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보다 공세 택한 尹…정언유착 주장 펼치며 尹 지원 나선 與
野, 결단없으면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발의하겠다”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후폭풍 클 것...관심 집중

26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좌), MBC 방송국(중),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우). ⓒ뉴시스(좌), MBC(중), 시사포커스DB(우).
26일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좌), MBC 방송국(중),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우). ⓒ뉴시스(좌), MBC(중), 시사포커스DB(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회의장을 나오면서 했었던 비속어 발언이 정치권 쟁점사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란 자막으로 보도된 해당 발언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사과하기보다 “사실과 다른 보도”라며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 민주당·MBC 겨냥 ‘정언유착’ 의혹으로 공세 나선 與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불거졌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프레임’이란 주장을 펼치면서 이를 최초 보도했던 언론사와 더불어민주당을 싸잡는 ‘정언유착’ 의혹까지 확산시키고 나섰는데, 김종혁 비상대책위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언론과 특별한 커넥션이라도 있는 것인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9시33분 당시 국내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은 윤 대통령 발언을 언급했고 그로부터 34분 뒤 MBC는 뉴욕 행사장에서 찍은 동영상을 공개했다”며 “야당이 먼저 공격하고 언론이 그걸 확인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MBC 제3노조도 전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 비속어 의혹을 일으킨 동영상을 뉴욕에서 (한국으로) 보낸 시점은 우리 시각으로 22일 새벽 6시28분이고 박 원내대표가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막말’이라며 비난 발언을 한 시각은 22일 오전 9시33분인데 MBC 디지털뉴스가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란 제하의 1분 12초짜리 동영상을 최초로 업로드한 시각은 22일 오전 10시07분”이라며 “MBC 통합뉴스룸에서 22일 오전 10시 45분에 박 원내대표 ‘빈손·비굴·막말사고 외교’란 제목으로 단신을 썼으나 아직 첫 1보가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박 원내대표가 9시30분 정책조정회의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래선지 김 비대위원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만일 특정 정당과 언론사가 보도 정보를 사전 교환하며 여론몰이를 했다면 정언유착 뿐 아니라 윤리적 비판과 법적 제재도 감수해야 한다. 민주당의 분명한 해명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같은 당 김행 비대위원도 “박 원내대표와 특정 기가 간에 유착이 있었거나 특정 기자가 밀정 노릇을 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MBC 국정감사에서 따져봐야 할 상황이고, 수사를 의뢰해야 하며 저는 풀(Full) 영상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주호영 원내대표는 “비속어 프레임 씌운 MBC는 사실관계 확인이란 기본조차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왜곡, 흠집내기식 보도행태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므로 MBC에 대해선 항의방문, 경위 해명 요구 등 당이 취할 여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으며 심지어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MBC가 조작된 제2의 광우병 사태를 만들어 민주당 정권을 다시 세우려 기도하는 것이라면 엄청난 파국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상 ‘비속어’ 논란도 사실이 아니라 ‘프레임’이란 주장인 셈인데, 이미 지난 23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성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대학에 의뢰한 결과라면서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 중 잡음을 최대한 없애니 “국회에서 이 사람들이 아 승인 안 해주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란 발언일 뿐 문제가 된 ‘이 XX’ 같은 비속어나 ‘바이든’ 같은 단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XX’라는 비속어마저 없었다는 주장인 만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발표와도 차이가 생기는 셈인데, 배현진 의원의 경우 “국회에서 ‘이 사람들이’ 승인 안 해주고 ‘아 말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해석하는 등 듣는 사람마다 해석이 각각 다르게 나오고 있어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MBC 보도 내용대로가 아니라 진실공방에 무게를 싣고 있는 모양새고 발언 당사자인 윤 대통령마저 26일 이에 힘입었는지 출근길 문답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먼저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며 사실상 해당 언론을 직격했다.

◆ 격앙된 민주당 “박진 해임안 발의”…이재명은 “신중해야”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인 박진 외교부 장관 / ⓒ시사포커스DB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인 박진 외교부 장관 / ⓒ시사포커스DB

