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얻은 것 하나 없는 굴종외교” vs 與 “우리 경제에 새 활력”
매켄지 특파원 “지금까지 서울은 도쿄보다 더 많은 것을 양보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다’는 문구가 쓰여진 태극기 피켓을 붙여놓자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국회 국방위원회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17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다’는 문구가 쓰여진 태극기 피켓을 붙여놓자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회의장에 입장하지 않은 국회 국방위원회 모습.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간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여야가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는데, 특히 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의 하락 원인으로 꼽히면서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어 외교 사안도 급기야 정쟁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 윤 대통령 “한일관계의 새로운 출발”…주변국 및 외신 평가는?

윤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 다음 날인 1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12년 만에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인 양국 국민께 한일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알려드리게 돼 뜻 깊게 생각한다”고 자평했으며 대통령실에 따르면 같은 날 오전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일한의원연맹 등 일본 정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양국이 정상회담을 갖게 된 것 자체가 양국관계 정상화와 발전에 큰 진전”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발 더 나아가 윤 대통령은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전세계가 직면한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이 중요하다”며 “양국이 공급망, 기후변화, 첨단과학기술, 경제안보 등 다양한 이슈에 공동으로 협력, 대응해나가자”고 다방면에 걸친 양국 간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대통령실은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주요 외신들의 평가나 반응도 이날 요약해 전했는데,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일본에서 환영받았다고 전하면서 “오랫동안 경색됐던 한일관계의 해빙 조짐”이라고 분석했으며 AP는 “한일정상회담은 양국의 동맹국인 미국과 함께 북한, 중국에 대한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공통된 긴박감을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동북아의 전략적 지도를 바꿀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에도 합의하는 등 안보 관련 사안도 다뤄졌는데, 이와 관련해 미국에선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7일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과의 현안 협의에서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윤 대통령의 결단과 리더십을 적극 지지한다”며 윤 대통령의 역사적 방일을 통해 한일 간 안보협력 강화, 수출규제 해제, 경제협력, 문화·인적교류 확대 기반 마련 등 양국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한 것을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놨다.

반면 북한은 당국의 공식 성명은 아니지만 같은 날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논평을 통해 “남한 언론에서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두고 ‘굴욕행각’, ‘매국행각’, ‘안보위기 행각’이라고 단죄하는 각 계층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며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윤 정권이 우리 민족의 자존심마저 팔아넘긴 대가로 기회를 얻어낸 굴욕적인 회담’ 등의 주장이 나온다”며 부정적 반응에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여 미국 반응과는 대조를 이뤘다.

다만 외신에서도 영국 BBC의 경우 “윤 대통령의 강제징용 발표 후 바이든 대통령은 ‘획기적인 새로운 장’이라고 환영하며 국빈 방미 초청,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새로운 장을 맞이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정상회담은 몇 년간 무너졌던 신뢰관계를 복원할 기회”라고 관측하면서도 서울 주재 진 매켄지 특파원은 “지금까지 서울은 도쿄보다 더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평가했으며 도쿄 주재 샤이마 칼릴 특파원도 “일본에게 있어 전략적·외교적 승리”라고 평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게 실시해 17일 공개한 윤 대통령 직무수행평가(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는 긍정평가가 전주보다 1%P 하락한 33%, 부정평가는 2%P 오른 60%로 나왔는데, 긍정평가는 2월 4주차 이후 3주째 하락세이며 반대로 부정평가는 2주째 상승세로 60%대를 기록한 것은 12월 1주 이후 약 4개월 만이고, 부정평가 이유로는 ‘일본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외교’가 각각 15%로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한국갤럽은 “부정평가 이유에선 노동 문제보다 일본·외교 지적 사례가 훨씬 많다”고 분석했으며 동 기관이 함께 조사한 여당 지지율도 2주째 하락한 반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주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고무된 민주당에서도 한일 정상회담 비판에 당력을 집중시키는 모양새다.

◆ 민주당 “최악의 회담…정부해법 무효로 하고 새 해결책 낼 것”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가 17일 한일정상회담 관련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가 17일 한일정상회담 관련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당장 민주당에선 박홍근 원내대표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일본 기자들 앞에서 ‘구상권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답함으로써 이번 방일은 최악의 굴종외교로 분명하게 판가름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거짓과 굴종으로 점철된 최악의 정상회담으로 시종일관 일본에게 굽신 거렸던 윤 대통령의 저자세 굴욕외교가 빚은 대참사”라고 한 목소리로 혹평을 쏟아냈다.

