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감안해 기준금리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1년여 만에 멈췄다.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3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를 동결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 2021년 8월 이후 1년 5개월간 이어진 금리 인상 기조가 멈췄고, 작년 4·5·7·8·10·11월 및 올해 1월까지 이어진 연속 인상 기록도 일곱 차례로 마감됐다.

금통위 관계자는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겠지만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다”며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와 불확실성 요인들의 전개 상황을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국내경제는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됐지만 IT 경기부진 심화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소비 회복 흐름도 약화되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 고용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황이지만 경기 둔화로 취업자 수 증가폭 축소가 이어졌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 및 IT 경기 회복 등으로 국내 성장세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1.7%)를 소폭 하회하는 1.6%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전기요금 인상, 가공식품 가격 등의 높은 오름세 등으로 1월중 상승률이 5.2%로 전월 5.0%보다 높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월중 4.1%,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월중 4.0%를 나타내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점차 둔화되겠지만, 공공요금 인상의 영향 등으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둔화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치(3.6%)를 소폭 하회하는 3.5%로 전망된다. 향후 물가 전망에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공공요금 인상폭과 파급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금통위 관계자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기준금리가 4.0%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23년 기준금리 예측과 정책 시사점’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상반기 3.75%, 연말 3.75~4.0% 수준이 될 거라고 예측했다.

둔화세를 보이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올해 1월 들어 재차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여전히 높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현재 상단 기준 4.75%인 기준금리를 추가적으로 인상할 개연성이 크다고 봤다.

또 국내물가 불안도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6.3%) 이후 둔화되던 소비자물가가 올해 1월 5.2%(2022년 12월 5.0%)로 재차 상승했으며, 기조적 물가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도 작년 8월(4.4%)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근원물가 상승률(5.0%)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5.2%)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치다.

한경연은 근원물가가 안정되지 못할 경우 향후 국제원자재 가격이 안정돼도 소비자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한경연은 2001년 1분기에서 2022년 4분기까지의 분기별 자료를 이용해 자기상관 이동평균 모형 등 10개 모형을 통해 올해 기준금리를 예측했다. 이를 통해 추정한 반기별 국내 기준금리의 평균 수준은 상반기말 3.75%, 연말 4.0%로 나타났다.

10개 모형 중 한국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생변수를 감안한 5개 모형만 따로 구분해 국내 기준금리 수준을 추정할 경우에는 상반기 3.75%, 연말 3.75%로 나타나 금통위가 상반기 중 한 차례만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하반기에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측됐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국내경제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부담과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국내 기준금리 인상압력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한은의 통화정책운용에 어려움이 많다”면서도 “미국의 금리인상을 단순 추종하기보다는 경쟁국의 금리인상 여부와 국내 경제상황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신중한 금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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