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변화 진전 속 더 치열해진 야권, ‘태극기’ 시위까지
한일정상회담 개최, 윤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손 맞잡아
12년 만에 복원된 ‘셔틀 외교’, 한일 양국 ‘공조 협조’ 선언

윤석열 대통령(좌)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우)가 16일 도쿄 총리공관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좌)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우)가 16일 도쿄 총리공관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제3자 변제’ 방식이 골자인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배상안을 두고 여야가 연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극한 갈등을 벌이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일본 순방길에 올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정상회담’을 가져 지난 12년간 얼어붙어 있던 한일관계에 대한 개선 국면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여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다.

◆ 정상회담 열리는 날까지도 여야 극한 대립, 김기현 “미래 세대 위한 결단” 호소

여야는 한일정상회담이 열리는 날까지도 대립각을 세우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는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일본은 싫든 좋든 우리 주요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북한이 야기하는 안보위기에 있어서도 반드시 공조해야 하는 국가”라면서 “미래 세대를 위한 결단”이라고 적극 옹호한 반면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나서면서 “대(對) 일본 굴욕 외교를 중단하라.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는 법이다”고 외치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일본 순방길을 배웅하느라 당 최고위원회의를 오후로 미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오늘의 한일정상회담은 안보 및 경제 위기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자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한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 당은 12년 만의 양국 정상회담인 만큼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긴밀한 협력이 절실한 만큼 장기간 대립과 갈등을 이어가는 것은 양국 모두에게 손해”라면서 일본을 향해 “일본도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이에 상응하는 진지한 호응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김 대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지난 문재인 정권은 5년간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죽창가만 불러가며 반일감정을 국내 정치용으로 써먹기만 급급했던 민주당이 정부 해법을 폄훼하고 곡해해 또다시 반일 정서를 자극, 정치적 이득을 보려고 혈안이다”면서 “무책임한 반일 선동에 현혹될 국민이 이제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청년 세대인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같은 회의에서 “한미일 협력과 공조는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다”면서 “일본의 만행에 대해서는 용서가 힘들지만, 우리 세대에서 매듭을 짓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할 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장 청년최고위원도 마찬가지로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등골을 빼먹은 윤미향과 함께 과거에 머무르라”고 비난하면서 “국민의힘은 무책임한 ‘문재인의 강’을 넘어 윤석열 정부와 함께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쏘아 붙이며 신경전에 가세했다.

◆ 태극기 들고 일어선 민주당, 규탄 시위 “굴욕 외교, 중단하라” 맹폭

반면 민주당 측은 이날 오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일제히 태극기를 들고 나서며 강력한 규탄 시위를 펼치고 나섰는데, 이 자리에서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장을 맡은 김상희 의원은 “역사를 지키고 미래를 사야 한다”며 “굴욕 외교에 강력히 저항하기 위해 태극기를 들기로 결의했다”고 외쳤고, 심지어 그는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의 옷깃에 태극기 배지를 달아주는 모습을 보여줬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이날 태극기를 흔들며 윤 대통령을 향해 “굴욕적 대일 외교를 중단하라”, “제3자 변제 강제동원 해법을 즉각 철회하라”, “강제동원 피해자 대한 일본 사죄와 전범기업의 배상을 당당히 촉구하라” 등의 구호를 제창하며 퍼포먼스를 벌였다.

뿐만 아니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앞서 오전에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가 어려워진 계기와 관련해 ‘2018년 대법원 판결’을 지목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행정부 수반이자 국가 원수인 대통령이 삼권분립까지 위반하면서 일본에 납작 엎드린 것이다. 일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가 그렇게 강조하던 법치주의마저 능멸했다. 탄핵 사유다”고 맹비난했다.

더 나아가 김 정책위의장은 윤 대통령과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을 을사오적에 이은 ‘계묘오적’이라고 적은 팻말을 보여주면서 “이 정도면 이완용의 부활을 넘어 ‘명예 일본인’이 아니냐”며 “대통령이 대일 외교를 통해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고 맹폭했다.

이에 더해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기자회견을 통해 “(윤 대통령은) 몰지각한 역사인식으로 일본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친일 세일에 목숨 거는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은 필요 없다”고 몰아 붙였다.