특히 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 관련 집중시위까지 열어 정부 규탄에 나섰는데, 위원장을 맡은 김상희 의원은 이 자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80년 고통, 30년 넘게 재판하면서 오롯이 홀로 투쟁한 그 결과를 대통령이 짓밟고 일본 총리에게 조공, 항복문서 바치듯 했다. 더 이상 외교 참사·굴종외교를 쳐다만 볼 수 없다”며 “피해자들은 강제동원 3자 변제 해법을 받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이미 무효가 된 해법에 대해 우린 당연히 무효를 천명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윤 정부는 12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에 온갖 의미를 부여했지만 얻은 것 하나 없는 굴종외교의 결말은 외교참사다. 당장 국민께 사죄하라”고 윤 대통령을 압박했으며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관계의 새 출발이 아니라 일본의 과거사 왜곡을 대한민국 정부가 알아서 용인해준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다’는 문구가 적힌 태극기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고 회의를 진행하려 했는데, 이에 반발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하자 민주당 국방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건 정치 구호로 볼 수 없다.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 우리나라의 자존심, 우리 선조들의 헌신을 되새기고자 태극기를 부착했던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특히 설훈 의원은 “잘못된 외교를 바로잡으려 국방위를 열어 따지려는데 국민의힘은 태극기를 문제 삼아 개의도 않으려 한다”고 국방위 파행에 대해 여당을 탓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한기호 국방위원장은 팻말을 제거해야 회의를 개의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은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고 결국 한 위원장은 “오늘 못한 전체회의는 23일 오전 9시30분에 하겠다. 오늘 하지 못한 국방부, 병무청, 방위사업청 업무보고는 내용이 필요한 경우 보완해서 23일 해달라”며 “양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국방위 전체회의를 개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입장을 내놨고, 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이 “국기를 국회의원이 내거는 게 해선 안 될 행위냐”고 발언한 데 대해선 “태극기 걸었다고? 그 밑에 글씨 뭐냐. 아전인수격으로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마라”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처럼 국회 상임위 파행까지 벌어질 만큼 한일정상회담의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오는 18일 오후 2시 서울 시청광장에서 ‘대일 굴욕외교 규탄 범국민대회’를 개최해 장외투쟁으로까지 확대해나갈 계획인데, 이 같은 민주당의 모습에 국민의힘에선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섰던 김대중 전 대통령 사례를 들어 역공에 나섰다.

◆ 與 “민주당, 야당 돼서도 반일 선동…그러려면 DJ 존영 내려라”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방위 위원들이 17일 국방위 파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방위 위원들이 17일 국방위 파행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등을 경제적 성과로 꼽으며 “한일관계 정상화는 복합 위기에 놓인 우리 경제에 새 기회와 활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지소미아 정상화에 대해서도 북한이 윤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미사일 도발한 점을 들어 한미일 군사협력 필요성을 확인시켜줬다고 평가하면서 “윤 정부의 미래를 위한 결단에 기시다 총리는 ‘김대중·오붙이 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화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여당일 때도 반일감정을 부추겨 선동하는 것밖에 하지 않더니 야당이 돼서도 반일감정을 선동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회의 직후엔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미래를 위한 결단을 내린 윤 대통령의 선택에 대해선 역사가 제대로 평가해 줄 것이고, 나라의 미래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정치적 계산만 하는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이 엄중한 심판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힘에선 강민국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영업사원이 나라를 판 것’이라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꼬집어 “이 대표의 머릿속에는 외교는 팔 수 있는 ‘흥정거리’에 불과한지 몰라도 국민의힘과 윤 정부에게는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주권 그 자체다. 윤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으로 한일 양국은 새로운 출발점에 다시 선 것”이라고 역설한 데 이어 김미애 원내대변인도 이날 “한일정상회담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정상화와 한미일 3각 공조 등 군사협력에 합의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다. 국민의 반일 정서를 정치적으로 이용해보려는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논평했다.

또 ‘외교 참사’라는 민주당 주장에 맞서 김 원내대변인은 “지난 문재인 정권의 외교는 중국에서 혼밥하고 북한 김정은의 심기나 살피고 미국에는 북한의 거짓 비핵화 의지를 보증하는 행태의 어이없는 실력만 보여줬다.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과 별개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관계 개선해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게 정치 지도자의 자세”라고 반박했으며 같은 당 윤상현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2018년 10월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민주당 정부가 한 게 아무것도 없다. 맨날 죽창가, 반일선동 했던 분들”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밖에 권성동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한일회담의 의의는 문 정부가 파탄낸 한일관계를 복원하는 것으로 안보경제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협력관계를 확인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향해 이완용도 모자라 ‘명예 일본인, 탄핵’을 운운했는데 DJ의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 대신 편집증적 문제의식과 운동권의 현실감각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으며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아예 “죽창가만 부를 것이라면 민주당에 걸려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존영을 내려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유 수석대변인은 한일정상회담과 관련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자는 한일 정상 의지가 구체적 성과로 발현되고 있는 역사적 순간인데 민주당은 24년 전 오부치 선언을 이끌어낸 김 전 대통령과는 비교할 수 없는 퇴행적 인식을 보이고 있다. 주말에는 윤 정부의 대일외교를 폄훼하기 위해 반일시위까지 기어코 강행할 움직임”이라며 “김대중-오부치 선언까지 부정하는 민주당은 진보정당 꼬리표를 떼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공세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윤 대통령이 귀국한 뒤에도 한동안 한일정상회담을 소재로 한 정쟁은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이날 파행에 이른 국회 국방위의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이날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위가 정식 개의되는 동안엔 양당이 합의하지 않은 어떤 피켓도 부착하지 않는 게 전통이었는데 민주당이 이 전통을 알면서도 오늘 피켓시위를 하겠다고 억지 부렸다. 오늘 국방위를 빠지고 본인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에 대한 ‘충성의 방탄쇼’를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역공에 나섰으며 회견 직후엔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목요일로 일단 연기했는데 그때도 오늘과 같은 행동을 하면 또 개의가 안 될 것”이라고 민주당에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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