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李 압박하는 사정 정국에 ‘벼랑 끝’ 민주당
尹, 정책 행보도 ‘전 정권 뒤집기’ 기조로 나서
野 “전 정부의 정책이란 이유만으로 의료지원 정책 폐기 참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제5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제55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정부가 지지층 결집 등을 고리로 지지율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자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는 모양새여서 여소야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 서해공무원 사건, ‘윗선’ 겨눈 검찰…文에 대한 수사 ‘초읽기’?

먼저 직접적으로 야권에 부담을 주는 사안은 검찰 수사인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은폐한 혐의로 구속돼 내년 1월부터 재판을 받게 되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뿐 아니라 13일엔 노영민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까지 해당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았고 오는 14일 오전엔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마저 검찰 소환 조사가 예정돼 ‘위선’을 겨눈 수사가 급물살을 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장 여당에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피격 사망 사실 은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였는가. 서 전 실장이 대통령의 지시 없이 이런 일을 했다면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고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밝혀야 한다“며 “우리 국민이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에 의해 발견된 건은 중차대한 사건인데 관련 사실을 보고 받고도 문 전 대통령은 구조를 지시하지 않아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이제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진실에 응답할 차례”라고 문 전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다.

심지어 하 의원과 함께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서해공무원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서 전 실장 기소장을 통해 ‘살아있으면 건져 주고 죽었으면 그냥 두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어떤 식으로 어떤 범위까지 고발, 구속해야 할지 참담했다. 어떻게 이런 말을 숨기고 감추며 감히 무례하다, 화났다는 말을 하는지 참담하다”며 “이제 동생 사건의 최고책임자였던 문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 스스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 서 전 실장의 기소는 진실을 밝히는 시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문 전 대통령을 고발하겠다고도 밝혔다.

이미 13일 노 전 실장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불려가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문 전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한 경위에 대해 조사 받았는데,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첩보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검찰 출석을 앞둔 박 전 원장은 이런 분위기 탓인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조사에 사실대로 진술하겠다”면서도 “오늘도 김어준 뉴스공장, 매불쇼 녹화, 밤 11시 KBS TV 더라이브에 출연하고, 저녁 6시30분에는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초청 강연까지 한다”고 조사 전날까지 여론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씨가 조만간 하차하는 상황과 연계해 박 전 원장은 “(뉴스공장의) 공장장은 이제 잘리고 저는 검찰로 잡혀가고 다음 주 방송할 수 있을까”라고 밝히는 등 야권 인사나 지지층을 현 정부가 압박하고 있다는 듯 운을 띄우기도 했는데, 그러면서도 그는 “내일 검찰 출석에 많은 관심과 염려, 걱정에 감사하다. 저는 6·15 특사,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국정원장을 역임한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 위업과 정신을 이어가는데 앞으로도 총력을 경주하겠다”고 한편으론 결의를 드러냈다.

◆ 이재명도 사법리스크에 압박…李 “민주주의가 질식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검찰의 칼끝은 비단 문 정부 인사들만 겨눈 것은 아닌데, 서울중앙지검에선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13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인 김만배 씨가 대장동 사업으로 취득한 범죄수익의 은닉 혐의에 연루된 조력자로 비쳐지는 화천대유 공동대표 이한성씨, 화천대유 이사 겸 전 쌍방울 그룹 부회장 최우향씨를 체포했을 뿐 아니라 김씨와 최씨, 이씨의 주거지, 화천대유 사무실 등 10여 곳이 압수수색된 것은 물론 김씨 사건을 대리하는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이날 체포된 이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냈던 인물이자 김만배씨 지시에 따라 자금 인출 등을 관리하고 지난해 9월엔 화천대유 공동대표도 맡은 바 있는데, 앞서 이 대표의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된 데 이어 검찰이 대장동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 속에 공교롭게도 이 대표는 같은 날 천안 중앙시장에서 “민주주의가 질식하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도록 막는 힘은 국민 안에 있으니 함께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국가가 지금은 혹시 나를 때리지 않을까, 해코지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존재가 돼 가고 있다. 내가 혹시 얘기하다 잡혀가는 게 아닌가, 압수수색 당하는 게 아닐까, 요즘 말하기가 무섭다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며 “어떻게 만들어온 자유로운 세상인데 갑자기 몇 개월 만에 과거로 돌아간단 말인가. 이제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를 들은 청중들은 ‘이재명’을 연호하기도 했다.

