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압수수색 나선 검찰
박홍근 “내주까지 특검법 처리 안 하면 패스트트랙”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50억 클럽’ 의혹 등 대장동 로비 사건 관련 특검법이 상정된 30일 검찰도 같은 날 오전부터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법사위에 특검법 상정되는 날, 압수수색 나선 檢…“국회 일정 무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30일 오전 특경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 전 특검과 2016년 ‘박영수 특검’ 당시 특검보였던 양재식 변호사의 주거지 및 사무실은 물론 우리은행 본점과 성남 금융센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는데, 공교롭게도 여야가 ‘50억 클럽 특검법’을 국회 법사위에 상정하기로 합의한 다음날 검찰이 이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특검을 의식한 움직임 아니냐는 시선이 쏠렸다.

박 전 특검은 지난 2014년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근무할 당시 특정 금융사를 배제하는 등 대장동 일당에게 유리한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청탁하는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데, 이 뿐 아니라 그는 2016년 국정농단 특검으로 임명되기 전엔 수개월 동안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한데다 딸도 화천대유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회사가 보유한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 1채를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받아 8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특혜 의혹도 받고 있다.

특히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50억원을 나눠주기로 했다는 ‘50억 클럽’으로 지목돼 수사 받아왔는데, 재작년 말과 지난해 초 등 2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박 전 특검이 자신에 대한 혐의를 부인하면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이후 검찰은 곽상도 전 의원만 기소했을 뿐 수사에 별 진전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지난해 7월 대장동 수사팀 교체 이후 처음으로 30일 박 전 특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셈이다.

앞서 지난 1월 19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범죄수익은닉 혐의와 관련해 화천대유 임직원들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박 전 특검의 딸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는데, 다만 당시 이뤄진 압수수색은 박 전 특검 딸이 성남시 대장동 아파트를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받거나 화천대유 재직 당시 급여와 별개로 11억원을 빌린 의혹 등과 관련된 조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이번(30일)에 이뤄진 압수수색이 ‘50억 클럽’ 관련 수사를 다시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이날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참고인 조사를 거쳐 박 전 특검과 양 변호사를 소환 조사키로 했으며 이밖에도 검찰은 곽 전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 다른 50억 클럽 범죄 혐의도 계속 추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선 야권에서 특검을 본격 추진하려 하니 이를 흔들고자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검찰은 이날 “국회 일정과 관계없다”고 반박에 나섰다.

그러면서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팀은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압수수색을 위해선 영장 청구, 법원의 영장 발부 등 시간이 걸리는데 영장이 발부된 시점에 맞춰 오늘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일 뿐”이라며 “수사 대상과 범위가 많아서 순차적으로 수사하다보니 일부 수사가 지연된다는 오해가 많은데 차질 없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해 야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란 의심을 일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검찰 특수통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까지 30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50억 클럽’ 수사를 위해 우리은행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 “기회 있으면 저희도 한 번 우리은행을 점검하겠다”며 검찰 수사에 한층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인데, 이런 상황 속에서 같은 날 정의당 강은미, 민주당 진성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 관련 법안 3건을 예정대로 상정한 국회 법사위에선 위원장직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여전히 검찰 수사가 우선이란 입장을 내놨다.

◆ 특검법 상정된 법사위, 여야 입장 엇갈려…한동훈 “특검? 방해”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중), 한동훈 법무부장관(우). 사진 / 권민구 기자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의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중), 한동훈 법무부장관(우). 사진 / 권민구 기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주장을 꼬집어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하는데 곽상도 전 의원에 대한 기소는 문재인 정부에서 이뤄졌다. 문 정부 검찰이 국민의힘 소속인 곽 전 의원을 봐줄 이유가 있느냐”며 “50억 수수에 대해선 2심에서 좀 더 보강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장동혁 의원은 “이미 수사가 거의 마무리된 대장동 사건 전체를 특검에 넘기기 위해 특검수사 대상을 무한정 확대하려고 한다면 그 의도는 명확한 것”이라고 더불어민주당에 일침을 가했다.

