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불법과 타협 없다” 반응…민주당 “尹, 노동계 인정하고 대화 나서라”
안철수 “타이밍을 잘 못 잡는 것 아닌가”…홍준표 “오해를 풀고 힘을 합쳐”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대표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 참여 중단 및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등 대표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대통령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 참여 중단 및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한국노총이 노조 간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을 계기로 반발한 끝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중단까지 선언하면서 노동계가 현 정부여당과 완전히 등돌리고 돌아서는 모양새다.

◆ 윤 정권 vs 노조, ‘치킨 게임’ 양상…한국노총 “폭압 맞서 투쟁”

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중단 뿐 아니라 대정부 전면 투쟁을 선포하면서 이제는 양대노총 모두 대정부투쟁을 외치는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대통령실 역시 배수진을 치고 대응함에 따라 노정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3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 농성하던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간부를 경찰이 강경 진압한 데 대해 반발해온 한국노총은 8일 대통령실 앞에서 ‘윤 정권 심판 투쟁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노총을 사회적 대화의 주체이자 상대로 인정한다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폭거였다. 윤 정부의 법과 원칙은 공권력을 무기로 노동계를 진압해 굴복시키겠다는 말과 다름 아님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정권 심판 투쟁에 한국노총 전 조직이 하나 되어 싸울 것을 선언한다”고 공언했다.

특히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윤 정권의 폭주를 우리 힘으로 멈추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광양사태는 계속될 것이고, 이는 2500만 노동자와 모든 국민의 불행으로 이어진다. 노동계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배제하는 정부를 향해 대화를 구걸하지 않겠다”며 “윤 정권 심판 투쟁은 끈질기고 집요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강조했고,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앞서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선 “경사노위 탈퇴뿐만 아니라 더한 것도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윤 정권 퇴진운동 이런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간 양대노총 중 민주노총과 달리 정부와의 대화에는 응할 의지를 보였던 한국노총까지 이렇게 돌아서면서 윤 대통령이 천명한 노동개혁에도 어떤 여파를 미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것은 지난 2016년 1월 박근혜 정부 때 이후 7년 5개월 만의 일로 김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사노위 참여 중단은 시작에 불과하다. 사과와 석방을 복귀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고 못 박았으며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중단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은 고용노동부를 향해선 “한국노총 사무처장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족보에서 파버리겠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또 김 위원장은 여권 일각에서 나온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설에 대해선 “김 위원장 교체는 대화 재개에 어떤 영향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는데, 다만 대화 복귀 가능성을 닫아둔 것은 아니라는 듯 ‘복귀 조건’에 대해 “윤 대통령이 노동자들을 대화 파트너로 존중하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답했으며 경사노위를 탈퇴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대화가) 중단돼 탈퇴가 큰 의미를 갖는 게 아니다. 윤 정권 내내 대화가 중단될 수도 있고 탈퇴할 수도 있다”고 일단 윤 대통령 측에 공을 넘겼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최소한 노동 문제에 국한해 비판 의견을 낸 것과 달리 앞으로는 국정 전반, 외교나 복지 등 영역에서도 전면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겠다. 정권 자체에 대한 심판을 할 것”이라며 민주노총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최저임금 투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열어두는 등 윤 정부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운 만큼 현 갈등 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 당정 “떼법 통한 시대 청산해야”…김문수 “산별 조직과 대화할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좌),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좌),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같은 한국노총의 태도에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같은 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서울대학교총동창회 조찬 포럼 강연에서 “노조가 투쟁하면 윤 정부가 물러날 것으로 보고 그러는 건데 이제는 반기업·반정부 투쟁만으로는 안 된다. 나도 과거에 그런 삶을 살았지만 자기 힘으로 거스를 수 없는 것을 계속 거스르다 보면 시대에 뒤떨어지게 된다”며 “윤 대통령은 법치주의에 입각해 노동개혁을 하고 있고, 이는 세계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으며 역사에 남을 정도로 강력하게 잘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계속 대화를 거부하고 투쟁 방침으로 간다면 총연맹 체제의 대표성은 없지만 MZ세대 중심인 새로고침 노동협의체나 한국노총 내 지역·산별 조직과 계속 대화하겠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 여기는 대통령이 회계 장부를 공개하라니까 정부에서 하라 하기도 전에 먼저 해버린다”고 발언한 데 이어 “한국노총 위원장이 반대하더라도 밑바닥에 가면 꼭 그렇지는 않다. 한국노총도 민주노총도 안으로 들어가 보면 대구, 경북, 울산 이런 곳에선 상당 부분이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하태경 의원이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노총이 잘못했다. 평화적인 시위했으면 경찰의 진압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며 “폭력과 회계 비공개하는 거를 봐 달라, 이런 억지 요구는 안 통하고 회계 투명성 문제와 폭력 시위, 이 두 가지 문제는 윤 정부가 양보해선 안 된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하 의원은 “지금은 왜 잘못한 사람이 화 내냐, 이런 상황이라 한국노총이 오히려 더 고립될 수 있다”며 “당내에선 이번에 경사노위 판을 새로 짜야 한다, 대화 파트너 비중을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점하는 구조는 문제가 있고 노동이 다양화돼 MZ노조도, 비정규직도 있어 전체 노동자들의 수적인 대표성을 정확히 반영해서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김기현 대표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노총을 겨냥 “불법 집회·시위를 계속 방치해야 한다는 건가. 시대가 바뀌었고 노조든 경영자든 법을 지켜야 하는 시대”라며 “노사 모두 법치주의를 확립하는 게 노동개혁의 시작이고 그래야 정당한 노동 3권도 보장 받을 수 있다. 떼법이 통하는 비상식적 시대를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지는 집회와 시위는 자유롭게 보장되지만 동시에 불법에 대해선 단호하고 엄정한 대처를 해나갈 것”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급기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을 맡고 있는 박수영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쇠파이프 휘두르는데 경찰은 점잖게 말로 하라고? 한노총의 이런 태도는 공권력을 무력화해 대한민국을 흔들어놓고자 하는 반국가세력들이나 할 짓”이라며 “한노총이 선을 넘고 있다. 북한이나 간첩, 아니면 종북좌파들이나 할 짓”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다만 여당 내 일각에선 고강도로 맞대응하기보다 유연하게 정치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일부 나와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는데,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인 이양수 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정부가 조성해줘야 할 것 같다. 정부에서 좀 더 유연한 자세로, 전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한국노총이) 대화에 참여하려면 아무래도 우리가 폭을 넓혀줘야 하지 않겠나. 지금 법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노동문제에 있어선 법치를 시간을 두고서 강화할 테니까 당신들도 기득권을 좀 내려놓는 방법을 고민해 달라 이렇게 얘기하면 좋지 않을까”고 말했다.