또 지난 12일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수사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성명불상의 검사를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던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13일에도 대장동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겨냥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안중에도 없고 검찰 수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의 일방적 주장을 언론에 도배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이 대표와 그 주변 인사들을 범죄자로 낙인찍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하는 성명문을 내놓는 등 연일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 대책위는 “유 전 본부장이 정작 돈의 용처, 이 대표의 관여 여부 등 핵심적 질문엔 ‘재판에서 말씀드리겠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이는 ‘증거는 재판에서 밝히겠다’는 범죄 혐의자들의 일방적 진술을 언론에 흘리는 검찰의 모습과 똑 닮아 있다”며 “검찰의 끼워 맞추기식 무차별 폭로전, 범죄혐의자의 증언을 무기 삼은 표적 수사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법정에서 조작 수사의 진실이 명백히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당권주자 중 한 명인 김기현 의원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 전 본부장이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위해 돈을 건넸다’고 밝혔다. 이 대표의 턱 밑까지 조여오던 유 전 본부장의 칼날이 이제 이 대표의 정치적 목숨을 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며 “이 대표는 철 지난 정치탄압 희생자 코스프레 그만하라. 심은 대로 거두고 뿌린 대로 나는 인과응보는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이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같은 당 소속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을 향해 “이미 정치적 수명 다해가는 이 대표를 연명시키고 예산과 법안을 방해하며 국정과 민생을 망하게 해야 민주당 자신들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민주당에 단 하나의 양심이라도 살아있다면 국민 앞에 사죄하고,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을 맹폭했는데, 민주당으로선 설상가상으로 윤 정부가 수사로 옭아맬 뿐 아니라 전 정부 당시 추진했던 문 정권의 정책에 대해서도 일일이 ‘뒤집기’에 나서기 시작해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 문재인 케어 등 손대는 尹, 전 정권과 정책 기조도 대전환 예고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당장 윤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작심한 듯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 넘게 쏟아부었지만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인기영합적 포퓰리즘 정책은 재정을 파탄시켜 건강보험제도 근간을 해치고 결국 국민에게 커다란 희생을 강요하게 돼 있다”며 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와 감사원에 따르면 건강보험 적자는 내년 1조4천억원을 기록한 뒤 해마다 증가해 2050년엔 한 해 적자만 24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당장 내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은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윤 대통령이 이날 “건강보험 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건강보험 급여와 자격 기준을 강화하고 건강보험 낭비와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며 사실상 문재인 케어 폐기를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와 민주노총 총파업 사태에 법과 원칙을 내세워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맞서 지지층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지지율도 상승했기 때문인지 “파업 기간 중 발생한 불법행위는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제 임기 내에 불법과의 타협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데 이어 전날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과 관련해서도 국무위원들에게 “노동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노동개혁 필요성을 역설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우리 공동체의 기본 가치가 자유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과는 협치와 타협이 가능하지만 자유를 제거하려는 사람들, 거짓 선동과 협박을 일삼는 세력과는 함께 할 수 없다. 이는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책무”라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는데, 다만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발언에 대해 “특정한 세력이 아니라 불법과 타협하지 않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라고 부연했고, 이 발언이 전날 이 대표의 회동 요청에 대한 반응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도 “그에 대한 답이 아니라 생각한다.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기조에 비판을 쏟아냈는데,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말했던 주 120시간 노동이 현실화되고 있다. 윤석열표 노동개혁안은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노동개악안”이라고 지적했으며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전 정부 정치보복 수사와 감사도 부족해서 전 정부의 정책이란 이유만으로 국민 의료지원 정책을 폐기하겠다니 참담할 뿐이다. 윤 정부는 정부의 역할마저 국민께 떠넘기는 민폐 정부가 되고자 하는 것인지 답하라”고 윤 대통령을 맹폭했다.

이렇듯 이제는 정권교체를 확실히 보여주려는 듯 정책 부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정부와 민주당이 타협 없이 충돌하기 시작했는데, 당장 여소야대 상황이 무색하게 이상민 장관에 대한 야권의 해임건의안 의결엔 윤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쳤으며 검찰이 윤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현직 국회의원인 노웅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사정 정국으로 민주당에 대한 압박수위도 높아져가고 있어 윤 대통령이 이참에 정국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속셈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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