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한국의 희망’ 창당발기인 대회 개최…금태섭 신당, ‘1호 영입인사’ 발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양향자 한국의희망 창당준비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한국의희망 창당발기인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생’ 구도에서 탈피하고자 ‘제3지대’를 통해 정치권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점차 가시화되고 있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의 희망’ 창당한 양향자 “과학·실용·생활 정치로 바꿀 것”

내년 4월 총선을 9개월여 앞둔 26일 민주당 출신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블록체인 플랫폼에 기반을 둔 ‘한국의 희망’이라는 신당을 공식 창당하며 제3지대 확대에 본격 나섰는데, 창당준비위원장인 양 의원은 이날 창당 선언에서 “진영논리와 부패에 빠진 나쁜 정치를 좋은 정치로, 낡고 비효율적인 정치를 과학기술에 기반한 과학 정치로, 그들만의 특권을 버리고 국민 삶을 바꾸는 실용적 생활정치로 건너가겠다”고 천명했다.

고졸 출신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상무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인 양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 당시엔 민주당에 영입돼 최고위원을 지낸 데 이어 21대 총선에도 원내 입성에 성공했으나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과정에 반발해 탈당한 뒤 지난해엔 국회 내 유일한 반도체 전문가로서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반도체특별법의 국회통과에 힘을 싣는 등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래선지 이날 창당발기인대회에는 현역 국회의원 중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만 참석했을 뿐 정치인보다는 최진석 대표 발기인(현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 등 과학기술 분야 관련 인사들이 눈에 띄었고 ‘과학 정치’를 내세운 게 빈 말이 아니라는 듯 양 의원의 이날 창당 선언 주제도 ‘세계 최초 블록체인 플랫폼 정당’으로 기성정당과는 차별화된 점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양 의원은 “오랫동안 ‘한국의희망’이 연구한 정당 시스템과 기업의 기술력을 더해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 플랫폼 정당이 출범한다. 정당의 4요소인 당원·공천·정책·정책·자금이 블록체인 기술의 투명성, 불변성, 안정성에 기반해 전혀 새로운 질서와 문화를 이끌 것”이라며 “첨단 기술로 돈 봉투 사태와 같은 부패를 완전 차단하고 공천의 공정성을 확보하며 당 대표의 독선, 대의원의 과대표 등 드러난 구태를 시도조차 못하게 막겠다”고 공언했다.

이 뿐 아니라 양 의원은 “한국의희망은 국회의원의 모든 특권적 지위, 혜택, 지원을 포기하겠다. 이를 동력으로 사회 기득권이 누리는 모든 특권도 박탈하겠다. 국민이 바라는 특권 없는 나라, 그 혁신을 시작하겠다”며 “거대 양당이 이끄는 정치는 그저 권력게임이자 이권 다툼이다. 그들이 주도하는 정권 교체는 기득권 교체일 뿐”이라고 주장했는데, ‘돈 봉투’ 언급을 비롯해 ‘국회의원 특권 포기’ 등 여러 면에서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한 정당 혁신, 상시·체계적 정치학교 도입, 중앙당과 독립적인 청년조직 운영, 과학기술 패권국가로의 비전 제시, 특권 없는 대한민국, 협치의 제도와, 미래 세대가 호응하는 정의 사회, 투명하고 책임 있는 조세제도, 상생과 존중의 노사관계, 저출산·고령화 극복,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등 10대 공약도 이날 함께 발표한 ‘한국의희망’은 당색을 오렌지로 정하고 오는 8월 창당을 목표로 준비해나갈 계획인데, 양 의원은 “내년 총선은 과정일 것이고 저희의 궁극적 목표는 국가 운영이다. 2027년 정도 되면 수권 능력을 갖추는 게 저희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특히 양 의원은 현역 의원의 참여에 대해선 “몇 명 오는지 관심 없다. 관심 보이는 분들은 상당히 많이 계셨으나 저는 지금 소속된 정당의 알을 깨고 나올 분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년 총선 출마 지역에 대해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지역(광주 서구을)을 바꾼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그럼에도 저는 가장 의미 있고, 가장 험지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선택해야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고 ‘신당이 총선용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엔 “그럴 일 없다. 기존 정치 문법엔 관심 없다”고 응수했다.

그래선지 그는 “신당을 자기 출마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합류가 불가능하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참여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으며 총선 목표 의석을 묻는 질문에도 “가시적 목표를 얘기하는 것에도 관심 없다. 1석으로도 알차게 일할 수 있고 180석으로도 허송세월할 수 있다”고 답했을 뿐 아니라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추진하는 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생 정당이 어떤 가치를 표방하는지, 어떤 비전과 어떤 철학, 꿈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제 관심사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 금태섭도 창당 채비…‘편의점주’를 신당 대변인으로 1호 영입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공민식 기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공민식 기자

한편 마찬가지로 민주당 출신이었지만 지난 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대한 당론에 반대했다가 징계를 받고 탈당했던 금 전 의원도 오는 9월쯤 창당을 마무리하고 수도권 30석 확보를 목표로 추석 이후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단 내달 4일 광주 지역간담회를 시작으로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당 비전과 정책을 다듬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 의원이 창당을 공식 선언한 이날 금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신당 창당 준비모임인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도 보도자료를 내고 ‘1호 영입 인사’를 발표했는데, 편의점주이자 ‘봉달호’ 필명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과 에세이를 연재 중인 곽대중 씨를 대변인으로 영입한다고 밝혔다.