이 뿐 아니라 안철수 의원도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던 부분인데 타이밍을 계속 제대로 잘 못 잡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당을 꼬집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노총은 배격돼야 할 강성 귀족노조는 아니다. 노사 법치주의도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노사정치주의”라며 “서로 소통하여 오해를 풀고 힘을 합쳐 노동개혁에 나섰으면 한다. 정부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고 적극 소통에 나서길 기대한다”고 한국노총 측과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공권력이 불법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한 건데, 그걸 이유로 대화에 참여 못하겠다고 하면 어느 국민이 그런 태도를 이해하겠나. 이전 정권에선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윤 정부는 그렇게 못하겠다”며 “노사 간의 대화도 중요하나 경사노위를 유지하기 위해 윤 정부의 노동정책 원칙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도 노조가 고용노동부 장관 사퇴 등을 요구하는 데 대해 “정부가 그런 요구를 수요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 반사효과 노린 민주당 “양대노총과 윤 정부의 노동탄압 대책 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대노총 청년노동자 타운홀미팅 노동정책간담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치성(오른쪽) 건설노조 경기지부 청년위원장, 최지혜(왼쪽) 의료노련 세브란스노조 조합원으로부터 양대노총 청년노동자 노동정책 요구안을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대노총 청년노동자 타운홀미팅 노동정책간담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치성(오른쪽) 건설노조 경기지부 청년위원장, 최지혜(왼쪽) 의료노련 세브란스노조 조합원으로부터 양대노총 청년노동자 노동정책 요구안을 전달받고 있다. ⓒ뉴시스

이렇듯 정부와 양대노총 모두 각을 세운 가운데 이를 기회로 민주당에선 노동계 표심을 전부 끌어들이기 위한 행보에 적극 나서 이재명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청년 노동자가 묻고, 민주당이 답하라’는 이름의 노동정책 간담회를 열고 양대노총 청년 노동자들과 함께 자리한 채 “노동을 존중하지 않고 억압하면서 어떻게 미래 사회를 준비할 수 있겠나.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자체가 매우 별나지 않나. 현 정부와 집권세력의 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는 이날 양대노총 소속 인사가 한 자리에 모인 점을 들어 “매우 의미 있는 일이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정부의 노동탄압 현실을 얘기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는 것도 특별하다. 민주당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함께 고민하겠다”고 강조했으며 당 지도부 뿐 아니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참석해 이수진(비례) 의원은 “정의로운 노동전환을 위한 입법을 빨리 하겠다”고 공언했고, 노웅래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를 막겠다. 지난해 중대재해 보고서를 공개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데 해당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앞서 같은 날 박광온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김대중 정부에서 출범한 경사노위는 많은 어려움에도 크고 작은 사회적 대타협을 경험하면서 국민통합의 기반을 튼튼히 해왔는데 불행히도 그 틀이 깨질 위기에 빠졌다. 노동계가 곤봉과 캡사이신, 살수차로 무장하고 노동을 적으로 삼는 정부와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윤 정부는 헌법이 보장한 모든 국민의 노동3권을 존중하고 폭력진압의 당사자에 대해 책임을 반드시 묻기 바란다”고 노조 측에 힘을 싣는 한편 정부 압박에 나섰다.

심지어 박 원내대표는 “만약 경사노위가 끝내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협의채널을 만들도록 민주당이 노력하겠다. 민주당이 사회적 대화를 복원하는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노동계와의 대화에 있어 야당이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는데, 윤 정부가 노사법치주의를 관철하고 있는 만큼 일단 민주당은 양대노총 표심을 결집시키는 반사효과를 입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