여기에 이날 오전 국민의힘 소속인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아예 서울경찰청 앞에서 “윤 대통령 발언 관련 허위방송한 박성제 MBC 사장, 편집자, 해당 기자 등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공모공동정범으로 고발했다”며 해당 보도 관련자에 대한 경찰 고발까지 했음을 밝혔는데, 이 같은 국민의힘의 반격에 민주당도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초강경 맞대응을 예고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같은 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방송장악을 위한 노골적 행태가 갈수록 더 심해진다. 이번 욕설 발언과 관련해 MBC가 왜곡했다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얘기하더니 대통령도 사실과 다른 보도라면서 결국 또 MBC를 향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대통령과 여당을 꼬집은 데 이어 같은 당 박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온 국민은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를 기대했건만 대국민 사과는 끝내 없었다. 언론을 겁박하며 적반하장식 발언을 이어간다”고 한 목소리로 윤 대통령을 성토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 여당이 나서 국민 청력을 시험하며 사슴을 말이라 우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스스로 논란이 된 발언을 솔직히 해명하고 국민께 사과부터 하기 바란다”며 박진 외교부장관의 해임과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의 전면 교체도 함께 요구한 뒤 “만약 오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내일 박진 외교부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겠다”고 윤 대통령을 거세게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그간 정치적 쟁점에 대해선 가급적 말을 아껴온 이재명 민주당 대표까지 윤 대통령을 꼬집어 “외교 참사까지 국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 야당이 힘을 내 잘못은 신속하게 바로잡고 바른 방향으로 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는데, 다만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네이버, 차병원 등 사무실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한 이날 그는 현장최고위원회의가 종료되기 전 “윤 대통령은 오보라고 말한 것 같고 방송으로 전달된 내용이 다르다는 취지로 보이는데 저희도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일부는 말리면, 날리면이라고 하지 않나”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이 대표는 “들은 사람의 잘못인지, 표현의 잘못인지 정확히 가리고 입장을 내는 게 어떻겠는가. (해임건의안 등을) 감정적으로 말할 부분은 아니고 저희도 신중하게 정확히 내용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분석도 과학적으로 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말한 부분에 대해선 국민이 이미 판단했다.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은 비속어 문제만이 아니고 이번 외교의 전반적 무능과 굴욕, 빈손, 거짓 등이 쌓인 것”이라고 일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 비속어 논란, 與 내부도 일부 반응 엇갈려…‘강공’ 통할지 미지수?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좌), 정병국 국민의힘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좌), 정병국 국민의힘 전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내부 반응에 온도차가 감지되는 건 비단 민주당뿐만이 아닌데, 국민의힘조차 이번 비속어 논란을 놓고 정언유착 의혹을 주장하며 보도매체와 야당 비판에 힘을 싣는 지도부와 달리 유승민 전 의원 등 일부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솔직히 인정하고 비속어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 전 의원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신뢰를 읽어버리면 뭘 해도 통하지 않는다.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며 “앞뒤가 안 맞는 말로 무능을 감추려 하면 신뢰만 잃게 된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뭐부터 해야 할지 대통령도 당도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이번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여당을 싸잡아 비판했고, 홍준표 대구시장도 그보다 하루 전인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고 꼬집었다.

이들 외에도 정병국 전 국민의힘 의원까지 2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어떤 잘못이 있거나 실수가 있을 때 솔직하게 인정하고 바로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잘못 전달된 부분이 있으면 이것을 바로잡아야 빨리 해결이 되지 정면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다른 편법으로 사건을 접근하게 되면 더 커진다”며 “당내에 있는 사람들도 무조건 변명하려고 하지 말고 ‘우리가 뽑은 우리 당 출신 대통령 아니냐’와 함께 그 책임을 진다는 생각을 갖고 접근해야 된다”고 비슷한 입장을 내놨는데, 이처럼 엇갈린 여당 내 의견에 대해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26일 CBS라디오에서 “민주국가에서 그런 의견 낼 수도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성 정책위의장은 같은 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선 “그러나 그 이후 진행된 것을 보면 어떤 검증 절차도 없었다는 게 나왔고 또 어떻게 해서 MBC가 이걸 유출했는지 야당은 이걸 어떻게 받았는지 이걸 왜 또 국민들한테 곡해시켜서 반복적으로 외교참사라고 떠들어댔는지에 대한 경위를 밝히고 나면 그분들도 그런 의견을 냈지만 또 수정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으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사과하고 털고 가는 게 나은데 일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과할 수도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나 정확하지도 않은데 깎아내리기 했었던 사람들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가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에 나선 데에는 이번 순방 발언 하나로 자칫 정국 주도권을 야권에 넘겨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만일 사과하면서 잘못했다고 인정할 경우 야당의 요구대로 외교라인 교체도 불가피해져 아직 보건복지부·교육부장관 등 1기 내각조차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외교부까지 다시 공석이 돼 인사 문제가 계속 매듭지어지지 못하고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은데 윤 대통령이 확전을 택한 이상 진상규명 결과에 따라 그 후폭풍 또한 큰 만큼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한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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