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핵공유·핵무장 등 여러 해법 제안…대통령실 “모든 수단과 방안 협의”

윤석열 대통령(좌), 북한 미사일(중),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뉴시스-조선중앙TV, 시사포커스DB(우)
윤석열 대통령(좌), 북한 미사일(중),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우). ⓒ뉴시스-조선중앙TV, 시사포커스DB(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전술핵 운용부대까지 직접 방문해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휘하는 등 동북아 정세를 긴장시키는 북한의 핵 위협이 나날이 가중되어가자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백가쟁명식 해법을 쏟아내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여러 방안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북핵 억제를 위한 움직임에 나서는 모양새다.

◆ 北 ‘도발 수위’ 높여가자 與 정진석 “북핵 대응 TF 구성 검토”

1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 전술핵운용부대 장거리전략순항미사일 2기 시험발사를 현지 지도하면서 “우리는 임의의 시각에 도래하는 그 어떤 엄중한 군사적 위기, 전쟁위기도 단호히 억제하고 주도권을 완전히 쟁취할 수 있게 핵전략무력운용공간을 계속 확대해나가야 한다. 국가핵전투무력의 무한대하고 가속적인 강화 발전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최근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에 그치지 않고 핵전력 강화에도 무게를 실을 뜻을 한층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의 핵 위협이 노골화되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우선 집권여당을 중심으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띄우기 시작했는데, 그간의 남북군사합의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등을 파기하고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일본, 호주 등을 아우른 다자간 핵 공유 제안까지 여러 목소리가 백가쟁명식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미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던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엔 한 발 더 나아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 위원장은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천명하고 대한민국을 겨냥한 전술핵 운용부대의 실전 훈련까지 하고 있는데 우리만 30여 년 전 비핵화공동선언에 스스로 손발을 묶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해 전술핵 재배치론을 띄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는데, 다만 정 위원장은 같은 날 ‘2022 국민미래포럼’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바로 그거랑 연결 짓는 것은 좀 무리라고 생각한다. 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우리가 쉽게 여겨서 넘길 순 없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13일 대구시당에서 연 대구·경북 현장 비대위 회의에서도 핵확산금지조약 탈퇴 가능성엔 거듭 선을 그은 정 위원장은 “한미 양국 간 논의되고 있는 미국의 확장억지력, 쉽게 말해 핵우산을 제공하는 것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되는데, 이런 방안들이 양국 간 구체적인 중심 현안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핵우산 강화에 무게를 실었고 당내에 북핵 위기에 대응하는 TF 구성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美 전술핵 재배치부터 다자간 핵공유·자체 핵무장까지 백가쟁명

이 뿐 아니라 차기 여당 당권주자들도 경쟁적으로 북핵 대응 방안을 내놓으며 저마다 목소리를 높였는데, 주미한국대사관 국정감사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안철수 의원은 12일(현지시간) 국정감사장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운영 중인 장관급 ‘핵기획 그룹’과 유사한 가칭 ‘한국식 핵공유’ 구상을 밝혔다.

(좌측부터) 국민의힘 안철수, 김기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윤상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안철수, 김기현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윤상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먼저 한국과 미국이 운용을 재개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기존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확대한 양자 간 협의체를 통한 핵공유 방식을 언급했으며 또 다른 방안으로는 지난해 국가전략연구원에서 발표한 ‘아시아 핵기획 그룹’을 모델로 한미 뿐 아니라 일본, 호주까지 포함하는 다자간 핵공유를 꼽으면서 안 의원은 “양자간 협의 내지는 다자간 협의 모두 검토 가능한 옵션으로 올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조태용 주미대사는 “지금은 확장억제 실행 강화란 범주 속에 답을 찾고 있지만 앞으로 상황 발전에 따라 안 의원이 말한 해법도 조용히 정부 내에선 검토해봐야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조 대사는 “정부 입장은 기존 확장억지 실행력 강화이고 지금 핵 공유를 검토하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일본을 포함하는 다자간 핵공유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봐야 되는 문제”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는데, 하지만 이보다 더 나아가 급기야 자체 핵무장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여당 내에서 나오고 있다.

차기 당 대표 후보군 중 한 명인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우리도 우리를 지키기 위한 자위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결국 스스로 핵 능력을 보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데 이어 13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핵무기는 대칭성을 가진 핵무기로만 막을 수 있다. 동맹국의 협력을 받아 핵무기를 공유 또는 원용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사건에 비추어보면 국제적인 우호 협력만으로는 나라를 지키기에 결코 충분하지 않다”고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하자는 주장보다 더 수위 높은 자체 핵보유론을 제기했다.

