 13명 ‘대폭’ 교체…문체부 2차관엔 ‘역도 금메달’ 장미란

이밖에도 이날 대통령실 발표에 따르면 차관급 인사는 13명을 교체하는데, 기획재정부 제2차관엔 김완섭 현 기획재정부 예산 실장, 외교부 제2차관엔 오영주 현 주베트남 대사, 통일부 차관엔 문승현 현 주태국 대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엔 장미란 현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엔 한훈 현 통계청장, 고용노동부 차관엔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비서관을 맡았던 이성희 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으로는 오기웅 현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조정실장이 꼽혔으며 차관급인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원장으로는 김채환 전 서울사이버대 전임 교수가 인선됐다.

이 중 특히 눈길을 끄는 인사는 장미란 문체부 2차관 내정자인데,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등 대한민국 여자 역도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 스포츠 스타로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는 “현장과 이론을 겸비한 (인물로) 체육계의 생동감을 불어넣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으며 정책홍보와 체육·관광 등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면에서 주목을 끈 차관급 인선은 윤 정부에 대한 국정운영 이해도가 높은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5명인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엔 조성경 현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비서관, 환경부 차관엔 임상준 현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비서관, 해양수산부 차관엔 박성훈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비서관이 내정됐으며 국토교통부에서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1차관엔 김오진 대통령비서실 관리비서관, 2차관엔 백원국 대통령비서실 국토교통비서관이 지명됐다.

다만 민주당에선 대통령실 비서관들이 대거 차관으로 가게 된 데 대해 연일 혹평을 퍼붓고 있는데, 박광온 원내대표는 전날 “대통령실 측근 그룹을 대거 부처 차관으로 내려 보내는 것은 실세 차관, 허세 장관의 왜곡된 부처 운영 구조를 만들어낼 우려가 커 국정 운영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으며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비서관들을 내보내는 것은 국정운영이 지금 제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집권 후반기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뭔 일만 나면 부처를 탈탈 털어 공무원들 조사하니까 공무원이 일을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에선 28일 박성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서도 “회전문 인사를 넘어 대통령실이 장관을 건너뛰고 직접 부처를 지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한민국 정부를 일개 검찰청 운영하듯 운영하겠다는 건가”라며 “인사가 만사라는데 윤 정부의 인사는 완전히 망사가 됐다. 무엇보다 이번 인사는 국민을 통합하고 민의를 경청할 마음이 없음을 분명하게 선언한 불통의 독주 선언이고 정부부처를 대통령 직할 체제로 운영하려는 것”이라고 윤 대통령에 맹공을 퍼부었다.

정작 그간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유력해 야당이 가장 공세를 집중했던 이동관 특보는 이번 인선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교체설이 거론됐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일단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 역시 결국 시간문제인 만큼 윤 대통령 개각에 대한 야당의 반발수위는 향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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