1974년 광주 출생인 곽 대변인은 전남대 31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바 있으며 북한민주화네트워크편집장과 데일리NK 논설실장을 맡기도 했었고 최근엔 국민의힘 민생119 특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기존 진영논리로는 해석되지 않는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로 성찰과모색 측은 “이번에 임명된 곽씨는 40대. 호남 출신, 자영업자란 특징을 갖고 있다. 기성 정치인을 중심으로 만드는 선거용 신당이 아니라 20~40대 연령대의 각계 유능한 인재들이 주축이 된 서민·민생 정당으로 한국 정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곽 대변인은 국민의힘 민생특위 위원 활동과 함께 성찰과 모색의 신당 준비 활동도 병행하게 됐는데, 이밖에도 성찰과 모색은 향후 노동·언론·학계·재계 등 영입 인사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어서 기성 정치문법을 깨는 어떤 새로운 인물이 함께 하게 될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지어 금 전 의원 본인도 지난 25일 ‘그분들이 살아왔던 궤적이나 정당을 선택해왔던 과정들을 놓고 볼 때 당을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발언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에 맞서 페이스북에 “조국 사태 당시 내 딴에는 꼭 해야 한다고 여겨지는 말을 할 때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 편을 들어주는 발언을 들은 기억이 별로 없다. 미투 국면에서 김어준씨가 피해자들을 공격하는 음모론을 들고 나오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을 때 정의당 의원들은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보이콧하지 않았다”며 “삶의 궤적이라는 그런 말을 과연 정의당이 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즉각 ‘맞불성’ 글을 올려 대응하는 등 존재감을 분명히 해나가고 있다.

◆ 정의당도 노동·녹색 등 ‘제3정치세력’과 함께 하는 재창당 추진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이처럼 ‘제3지대’ 신당 창당 세력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상황 속에 이들처럼 기존의 거대 양당 정치 구도 타파를 모색해온 정의당에서도 노동·녹색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한 제3정치세력과의 연대·통합을 통한 재창당에 나서려 하는 모양새인데, 앞서 지난 24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제3정치세력과의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재창당 노선을 결정한 정의당은 25일엔 이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의당이 추구하는 사회비전에 동의하면서 더불어 기득권 양대체제를 뛰어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분들이나 세력을 만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는 “우리는 안철수, 유승민과 같은 정치인이 선거를 앞두고 창당했다가 명멸한 과정을 지켜봤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싫은 사람들은 다 함께 모이자는 식의 신당 추진 방식은 우리 국민의 삶을 해결하는 데 성과적인 정당으로 우뚝서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거대양당을 반대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계관을 공유해야 하는 하나의 당이 될 수 없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정의당이, 진보정치가 무너지면 일하는 시민들이, 사회적 약자들의 삶들이 무너진다”고 단순 통합이 아니라 자당만의 색채는 보전한 채 추진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그는 구체적인 연대·통합 세력에 대해 “크게 3가지 축으로 생각하는데 노동시민사회 안에서 기존의 노동조합이 보다 폭넓은 사회 연대의 역할로 나아가야 한다는 노동세력, 녹색당을 포함한 기후정치 세력, 지역소멸에 대한 위기감을 갖고 있는 로컬파티와 같은 분들”이라며 진보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기존 하나의 당에서 분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 아픔이 있었다. 그래서 인위적 통합 과정보다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다양한 공동 공천 전략을 비롯한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을 통해 신뢰의 토대를 하나 하나 쌓아가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거대 양당 이외의 정치세력들이 제3지대를 통해 양당 구도에 대한 돌파구를 모색하려고 하자 기성 정당에선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등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는데,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26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제3지대에 있다고 하는 개인과 세력들이 합종연횡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만한 정당 창당에 성공할 것이냐가 관전 포인트”라면서도 양 의원을 겨냥 “민주당에서 안 받아주니까 다른 활로를 찾아보려고 하는 것이다. 개인 무소속으로 이번 총선에 도전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 새 세력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제3당 창당을 양 의원이 성공시키기는 어렵다”고 직격했다.

이 뿐 아니라 우 의원은 금 전 의원에 대해서도 “금씨 혼자서 하는 신당 역시 창당해서 성공하기 어렵다. 현재 거론되는 분들과 또 여러 움직임을 봐선 특별한 가치란 명분도 보이지 않고 대체로 금씨나 양씨는 민주당에서 자리 못 잡은 분들 아니겠나”라고 혹평하며 제3정당이 성공하기 위해선 대선후보급 지도자가 하나 있어야 되고 출마 가능한 최소 70명은 되는 정치 세력이 있어야 될 뿐 아니라 특정 지역 기반이거나 지역구에서 당선시킬 가능성이 있는 세력이 있어야 된다고 주장했는데, 이 같은 회의적 시선을 극복하고 과연 제3지대 신당이 새 세력으로 정치 전면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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