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코리아리스크 전면화 되고 있어…개헌해 ‘연합정치’ 보장 필요”
정진석 “방탄 내지는 주의 돌리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2023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2023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개헌 필요성까지 역설하는 한편 야당 탄압하지 말고 협치할 것을 촉구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한 사법리스크 국면을 새 이슈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사법리스크, 대선 패배 탓? 연합정치 강조하며 개헌 띄운 李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 상황을 경제난과 안보참사가 더해진 ‘코리아 리스크’가 전면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규정하면서 자신을 압박하는 사법리스크를 돌파하려는 모습을 보였는데, ‘사법리스크’라는 표현 자체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사법리스크에 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검찰리스크”라며 자신을 수사 중인 검찰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응수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정치권 모두 힘을 모아 민생을 살리고 나라의 미래를 개척하는데 집중해야 할 때다. 이를 위해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국정을 중단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말로는 협치를 내세우면서 권력기관을 동원한 야당 파괴, 정적 죽이기에 골몰했다”며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는데 그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 일방통행 국정을 중단하고 실종된 정치 복원에 협력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영수회담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이 뿐 아니라 이 대표는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 정치의 실현과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연합정치와 정책연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일도 필요하다”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민주당은 올해 3월을 목표로 자체 개헌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개헌 필요성까지 역설했다.

실제로 개헌이 추진된다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을 만큼 그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여론의 시선이 개헌론에 집중되는 효과는 물론 민주당 단독으로 원내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 구도라는 점에서 보다 현 야권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헌 논의를 이끌어가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거론한 ‘연합정치와 정책연대 보장’이란 표현은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운영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앞서 지난 9일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위촉식’을 연 자리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나아가기 위해 승자독식의 헌정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개헌 방향을 밝힌 김진표 국회의장과도 맥을 같이 하는 발언으로 비쳐지고 있다.

더구나 김 의장은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4년 중임제, 국무총리의 임명권을 좀 국회에 더 권한을 주고 국회 고유의 입법권과 예산심의권을 실질화해야 한다는 주장에선 국민적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다”며 행정부보다 입법부로 좀 더 힘을 싣는 목소리를 낸 바 있는데, 이 대표가 12일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감사원 국회 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한 발언도 김 의장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대선 낙선으로 인한 후폭풍을 최소화하고자 ‘정부 견제’에 방점을 둔 개헌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앞서 신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선거구제라는 정치개혁 관련 화두를 먼저 던져 이슈 주도권을 쥔 것은 물론 여론의 관심까지 끌었던 점에 비추어 이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보다 개헌에 방점을 둔 정치개혁 관련 주장을 펼쳐 다시 여론의 관심과 이슈 주도권을 야당으로 끌어오려는 계산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윤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구제에 대해 ‘이재명계’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는 12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다선 의원이 수명 연장하려는 수단으로 선거 때마다 나오는 건데 이는 정치개혁이 아니라 정치를 낙후시키는 것이고 실제로 실현도 안 된다”며 자당 내 동조하는 의원에 대해서도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을 정도로 비판적 반응을 보였고, 이 대표 역시 이날 “중대선거구제만이 유일한 방안이냐에 대해선 회의적이고 문제해결에 대해선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같은 다른 방안이 많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표는 개헌 시점까지 분명히 하려는 듯 “다행히 올해 선거가 없어 개헌 논의하기에 적기다. 충분한 숙의를 통해 개헌안을 도출하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자”고 했는데, 앞서 김 의장이 지난 11일 올해 3월 안에 선거법 개정을 끝내자면서 이와 동시에 개헌절차법 입법도 제안했었고, 하루 뒤인 이날 이 대표가 3월 안에 민주당 자체 개헌안을 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일단 여당의 수용 여부와 별개로 민주당에서 정치권 내 개헌 논의에 적극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 영수회담 제안 비꼰 與, 개헌론에도 “시선 다른 데로 끌려는 것”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반면 국민의힘에선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이나 개헌 주장 모두 의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부정적 반응을 내놨는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한 이 대표를 꼬집어 “범죄 피의자와 면담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으며 개헌 주장에 대해서도 “헌법 개정 문제와 선거법 개정 문제도 논의가 진행 중에 있지 않나, 정개특위 논의를 지켜보는 게 순서”라고 응수했다.

