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개구리’ 거부…택시비 증가 일찍 귀가‧영화관 대신 OTT 등
갓성비 제품엔 열광…‘GM, 트랙스’, ‘GS25, 혜자 도시락’ 등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심야에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 (사진 / 강민 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심야에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들 (사진 / 강민 기자)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공급자 중심의 가격 인상 이슈에 소비자들이 행동하면서 수요를 자발적으로 줄이고 있다. 가까운 예로 택시 가격 인상으로 인한 택시 이용률 감소,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극장 방문자 감소, 외식비 증가에 따른 외식 감소가 있다. 또 이른바 ‘갓성비’ 제품에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는 가계지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긴축 기조를 만들었고 ‘한 번 더 생각하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가격 인상 후 가격에 적응하면 다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라이프스타일이 변했고 IT 인프라의 발달로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이를 활용할 시스템이 확대되면서 예전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최근 소비자들은 실험실의 개구리를 거부한다.”라며 “기업의 실적 개선을 위한 가격 인상에 대해 소비자들은 꼼꼼하게 따져본다”라면서 “또 브랜드보다 실용성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성이 강해지고 있으며 대체재를 찾고 이를 공유하는 등 기존 소비 패러다임이 확실히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코로나19로 인한 강제통금이 해제되면서 택시 수요가 증가했고 이 시기에 웃돈을 주지 않으면 택시 배차가 되지 않아 개인택시 3부제가 해제됐고 배차 문제에 있어 택시기사의 수입 문제와도 직결된 문제라는 결론에 지난달 서울시는 택시요금을 올렸다. 택시요금은 중형택시 기준 26% 인상, 기본요금 거리가 줄고 추가 요금 거리와 시간도 줄었다. 또 작년엔 할증시간 확대와 할증률도 40%까지 올렸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는 소비자들이 택시 이용을 적게 하게 만들었다. 비싼 요금과 10시만 되도 할증이 붙기 때문에 귀가를 서두르거나 대중교통 이용을 하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서울시 주요 번화가 길가에는 빈 차가 즐비했다.

박상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김포시을, 초선)이 국토부와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요금 인상 후 법인 택시 매출 증가율은 1%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박 의원실은 26% 인상한 것에 비해 매출 증가율이 1%대인 것을 감안하면 택시 운송수요가 줄었다고 판단했다. 또 택시 관련 불편 민원은 증가해 최근 3년래 최고치다. 요금 증가 대비 서비스 질도 향상되지 않은 것.

박순천(36세, 금천구)씨는 본지 취재에 “저번에 회식 끝나고 택시를 탔는데 평소보다 택시비가 1만 원이 더 비싼 것을 보고 올라도 너무 올랐다는 생각을 했고 그 뒤로 가급적이면 집 가까운 곳에서 약속을 잡거나 오늘처럼 먼 곳이면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한다”고 말했다.

장기택(42세, 인천시 부평구)씨는 “코로나19 기간 회식이 없었고 이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직원들이랑 회식이라도 하려면 눈치가 보이기도 하는데 택시요금 까지 비싸지면서 회식은 예전에 비하면 매우 빨리 끝나는 편”이라고 답했다.

ⓒCJ CGV
ⓒCJ CGV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영화관 전체 관객 수는 624만 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28.8%에 불과하다. 지난 1월과 비교해도 42.9% 줄어들었다. 또 영진위는 작년 전체 극장수입은 1조160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에 비교해 60.6% 수준이다.

이 같은 부진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부진한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세 차례나 관람료를 올리면서라는 주장이 가장 지지를 받는다. 또 OTT가 활발하게 영역을 확장한 탓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상황속 소비자들도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 극장에 간다는 것은 많은 돈을 소비한다는 의미기 때문에 작품 선택 기준이 더 강화 되고 있어 관객 수가 줄고 있다.

이중영(22세, 성북구)씨는 “OTT 영화를 봐도 불편한 일이 없다"며 "극장까지 발걸음을 옮길 정도로 흥미로운 작품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더군다나 영화 1편 보는 데 쓰이는 비용이 너무 많아 부담된다”고 말했다.

교촌이 주요 메뉴 소비자 권장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한다고 최근 밝혔다. 콤보 제품의 경우 배달비를 포함하면 3만 원 가까운 금액을 내고 주문해야 된다. 이에 따라 치킨 3만 원시대가 다가왔다는 불안감이 조성됐다.

교촌 가격 인상은 다음달 3일부터여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대표 배달음식인 치킨의 대표 프랜차이즈 가격 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시장 상황이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중 일부는 “치킨 3만 원 시대에 흥분하다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번엔 다르다”라며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고 지금처럼 치킨을 꼭 사 먹어야 되나 하고 생각을 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또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가격 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고 재료 값도 올라가고 있다”며 “소비자로부터는 가격 인상 원성을 직접 듣고 있고 재료비 인상 타격을 그대로 받고 있는 상황이며 만약 이번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이 적응하지 않고 마트 치킨 처럼 저렴한 대체제가 등장한다면 매우 두려운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GM의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4영업일 만에 사전 예약 1만대를 돌파했다. 갓성비가 인기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GM
GM의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4영업일 만에 사전 예약 1만대를 돌파했다. 갓성비가 인기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GM

28일 한국 GM 쉐보레가 선보인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출시 4영업일 만에 사전계약 1만 대 계약을 돌파했다. 과거 말리부는 8영업일, 임팔라가 한 달 걸렸던 1만 대 예약을 거뜬히 따돌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인기 요인은 소형 크로스오버 체급을 뛰어넘는 준중형급 공간 활용성과 뛰어난 디자인도 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현대자동차가 판매하는 경형 SUV 캐스퍼보다 저렴하다.

한국GM은 지난 2014년부터 8년간 적자였지만 올해 트랙스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면 9년 만의 흑자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편의점은 런치플레이션에 대비해 도시락 전쟁에 돌입했다. 지난달 15일 GS25가 김혜자 도시락 재출시하면서 각종 할인 혜택을 더해 저렴하게 제공했다. GS25는 이 도시락 출시 20일 만에 누적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고 출시 한 달 동안 GS25 도시락 매출은 55% 신장했다.

CU는 백종원 도시락을 통해 이달 31일까지 저렴한 가격에 기존 도시락보다 10% 내용량이 많은 도시락을 선보였다. 출시 6일 만에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 16일부터 21일까지 CU 도시락 매출은 29.7% 늘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격 인상을 하더라도 반발을 잠깐 했지만 인상된 가격에 적응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며 “이젠 정보 비대칭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현명한 소비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체수단을 마련하거나 업체에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재화를 공급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공급자들이 하는 말만 믿고 가격 인상요인을 쉽게 납득하는 소비자가 적어지고 소비자들이 직접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기도 하고 생산자가 되기도 하는 등 과거의 가격 인상 후 소비양상과는 매우 다르다”라며 “또 글로벌 경기침체와 3고 현상 등이 가계지출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공급자의 볼멘소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만한 소비자들이 어디있겠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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