이 같은 핵 논쟁엔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뛰어들었는데, 홍 시장은 13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김일성의 기만술책에 놀아난 노태우의 바보 같은 선언이었다. 한반도 전술핵 철수를 노리고 한 김일성의 기만책”이라며 “핵확산금지조약 10조에는 자위를 위해 탈퇴할 수 있는 조항이 있고 나토식 핵공유는 핵확산 금지에도 위배되지 않는다. 전술핵 재배치하든가 아니면 나토식 핵공유 하지 않고는 남북 핵균형은 이룰 수 없다”고 역설했고, 정 위원장도 이날 대구 서문시장 상인연합회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핵확산방지협약 체제에서도 비상상황시 탈퇴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고 홍 시장과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이밖에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지난 박근혜 정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핵 자산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를 통한 미국과의 실질적 핵공유 제안이 윤 정부 들어 미 행정부에 제안됐다. 이게 국내외 정세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가장 현실성 있고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는데, 다만 윤 의원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파기에 대해선 정 위원장이나 홍 시장과 달리 “국제사회에서 북한 비핵화를 주장하는 우리 명분을 약화시킬 수 있고 무책임하게 비쳐질 우려가 있어 우선 한미간 충분한 대화와 협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이렇듯 백가쟁명식으로 다양한 주장이 분출하는 가운데 또 다른 당권주자인 나경원 전 의원은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확장 억제만으로도 부족한 점이 있다고 보고 있어서 전술핵 재배치부터 시작해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우리 자체 핵무장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놓고 우리가 이제 여론수렴해가는 절차가 필요하다. 전부 다 내놓고 다시 검토하기 시작해야 된다”며 여러 방안을 놓고 정부에서 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대통령실 “확장억제 강화 위한 모든 수단 논의하고 강구 중”

이렇게 여당에서 운을 띄우면서 과거 대선후보 시절만 해도 “핵 공유나 우리가 핵을 보유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게 된다”며 전술핵 재배치는 물론 핵무장조차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 11일 출근길 문답에선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들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13일 출근길 문답에선 미국과의 실질적 핵 공유와 관련해 “확장억제와 관련한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입장을 내놓을 정도로 대선후보 때와는 온도차 있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실 홈페이지 캡처

비록 윤 대통령이 “안보 사항에 대해선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뭘 확인하거나 명시적으로 답변드리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며 구체적 답변을 내놓진 않았지만 정부 내 관계부처에서 내놓는 반응을 보면 일단 미국 전략자산의 적시·조율된 전개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이는데,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전술핵 재배치나 핵공유를 협의 중이냐는 질문에 “한미는 전략자산의 적시, 조율된 전개 등을 포함해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 등을 통해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또 같은 날 신범철 국방부 차관 역시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한반도에서 핵공유가 필요한가, 아직은 저희가 그런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며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보다 우리가 현재 가용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에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함으로써 북한을 억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필요한 시기에 미국의 어떤 전략자산이 올 것인가, 어떻게 보여줌으로써 북한 위협을 억제하고 상황을 관리할 것인가, 그런 수준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신 차관은 태평양 괌에 있는 미 전략폭격기나 핵추진 항모, 핵잠수함 등이 한반보 주변에 상시 배치되는 데 대해선 “그 정도면 핵 공유라고 부르고 싶다.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며 ‘유사시 핵 실은 미 전략무기가 언제든 우리나라에 와서 도움 주는 방식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는데,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핵 탑재 항모나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면 핵 공유가 되는 것으로 보는가’란 질문에 “구체적 방안인데다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이어서 답변을 드리지 않겠다”고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오후에도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여당과 어떤 논의도 진행한 바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여당 주장과 거리를 둔 바 있는데,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지난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다. 아직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도 “한국 입장과 바람은 한국 측이 밝히도록 두겠다”고 전술핵 재배치엔 선을 긋고 있는 만큼 윤 정부 역시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대통령실은 13일 “모든 가능성에 대비한 확장억제의 획기적 강화를 위한 모든 수단과 방안을 협의하고 논의하고 강구하고 있다”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 방안을 밝히진 않았는데, 아직 외교를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미국 측 반응을 의식한 듯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주장하는 여권 내 주장과 달리 통일부에서도 13일 “정부는 기본적으로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해나간다는 입장”이라며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고 한반도의 비핵평화번영 위한 대화의 길로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더구나 여론 동향 역시 북핵 대응에 있어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실정인데, 여론조사공정(주)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11~12일 전국 남녀 유권자 1005명에게 실시한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의 적절성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엔 과반인 51.5%가 적절하다고 답한 반면 정작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할지 여부를 묻는 조사에선 반대 39.4%, 찬성 38%로 나왔다.

그러다보니 여당과 달리 정부는 확실한 방안을 발표하기보다 여전히 말을 아끼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북한이 7차 핵실험이라는 마지노선을 넘지 않는 이상 당장 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흔들 수도 있는 강경책보다는 미 전략자산 배치 등 확장 억제 쪽에 방점을 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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