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민적 의혹 규명에 성역 없다” vs 野 “전 정부 망신주기”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좌), 문재인 전 대통령(중), 김병주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좌), 문재인 전 대통령(중), 김병주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이에 반발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날선 공방을 벌여 이 문제가 정치권의 새로운 화두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 국민의힘 “文, 지난 5년간 안보문란 총책임자…증인 채택 당연해”

내달 4일부터 24일까지 올해 국정감사가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문 전 대통령 시절 일어났던 사건들을 일일이 꼬집어 문 전 대통령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대정부질문 기간 동안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이는 데 맞서 국민의힘에선 전 정부 시절의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태양광 이권 카르텔’, ‘임대차 3법’,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을 꼽으며 역공을 퍼부었는데, 문 전 대통령을 국정감사에 출석시키겠다는 주장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제로 앞서 지난 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국감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의 건을 논의하던 중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문 전 대통령을 국방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하면서 “국가안보를 문 대통령이 잘했다면 부르겠나. 군 통수권자가 대통령이기에 국방위에서 부르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민주당 간사인 김병주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요구한 것 자체에 대단히 유감”이라며 “정치권에서 옛날 안보사건을 가지고 정치적으로 풀지 못하고 고소·고발을 해서 법의 잣대로 갖고 가는 것을 보면 정치가 실종된 것 같다”고 개탄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당리당략에 따라 마음대로 증인 채택하는 것은 오만한 권력, 권리 남용이다. (문 전 대통령 증인 채택은 여야 간사인) 신원식·김병주 간사에게서 나온 얘기가 아니란 것을 다시 확인한다”며 여당 간사가 아니라 배후 지시로 나온 주장 아니냐는 의혹을 품었고, 설훈 민주당 의원은 “설사 외부에서 문 전 대통령을 증인 신청하라고 했다 하더라도 국방위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나치다’며 거부했어야 마땅한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누구 지시를 받았느냐는 그런 이야기를 누구한테도 들은 적 없다. 전직 대통령이든 현직이든 국민적 의혹을 묻는 데에 성역은 없다”고 반박한 데 이어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해수부 공무원 피격 및 월북 조작 의혹과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서 문 전 대통령은 국민보호라는 제1의 헌법적 책무를 위반했다. 또 계엄 문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당장 기무사가 쿠데타를 일으킬 것처럼 해외순방 중 특별수사단을 꾸려 수사하라고 지시했고, 불법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더 개탄스러운 것은 있지도 않은 쿠데타 음모, 세월호 민간인 사찰을 내세워 기무사를 해편시켰다”고 문 전 대통령을 거세게 압박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지난 5년 안보 문란 행위의 최종 책임자는 문 전 대통령 자신이다. 문 전 대통령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국민의 권리”라며 “우리 당은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송영무 전 국방부장관 등 문 정부 시절 국가안보 최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 자체가 금도를 넘어선 일이라고 강변했지만 민주당은 2013년에 4대강 사업을 구실로, 2017년엔 방송장악 구실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감 증인 채택을 추진했다”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 민주당 “文 흠집 내려는 의도…그러면 김건희도 국감에 부르자”

김건희 여사(좌), 김영배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건희 여사(좌), 김영배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민주당에서도 같은 날 국방위 소속 김영배 의원이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입니다’에 출연해 “의도적으로 문 전 대통령을 걸고 넘어져 흠집 내려고 하는 시도다. 정쟁하려고 하는 정치적 목적 아니고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며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 김유근 전 국가안보실 1차장 등에 대한 국민의힘의 증인채택 요구에도 저의가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도 “수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국정감사에 다시 증인으로 부르자는 것은 정쟁의 도구로 삼거나 정치적 선전의 목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국정감사법에 나와 있는 대로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그 이후에 다시 논의하면 되는 문제”라고 응수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여당이 민생 중심 국정 운영이 아니라 전 정부 망신 주기로 지지층에 호소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어제 신 간사도 문 전 대통령의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스스로 얘기했는데 아무런 증거가 없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을 직접 증인으로 부르자는 주장이 욕보이고자 하는 이유 외에 어떻게 설명이 되겠나”며 “그렇게 따지면 지금 대통령실에 장신구, 관저공사, 불법 수주 업체 문제 등 김건희 여사가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제기되는데 김 여사를 증인으로 부르자고 운영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주장이 나온다면 정상적인 국감의 장이 펼쳐진다고 볼 수 없지 않나”라고 역공에 나섰다.

