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시진핑, G20 참석 계기 발리서 정상회담
尹 “존중·호혜 기반 성숙한 관계 위해 협력”
“자유·평화·번영 보편적 가치·규범 기반 추구”
시진핑 “가까운 이웃이자 뗄 수 없는 파트너”
“진정한 다자주의 함께 만들어 세계 안정성을”
尹, 북핵 문제에 中 적극적·건설적 역할 요구
시진핑, “담대한 구상, 北 호응하면 지지·협력”
양 정상, “공동이익” 언급하며 협력모색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한중 정상이 약 3년 만의 양국 회담에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긴장 완화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고, 양국의 ‘공동이익’에 화답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오후 5시11분(현지시간·한국 오후 6시11분)께 시작된 한중 정상회담은 25분간 진행됐다. 한중관계 발전 방향, 한반도 문제, 역내·글로벌 정세, 역사 문화교류 등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의 서한 교환을 예로 들며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상호 존중과 호혜에 기반한 성숙한 한중관계를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외교 목표는 “동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추구하고 기여해 나가는 것이다. 수단과 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규범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중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중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협력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양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상호 협력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에 시(習) 주석도 윤 대통령과 주고받은 통화와 서한을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 “세계가 새로운 격동의 변혁기에 접어들고 국제사회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 지금, 한중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말해 순망치한(脣亡齒寒)을 연상케 했다.

이어 “지역 평화를 유지하고 세계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책임이 있으며, 광범위한 이익 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시 주석은 “한국과 관계를 유지하고, 공고하게 발전시키고, G20 등 다자 플랫폼에서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多者)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중심의 일자(一者)주의 국제질서를 경계하면서 양국 간 협력을 모색하자는 뜻을 한국에 밝힌 것으로 풀이 된다. 윤 대통령이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사회”를 강조한 반면, 시 주석은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하면서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인 중국의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한중은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면서 평화를 수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14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공동이익을 언급했다. “미·중 양국의 공동 이익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 많아졌다. 중국과 미국은 충돌하지 않고, 대립하지 않으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양국의 가장 기본적인 공통 이익이다. 미·중 양국 경제가 깊이 융합돼 새로운 발전 과제에 직면하면서 상대방의 발전으로부터 이익을 얻어야 하는 것도 공통 이익이다”이라고 말한 것이 인민일보에 보도되었다.

한국의 외교 목적은 전쟁억제에 있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한중간 공동이익을 언급하려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제에 더 강력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전쟁억제라는 측면에서는 미일도 마찬가지이다. 

또 시 주석은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혀, 남북관계 개선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달라는 의미로 읽힌다. 이는 미중회담에서 남북 문제가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은 것에 비해 진일보한 것이다.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라면서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시 주석은 긍정적으로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이밖에 윤 대통령은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추진하자고 했다. 시 주석은 고위급 대화 활성화에 공감을 표하고, 1.5트랙 대화체제(한쪽은 정부측 인사, 반대편은 민간쪽 인사가 대화) 구축을 제안했다. 또 양 정상은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2단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고 의견을 같이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젊은 세대 간 교류를 확대해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고, 시 주석도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자”고 했다. 중국 측의 이른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이후 위축된 양국 교류에 대한 후속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마지막으로 한중 정상은 상호 초청 및 방문 의사도 재차 밝혔다. 시 주석은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했으며, 이어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코로나가 진정국면에 들어서고 한중 정상이 다시 내왕하면 곧 한중과 남북이 공동의 평화이익을 위해 병진(竝進)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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