여기에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이 대표 신년기자간담회 관련 브리핑까지 열고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영수라는 말도 맞지 않은 아주 옛날이야기고, 시기도 지금 맞지 않는 것 같다. 영수회담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국회 내에서 협치나 상생 분위기가 조성된 다음에 영수회담이 필요하지 대결 구도에서 만난다 한들 무슨 결론이 나겠나”라며 “우선 본인의 사법 문제부터 다 처리하고 나서 하는 게 맞다. 본인 사법 처리 수순에 대한 방탄 내지는 주의 돌리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주 원내대표는 개헌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의 주의나 시선을 다른 데로 끌기 위한 것”이라며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고 개헌 방향을 잡는 데 대해서도 “지금 개헌자문위원회가 9일부터 구성돼서 활동하고 있다. 마치 가이드라인처럼 이것은 된다, 안 된다 하면 어찌 자문위에서 제대로 논의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아예 여당 공식 논평에선 보다 노골적으로 이날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이 대표는 오늘 민생, 경제, 안보, 개헌과 정치개혁 등의 단어를 자신의 방탄 기자회견의 분칠을 위해 아낌없이 쏟아냈다. 숱한 범죄 혐의로 점철된 비루한 메신저의 화려한 메시지에 대해 그 어떤 해석이나 비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꼬집었으며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기소할 게 명백하다는 자신의 현실 앞에서 어떻게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해 움켜지고선 ‘개헌 블랙홀’ 소용돌이로 끌어들여 사법리스크를 희석시키기 위한 포석일 뿐”이라고 이 대표를 맹폭했다.

심지어 이날 이 대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자들이 검찰 수사를 의식한 행보 아니냐는 질문을 했었는데 특히 영수회담과 관련해 ‘지금도 유효하다고 했는데 신년 인사회 때는 형식을 문제 삼아 참석을 안 했다. 검찰 소환 이후 이렇게 말하는 게 정략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신년 인사회는 이미 말했던 것처럼 실무단위에서 이미 일정이 확정돼 있었고 또 저희가 불참한 게 형식을 문제 삼은 게 아니다. 다만 그 과정의 부족함을 지적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로부터 제안을 받게 된 대통령실에선 이날 오후 이 대표의 영수회담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회담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언제나 열려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면서도 “다만 최소한의 국회 상황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판단하게 되지 않겠나”라고 답했으며 이 대표가 주장한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해서도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얼마 전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개헌은 국회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닌가”라고 입장을 내놨다.

◆ 대장동·변호사비 대납 등 수사 속도 올리는 檢, 또 李 소환?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1) [사진 /오훈 기자]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1) [사진 /오훈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이날 오후 임오경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를 뛰어넘어 정치개혁을 위해 개헌의 방향성도 제안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을 명확하게 짚어냈다”며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민생해법, 위기극복, 정치개혁을 위한 이 대표의 제안에 응답하기 바란다”고 이 대표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정부여당에 거듭 촉구했으며 한편으로 이 대표를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선 안호영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수사를 핑계로 야당 대표를 괴롭히는 검찰의 파렴치한 행태가 모두 드러나면 검찰은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공세를 이어갔다.

다만 이런 경고에 개의치 않은 채 검찰은 이날 유동규 전 성남개발도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민용 전 전략사업실장,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 5명을 공직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는 등 대장동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 공소장에 이 대표를 공모 관계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검찰 관계자가 “(이 대표 등) 사건 관계인 역할은 필요한 범위 내에서 기재했다”고 밝힌 만큼 이 대표의 승인 아래 유씨와 업자들간 약속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어 대장동 의혹에 대한 이 대표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도 자신이 체포된 태국에서 국내 송환거부 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이날 전해져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국내 송환이 전망되는 만큼 그를 둘러싼 각종 의혹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데, 전방위적 수사로 이 대표에 대한 압박수위가 높아지자 민주당도 같은 날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증거 인멸했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검사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는 등 검찰을 상대로 역공에 나섰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임홍석·성상욱·손준성 검사와 성명불상의 검사를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면서 “공수처는 검찰이 스스로 면죄부 주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만큼 사건을 엄중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공수처에 기대를 걸었는데, 하지만 이 같은 대응으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를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여론 동향조차 유리하지 않은 상황도 민주당의 속을 타들어가게 만들고 있는데,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해 조사 받은 기간까지 포함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에게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5%로 오른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하락세를 이어가 양당 간 격차는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졌고, 급기야 윤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지난해 11월 3주 이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와 오히려 검찰 수사가 더더욱 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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