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중·대선거구제’ 발언 계기로 논의 나선 국민의힘
민주당, 권역별 연동제 등 제각각

3일 원내대책회의 후 백브리핑 중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좌), 같은 날 신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중), 이날 기자간담회를 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우). 사진 / 권민구 기자, ⓒ대통령실(중)
3일 원내대책회의 후 백브리핑 중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좌), 같은 날 신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중), 이날 기자간담회를 연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우). 사진 / 권민구 기자, ⓒ대통령실(중)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화두를 던진 중·대선거구제를 고리로 국민의힘이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으면서 이번엔 과거처럼 무산되지 않고 정치권 논의를 통해 진정 실체화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尹 “중·대선거구제 검토해야” 발언에 본격 공론화 나선 與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정치권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적극 논의에 나서는 모양새인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소선거구제에 대한 폐단이 많이 지적되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활발하게 선거구제도의 장단점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해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제도에 대한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역설하는 등 연일 선거제 개편 이슈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당장 같은 당 김태호 의원도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는데 협치와 공존의 첫 단계로 대환영이다. 여야 의원들도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대화해보면 지금의 유혈 스포츠식 정치 구조로 괴로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도 “정치 양극화 해소 없이 국민통합과 개혁 동력을 만들 수 없다. 선거구제 개편과 중·대선거구제는 승자 독식과 정치 양극화를 완화한 대안”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고 급기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윤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중·대선거구제를 관철시키는 것이 지금 당의 과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뿐 아니라 당권주자들도 이미 전날부터 경쟁적으로 관련 의견을 쏟아내 안철수 의원은 지난 2일 대구·경북 신년교례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중·대선거구제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때 충분히 함께 공감한 내용들이다. 그건 (윤 대통령과) 거의 생각이 같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호응했으며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전면 도입이 아니라 일부 지역 도입으로 알고 있는데 특정 정당의 지역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데도 도움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유승민 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대선거구제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 여야가 기득권을 버리고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주길 바란다”며 “우리 정치의 고질적 병폐는 정치가 양 극단으로 치닫고 적대적 대결에 매몰돼 시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국민에 희망을 드리지 못하는 건데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면 우리 정치가 더 다양한 국민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역과 이념의 대립 구도를 넘어 보수도 호남에서, 진보도 영남에서 국민을 대변하고 진영을 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의 정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호평했다.

◆ 與 일각서 신중론부터 회의적 시각까지…이유는?

다만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는 선거제도의 혁명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굉장히 중요하다. 수도권, 비수도권 등 지역사정이 다르고 4개 시·군이 한 개씩 묶여 있는 데도 있어 여야 간 이해관계가 일치돼야 확정할 수 있는 문제”라며 여야 간 논의하는 데에 우선 방점을 두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고 ‘김·장 연대’의 김기현 의원도 같은 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선거법을 일률적으로 처리하는 게 아니라 국회에서 표결해야 되는 것이니 각 의원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의견 수렴해가면서 결론 낼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시사포커스DB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시사포커스DB

한 발 더 나아가 윤상현 의원은 “선거구제 개편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중·대선거구제로 가려면 헌법 개정하고 같이 연동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김진표 국회의장이 개헌을 논의해보겠다는 말을 대통령 옆에서 공개적으로 했다. 선거제 개편을 전체적으로 하지 않고 선별적으로 하겠다는 그게 야당하고 되겠나. 개헌과 관련 있어서 그런 차원에서 논의되지 않을까”라고 쉽게 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여당 내부에서도 일부 온도차가 없지 않은데, 하 의원은 이런 내부 분위기를 내비치듯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물론 당에는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다”고 밝혔으나 “(반대할 경우) 공천 문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결국 중·대선거구제가 관철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고, ‘중·대선거구제가 거대 양당 기득권만 강화시켜준다’는 지적엔 “2인 선거구만 하면 그럴 수 있지만 대통령은 3~4인 선거구를 얘기했다. 4인 선거구까지 가면 소수정당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 의원은 “서울은 우리가 한 40% 이상 나오는데 강남 빼고는 못 가져간다. 우리 당은 수도권이 문제”라며 아예 “(중·대선거구제를) 일단 시범적으로 해볼 필요는 있다. 인구 50~60만 이상 되는 도시를 중심으로 한번 해보고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은 그 다음 논의해도 될 거 같다”고 역설했다.