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특검을 민주당이 추천하는 점을 꼬집어 “이 (대장동) 사건의 핵심 피의자는 제1야당 대표인데, 핵심 피의자가 자신의 사건에 대해 특검을 추진한 사례가 있나. 그래서 ‘이재명 셀프 특검법’이라고 하는 것이고, 소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민주당 발의안에서) 특검 수사 대상은 대장동 개발 관련 사업자와 부산저축은행 등으로 결국 대장동 특검이 되는데 이는 지금 진행되는 재판에 브레이크를 거는 행위고 민주당만이 특검을 추천할 수 있다는 조항도 절대 받을 수 없다. 민주당은 이해당사자”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여기에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곽 전 의원 사건 같은 경우 1심까지 난 내용이라 일단 기소된 사람에 대해 강제수사는 방어권 문제로 불가하다. 특별법을 만들면 모를까 특검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판결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면 오히려 2심 단계에서 지금 저희 새로운 수사팀에서 추가적으로 공소 유지 활동을 더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 검찰은 과거 곽 전 의원을 수사하던 그 검찰이 아니고 개인적 판단으로는 현재 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사건을 가장 집요하게 수사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팀이며 그런 차원에서 오늘 압수수색 등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한 장관은 ‘50억 클럽 특검’을 민주당이 적극 주장하는 데 대해 “특검이 진행되는 경우 비리의 본질을 밝히는 부분의 수사도 사실상 중단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선의가 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오히려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것”이라며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를 맡고 있는 점을 겨냥한 듯 “비리의 핵심 부분인 조 단위 배임 부분의 수사 대상자 측에서 수사 내용에 관여하는 그림으로 국민들은 이해할 텐데 그렇게 나온 결과에 대해서도 국민들께서 수긍하실지 저는 의문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을 꼬집어 “특검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강하게 했다’고 하는데, 특검은 누구의 방어나 맞불 놓기로 활용되면 안 된다. 진실규명이 아니라 ‘이 대표 수사가 강하니 균형 맞추자’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수사·기소를 분리하자면서 왜 일이 있을 때마다 수사·기소가 결합된 특검을 주장하는지 그 논리적 모순도 생각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50억 클럽 특검 수사 대상은 이 대표와 관계가 없어 ‘이 대표 방탄’을 위해 특검을 추진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한 장관은 “이 대표와 50억 클럽이 무관하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핵심 피의자로 기소된 분이 이 대표고 그 로비는 배임의 사법방어를 위해 이뤄진 로비인데 어떻게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겠느냐”고 응수했다.

◆ 조바심 내는 민주당, 김건희 특검법 요구에 정의당 압박까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좌),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좌),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민주당에선 이날 상정된 ‘50억 클럽’ 특검법을 최소한 4월까지는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특검법도 법사위에 상정해야 한다며 검찰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는데, 야당 법사위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오늘 상정해서 1소위에 넘겨 다음 주까지 토론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다. 아무리 늦어도 4월 10일을 넘겨선 안 된다”며 “심의가 지지부진해진다면 정의당과 함께 합의가 또 다른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꼼수로 오해받을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권인숙 민주당 의원도 이날 법사위에 상정된 특검법에 김 여사 의혹이 포함되지 않은 점을 들어 “반쪽짜리 상정으로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어떤 합의를 했는지 몰라도 이건 국민이 원하는 길이 아니다. 재판을 통해 주가조작 정황을 보여주는 증거가 나와도 검찰은 기소 여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에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도이치모터스 1심 판결에서 김 여사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게 간접적으로 증명됐다. 도이치모터스 관련 수사가 막바지인데 지금 당장 특검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를 위한 특검이냐. 정치공세 아닌가”라고 반박하는 등 공방이 벌어졌다.

이처럼 50억클럽 특검법 뿐 아니라 김 여사 특검법까지 ‘쌍특검’을 추진하겠다는 민주당의 의지는 정의당까지 압박하고 나설 만큼 거센데, 당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4월 국회에서 양특검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 다음주까지 법사위에서 처리하지 않는다면 다시 정의당과 협의해 신속처리안건 지정을 통해 특검법을 관철할 것”이라며 “정의당이 법사위 논의를 고집하면서 오늘 지정은 어렵게 됐는데 정의당의 선택이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라고 정의당에 유감을 표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에도 “김 여사 특검법도 상정해야 한다. 내주까지 법사위 심사를 마치고 4월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도록 하지 않으면 다른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분명히 ‘시한’을 못 박았는데, 이처럼 압박하는 민주당의 태도에 정의당에선 이날 류호정 원내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특검은 50억 클럽 실체를 규명할 수단이지 민주당의 정치적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무엇보다 류 원내대변인은 “50억 클럽 특검법 상정을 두고 정의당과 국민의힘 사이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식의 민주당 의원들 주장에 유감”이라며 “민주당은 50억 클럽 특검 대원칙이 정치, 사법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임을 상기하고 특검법 논의에 정쟁 굴레를 씌우지 말라. 관철해야 할 핵심 원칙은 양당 제외 비교섭단체 정당 합의를 통한 특검 추천이고 이 원칙 관철 없이는 제대로 된 수사가 가능하지도, 국민 설득도 할 수 없다”고 자당이 후보 추천에 관여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맞불을 놨는데, 이러다 도리어 특검법 관련 야권 공조조차 깨지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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