또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판했던 윤 대통령을 겨냥 “문재인이라는 학생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학생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현재 감사원은 전 정부에 대한 먼지털이식 감사를 진행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사사건건 민주당 의원들과 전 정부 인사들을 고발하고 있다”며 “얼마 전 국민의힘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으로 전 정부 인사를 고발했고 같은 날 송영무·이석구·임태훈 등 관련 인사들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감사원도, 국민의힘도 모두 전 정부에 대한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것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고 현 정부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여기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조차 같은 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문 전 대통령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자는 국민의힘을 꼬집어 “쓸데없는 짓이지 무슨 얘기를 듣겠다는 건가. 정치적으로 이용해먹겠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데 대해서도 “지난 정권에서 이런 성과가 있었는데 이런 부분들이 좀 지나친 부분이 있어 그걸 바로잡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하는 게 대통령다운 발언인데 ‘정치적인 쇼다’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오른쪽으로 치우친 사람들의 레토릭이고, 이건 정책적 태도가 아니라 정치적이고 상당히 수준 낮은 태도”라고 혹평을 퍼부었다.

심지어 국민의힘 소속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마저 이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을 청문회에 증인 채택 하려고 하는 것은 안 했으면 좋겠다. 문 정권의 대북정책 관련해서 이미 국민들께서 평가가 다 끝났고 정권교체를 했기 때문에 굳이 불필요한 정쟁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문다혜 씨까지 자신의 트위터에 문 전 대통령의 사진을 올린 뒤 “아버지가 차마 말할 수 없이 늙으셨다”며 눈물을 훔쳐내는 자신의 모습을 이모티콘으로 표현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을 의식한 반응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정부도 文 압박 가세? 朱 “文 출석, 잘잘못과 예우 검토해 결정”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별개로 윤 정부에선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가 문 전 대통령 시절 벌어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당시 탈북어민의 귀순에 대한 표현은 통일부 전하는 보고서 내용에서 뺀 혐의로 지난 7월 검찰 고발됐던 김준환 전 국정원 3차장(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상임감사)을 20일 소환 조사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으며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진행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와 문 정권에서 사드기지 주변 전자파 측정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신원식 의원의 질의에 “(사드) 반대하는 분들과 인식의 괴리가 크게 나오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한 총리는 “전자파 측정 결과는 전혀 민간과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게 명확하게 드러났다. 매월 25회씩 측정한 결과는 기준 대비해서 0.00479%”라고 강조했는데, 이에 신 의원은 “국민에게 전자파 측정하겠다고 해놓고 무해한 결과가 나오니까 5년 동안 국민 속였다.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안위보다 북한과 중국의 심기 경호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재차 문 전 대통령을 몰아붙였다.

이 뿐 아니라 환경부에선 탈원전을 내세웠던 문 정부와 달리 원전을 친환경에너지로 포함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안을 20일 공개했는데, 이에 민주당에선 이수진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고저항성 핵연료 사용 시기도 정하지 않은 채 원전이 친환경에너지라며 국민을 기망하고 있다. 국민 안전과 환경을 위협하는 원전 확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으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이 20%를 돌파해 원자력을 앞섰다는 점도 들어 “윤 정부는 태양광 기금 운영 부당집행 사례를 부풀리며 전 정부 성과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는데 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과거와 싸우는 게 아니라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윤 정부를 직격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전날 언론 보도된 이스타항공 채용비리 사건까지 꼬집어 박정하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스타항공은 문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던 이상직 전 의원이 창업주였고 이 전 의원은 55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이미 지난해 이스타항공의 채용 청탁 의혹이 있었지만 경찰은 두 차례나 무혐의 처리한 바 있고, 늦었지만 지난 8월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은 사필귀정”이라고 맞불을 놓은 데 이어 북한이 올해 수천억원을 미사일 발사에 쏟아 부어 식량난이 전망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이날 곽승용 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연이은 무력도발과 주민 인권 침해에는 문 정권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의 대리전처럼 정부여당과 제1야당 간 설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새 원내사령탑에 오른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국감 증인 출석 요구와 관련해 당 차원의 입장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치명적인 정책 오류가 대통령으로부터 생겼다는 인식을 갖고 그런 말을 한 것 같다”면서도 “전직 대통령 예우 측면과 제대로 정책 잘잘못을 파악하기 위해선 어느 선까지 나오는 게 맞는지 종합 검토해서 정하겠다”고 일단 신중히 답해 과연 문 전 대통령이 내달 초 국감에 출석하는 처지가 될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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