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무조건적 비난만, 野당권 놓고 이전투구만...서로 상대 비난
상대측 ‘네거티브 이슈’에만 주력…국정감사도 정쟁 일색
여야, 민생 외면하면 결국 국민만 피해자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에서 본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에서 본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2일을 끝으로 대정부질문이 끝났지만 정작 ‘염불에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는 속담처럼 여야 모두 민생 현안보다 서로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한 정쟁만 이어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첫 질의부터 빈축 산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까지 정치공방

지난 19일 시작됐던 대정부질문에선 첫 질의부터 구설수에 올랐는데, 질의에 나선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부의 군 예산 삭감을 주장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군인들의 팬티 값까지 깎아버렸다”고 정부 비판에 나섰으나 국방부에서 “품목별 단가 하락에 따른 감액 편성이고 해당 품목은 장병들에게 기준 수량만큼 정상 보급 가능하다”고 반박하자 이틀 뒤인 21일에야 “착오였다”고 자신의 발언을 정정하는 촌극을 벌였다.

다만 ‘군 팬티 예산’ 관련 비판은 비단 서 의원 뿐 아니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아이들이 청춘을 희생해서 군대에 가 있는 동안 옷도, 신발도 제대로 못 신게 삭감했다”고 한 목소리를 낸 바 있어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우선하기보다 일단 상대를 비판하는 데에 집중하다 벌어진 자충수로 풀이되고 있다.

이를 꼬집어 정미경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사실관계는 중요하지도 않고, 아니면 말고다. 이런 식으로 가짜뉴스를 얘기하고 사과는 또 흐지부지하다”고 일침을 가했는데, 반면 동 라디오 방송에 함께 출연한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경쟁자가 단순히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공격하는 것으로 집권여당과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당 보고 비판하지 말라는 것은 야당의 역할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역시 윤 정부에 대한 대정부질문임에도 원전, 임대차3법,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다시금 이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를 거론하는 등 민주당에 맞서 똑같이 정치공세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래도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선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정부를 질타했지만 정작 민생 현안과는 거리가 있는 윤 대통령의 영국 여왕 조문 문제를 놓고는 서로 격한 공방을 벌였다.

심지어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에도 외교가 아니라 교육·사회·문화가 주제였지만 민주당은 이와 무관한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비속어 발언에 집중해 공세를 이어갔고, 국민의힘에서도 교육·사회·문화 현안이 아니라 정치 이슈나 다름없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면서 민주당에 맞불을 놓는 등 서로 정쟁을 벌이는 모습을 이어갔다.

◆ 여야, 민생보다 ‘윤석열·김건희·문재인·이재명’ 등 인물 비판에 주력

윤석열 대통령(좌), 문재인 전 대통령(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석열 대통령(좌), 문재인 전 대통령(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의 이런 대응은 대정부질문이 끝난 다음 날인 23일에도 그대로 지속됐는데, 민주당에서 윤 대통령이 미국 순방 중 했었던 ‘이 XX’ 발언에 대해 외교참사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붓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혼밥’ 전력을 거론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형수 욕설’ 논란이 있었던 민주당 이 대표를 겨냥해 “타인의 비속어에는 굴욕과 자존감을 운운하면서 자신의 욕설은 비판하지 말라고 부탁했던 그야말로 욕로남불”이라고 직격하는 등 쟁점사안과 관계없는 부분을 꺼내 역공에 나섰다.

다만 민주당 지적대로 ‘바이든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작 미국 백악관에선 22일(현지시간) 국가안보회의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의 한국과의 관계는 굳건하고 증진하고 있고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핵심 동맹으로 여긴다. 두 정상은 어제 유엔 총회를 계기로 유익하고 생산적인 회동을 했다”는 입장을 내놨고, 앞서 민주당이 문제 삼았던 영국 여왕 조문에 대해서도 주한 영국대사가 한 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는 점에서 연일 이 사안에 총력을 집중하는 것 역시 민주당의 정치공세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또 대통령실에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고 미국이 아니라 야당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는데, 하지만 야당을 향해 ‘국회에서 이 XX들이’라고 표현했다고 해도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당장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민 대표기관 민주당 169명의 국회의원이 정녕 XX들이냐”라고 직격했고, 국민의힘의 주 원내대표마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만약 그 용어가 우리 국회의 야당을 의미한 것이라고 했더라도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 자리에서 이 같은 설화를 자초한 이후인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글로벌 펀드에 1억 달러 공여 약속을 했다고 언급하면서 “대한민국 국회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당부해 여소야대 상황인 원내 구도를 고려하면 스스로 모순된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민주당에서도 협치보다는 윤 대통령에 맹공을 퍼붓고 있는데, 대통령실 외교라인과 김은혜 홍보수석, 박진 외교부장관의 경질을 요구한 데 이어 같은 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외교참사 문제를 따져 묻겠다면서 국회 운영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소집을 국민의힘에 요청했고, 한 발 더 나아가 국회 교육위원회에선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 안건을 의결하는 등 대대적으로 윤 대통령 측에 대한 압박에 들어갔다.

◆ 정쟁 이어가던 여야, 서로를 향해 “민생 집중하라” 질타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좌),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좌),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국민의힘에선 이런 민주당의 대응에 반발해 교육위 여당 간사인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에서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재탕, 삼탕 우려먹겠다는데 단 한 명도 동의할 수 없다”고 역설했으며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오로지 정치적 이해득실에만 골몰해 폭력적 안건 처리를 강행했다. 공교육 정상화, 입시 공정성 확보 등 시급한 교육 현안보다 우선했다”고 민주당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이번 국정감사를 민생 회복,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를 정쟁으로 이끌 심산이 아니라면 폭력적 의회 운영을 당장 중단하고 합의 정신을 되새기고 이행해주는 동시에 김 여사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이제는 거둬 달라”고 촉구했으며 같은 당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서도 민주당을 향해 “백성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예송논쟁으로 날을 새던 조선시대의 권력다툼이 초래한 역사적 비극을 민주당은 잊어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해외 정상들도 비슷한 구설에 올랐지만 어떤 해외 야당도 민주당처럼 동맹국과의 관계까지 저당 잡아가며 본능적인 무조건 반사 수준의 비난을 가하지는 않는다. 국격이 훼손돼야만 존재 가치가 있는, 피아식별 못하고 무차별 난사로 일단 응수하고 보는 야당을 지지할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민주당을 성토했는데, 반대로 민주당에선 이날 임오경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부여당은 정권 출범 4개월 넘도록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끼리 당권 놓고 이전투구를 일삼고 있다. 민생은 안중에 없고 비대위를 꾸리며 식물여당의 모습으로 국민께 실망을 주고 있다.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응수했다.

또 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브리핑을 통해 “민생 예산은 삭감하고 대통령실 예산만 증액했다. 지금 대통령실이 늘려야 할 것은 예산이 아니라 국정운영에 대한 책임감과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겠다는 의지”라고 윤 정부를 성토했는데, 이처럼 서로 상대방을 향해 민생에 주력하라면서 정작 정치 이슈에 집중해 공격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어 내달 초 시작될 국정감사에서도 민생보다는 정쟁에만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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