◆ 정의당도 비판 가세, 이정미 “尹대통령, 못난 협상 하려면 돌아올 생각 말라”

심지어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날 제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온 국민의 분노가 끓어 오르는데 오늘 윤 대통령은 기어코 일본으로 향했다”면서 “일제 강제징용의 피맺힌 역사를 팔고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며 추진한 한일정상회담인데,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내준 숙제 해결은 커녕 일본 앞에 납작 엎드려 과거사에는 면죄부를 주고, 일본기업에만 이익이 되는 못난 협상하려면 돌아올 생각을 말아야 할 것”이라고 비난에 가세했다.

그러면서 이정미 대표는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대한민국 국민들이 준 숙제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강제동원 사실 인정과 전범기업 직접 배상만큼은 약속받아 와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문제도 해결하고 돌아와야 할 것이다”고 압박했다.

◆ 순조롭게 열린 한일정상회담, 12년 만에 셔틀 외교 복원 알려 ‘역사적 순간’

한편 여야의 정치권이 한일정상회담을 두고 옥신각신하며 치열한 설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이날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은 일본 도쿄 총리공관에서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사실상 12년 만에 ‘셔틀 외교’의 복원을 알리는, 한일관계의 국면이 전환되는 역사적 순간을 맞이했다.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는 윤 대통령을 향해 “미래 한·일관계를 위한 기회가 찾아온 걸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조금 전 소인수 회담서 일·한 정상이 현실에 구애받지 않고 빈번히 방문하는 셔틀 외교를 재개했다. 양국 이익이 될 협력 추진을 위해 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서 정부간 소통을 위한 의견이 교환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윤 대통령도 “한국 대통령으로서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회담을 하게 됐는데, 오늘 도쿄에서 기시다 총리와 만난 건 여러 현안으로 어려움을 겪던 한일 관계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걸 양국 국민들께 알려 드리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과 자유·인권·법치의 보편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은 안보·경제·글로벌 아젠다에서 협력해야 할 파트너다. 그간 국제사회 평화와 번영 기반의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중대 도전에 직면한 지금 양국 협력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특히 양국의 정상들은 이날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도발 행위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협력의 기치를 함께 하는 모습도 보여줬는데,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한일 양국은 서로 긴밀히 공조하고 연대하여 이러한 불법적인 위협과 국제사회의 난제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마찬가지로 기시다 총리도 “북한의 심각한 도발 행위이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엄중한 전략 환경하에 한·일, 한·미·일 공조를 더 추진하는 것을 논의했으면 한다”고 결을 같이 해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강화를 약속했다.

◆ 한일 관계 변화 조짐, 日 ‘수출규제 해제 조치’에 韓 ‘WTO 제소 취하’ 화답

그래서인지 이날 외신들도 일제히 한일정상회담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양국 관계의 복원을 위한 중요한 첫발을 뗀 것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였고, 실제로도 이날 일본은 그간 수출규제했던 품목들의 조치를 해제했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화답하는 조치를 내려 눈길을 끌었는데, 한일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도쿄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 측은 수출관리의 운용 변경을 통해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즉시 해제하기로 했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조치로) 한국 정부는 일본 측의 3개 품목 수출관리 운용 규정 변경 실시와 동시에 일본 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며 “양측은 상호 ‘화이트 리스트’(백색 국가 리스트) 회복을 위해 긴밀히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혀 사실상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놓여 있던 양국이 경제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는 협력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보여준 것이라고 보면서 경제계에서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일각은 평가했다.

다만 양국 간의 외교안보와 경제 협력 측면에서는 정상화가 되어 가는 기류가 흐르며 기대감이 분출되고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과 일본은 그간 서로를 향한 국민적 감정이 매우 안좋았던 것은 사실이기에 양국의 정상은 앞으로 각국의 국민 여론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는 숙제로 남아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 한일 공동기자회견, 尹 “외교·경제 정상화”...기시다 “尹 해법 높이 평가”

그러나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이후 열린 공동기자회견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는 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한일관계를 건전하게 돌리는 노력으로 높이 평가한다”고 긍정 평가하면서 지난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도 “조금 전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우리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다. 외교, 경제에 관한 당국 간 전략대화를 비롯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알리면서 “이번 해법 발표로 인해서 양국관계가 정상화하고 발전한다면 먼저 양국의 안보위기 문제를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본 정부와 1998년 10월 발표한 일한 공동 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를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우리 두 정상은 양국 정부가 긴밀히 소통하고 머리를 맞댄 결과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를 계기로 양국이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외교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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