다만 그는 “호남은 지금 3~4인 선거구를 해도 우리 당이 안 되고 정의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민주당이 대구는 30%, 부산은 40% 나온다. 그러면 부산은 절반, 많으면 30~40% 이상은 민주당이 가져간다”며 일부 지역에선 민주당이 유리해질 가능성도 점쳤는데, 그래선지 민주당 내부에서도 선거제 논의와 관련해 각자 셈법에 따라 입장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 민주당,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 등 의원별로 입장차, 왜?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일 국회 시무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호남에서도 보수 정치인들이 몇 명 당선되고 거꾸로 대구·경북에서도 진보 정치인들이 당선돼야 협치가 된다”며 “정개특위에서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선거법 개정안을 복수로 제안하고 그것을 국회의원 300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회부해 3월 초순까지는 총선 선거제도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제시하며 선거제 개편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김 의장은 중·대선거구제를 꼽은 윤 대통령에 비해 “대안의 하나로 중·대선거구제가 제안되고 있지만 그밖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하고 여러 가지를 잘 혼합해 선거법을 새롭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일부 온도차를 보였는데, 지난 21대 총선 전 선거제 개편 논의 당시 국민의힘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정의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고수하면서 꼬여버렸던 만큼 김 의장의 이 같은 주장은 선거법 개편이 쉽지 않을 것임을 한편으로 예고하기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좌), 서영교 최고위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좌), 서영교 최고위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실제로 천정배 전 의원은 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중·대선거구제도 나름대로 폐해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선거구제 폐해를 극복하는 데에는 생각해볼 수 있는 제도”라며 중·대선거구제 개편에 환영 입장을 나타낸 데 반해 같은 날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세계적으로 보면 (소선거구제보다) 중·대선거구제 폐해가 더 크다는 게 현재까지 증명된 바”라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특히 김 의장은 “대통령제 하에선 소선거구제가 훨씬 궁합이 맞는 제도의 특성이 있다.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어울리는 측면이 있어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에서 어떤 게 좋은가 하면 개인적으로는 소선거구제가 맞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으며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 진출이 어려운 지역주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대해서도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우리 당은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를 하자고 해왔다. 여전히 권역별 비례제를 하고 사표율 등 문제를 봐서 그 지역 내에서 소수정당 진출과 비례성을 맞추는 게 제도 정합성과 대한민국 특수성을 감안할 수 있는 제도”라고 ‘권역별 연동형 비례제’를 거론했다.

이미 권역별 비례제가 민주당 지도부 입장인지 앞서 같은 날 서영교 최고위원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당 지도부 입장은 우선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 때 전국을 다니면서 했던 얘기인데 호남 그리고 영남 이런 쪽에 권역별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김 의장의 선거제 개편 발언에 대해서도 확대해석에 선을 그으려는 듯 “선거 1년 전에 선거법을 통과시켜야 하니 자리를 만들자 이런 것이고 선거법 개정을 위해선 정개특위가 벌써 시작돼 여야가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울러 김 의장은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를 언급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적 성격을 갖는 게 총선인 경우가 많은데 어제 대통령 발언은 최근 윤 정부에 대한 국민 심판 여론을 피해 가려는 뜻도 포함하는 게 아닌가”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는데,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을 겨냥 “갑자기 뜬금없이 왜 이러나. 국민들은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관심 없고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다당제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중·대선거구제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저는 목놓아 주장했었다”고 상반된 입장을 내놨는데, 그러면서 조 의원은 “소선거구제를 전제로 해서 지역구를 열심히 일궈온 많은 현역 의원들은 별로 흔쾌하지 않을 것이다. 총선을 1년 앞두고 갑자기 중·대선거구제로 룰이 변경되면 자신들한테 별로 유리할 게 없을 것은 명백하지 않나”라고 일각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는 이유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선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모두 오가면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는데, 그는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당장 총선인데 지금 국회에 중·대선거구제를 한다고 해서 과연 실현되겠나. 지금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반대하기 때문에 성공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개헌이고 선거법이고 사회적인 큰 변혁이나 있을 때나 가능한 거지 평상시에 그걸 추진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봐 윤 대통령이 띄운 선거제 개편론은 결국 의원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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