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총 망라한 이재명, '이슈 전환' 노리나?...尹과 영수회담 계획은 일단 실패

윤석열 대통령(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윤석열 대통령(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경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이 대표를 둘러싼 여러가지 의혹들이 하나 둘씩 점차 가시화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가 '이재명 방탄체제'에 돌입한 민주당을 뒷배로 하여 '민생'을 외치며 자신의 사법리스크 탈출을 위한 행보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 관심이 집중됐다.

◆ 노무현 묘역 찾은 이재명 , 권양숙 여사 예방하며 '민생 개혁' 거듭 강조 

이 대표는 이날(14일) 당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한 후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서 헌화 분향을 참배했는데, 그는 이날 추도사는 생략하고 대신 방명록에 '실용적 민생 개혁으로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습니다'라고 글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온몸을 던져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신 노무현 대통령님의 길이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이라면서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아 정권 창출이라는 목표 아래 통합하고 단결하는 강한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봉하마을 방문 행보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검경수사가 '정치탄압'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관측했다.

◆ 민주당 "권 여사께서 민생 잘 챙기라는 취지로 말씀하셨다" 공개

그러나 정작 이 대표는 이날 오직 '민생'을 거듭 강조했는데, 심지어 민주당도 이날 권양숙 여사와의 환담 내용에 대해서도 "민생"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는 내용만 공개했다. 

실제로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권 여사 예방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권 여사 사저를 방문해 다양한 환담을 했는데,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면서 "권 여사는 요즘 '민생'이 어려우니까 민생을 잘 챙기고, 사회적 약자를 잘 보살피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 대표도 이날 자신을 둘러싼 검경 수사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즉답을 회피하면서도 줄기차게 '야당탄압'과 '민생'을 강조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사실상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집중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엿보였다.

◆ 이재명, 사법리스크에 화제 돌리기? 외교·안보·경제 총 망라

특히 이날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정치의 목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도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政敵) 제거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라"고 주장하며 ▲북한의 핵무력 정책 법제화 ▲전기차 수출 문제 ▲바이오산업 문제 ▲반도체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외교·안보·경제 등을 총 망라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 정부를 향해 "이제는 경제 안보와 경제 외교에 집중해야 될 때"라고 강조하면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민생 개선, 한반도 평화 정착, 대한민국 경제산업 발전에 좀 더 주력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거듭 당부해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이슈를 던지고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도 솔솔 흘러 나온다고 관측했다.

◆ 사법리스크 질문에는 침묵, 정청래 "돈 받은 적 있나" 질문에 이재명 "왜 이러세요"

반면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성남 FC 후원금 의혹' 관련해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불쾌감을 표하면서 즉답을 회피했다. 그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들이 모여들어 지난해 9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리를 내렸던 경찰이 돌연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인정된다'면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나선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대해 "왜 뒤집혔는지는 경찰에 물어보시라"고 쏘아 붙이며 재빨리 자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날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둘러싼 검경수사에 대해 "무리한 정치탄압이다. 제3자 뇌물죄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절의 경제공동체 개념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이재명 당시 시장과 경제공동체라는 부분을 찾기 어렵다"고 꼬집으면서 이 대표를 향해 "혹시 건네는 돈을 받으신 적 있느냐"고 공개적으로 질문을 던지자 이 대표는 웃으면서 "왜 이러세요"라는 반응을 보이며 다소 불편해 하는 듯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는 열을 올리면서 정작 전날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특혜 의혹이 터진 것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민주당이 '이재명 지키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케 했다.

◆ 윤에 일대일 영수회담 거듭 촉구, 대통령실 "해외순방 이후로" 사실상 거절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줄곧 윤 대통령을 향해 '무조건 만나자'면서 영수회담을 연일 촉구하고 나섰는데, 다만 이날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벌써 다섯번째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있는데, 영수회담에 목을 매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구심만 커지고 있다"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박 수석대변인은 "최근 이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에 불응하는 등 '사법리스크'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영수회담을 또 다른 '방탄조끼'로 삼으려 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며 "(이 대표는) 민생을 위한 영수회담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이 연일 확전하는 '이 대표 구하기 전쟁'을 보면 진심임을 믿을 수 없다"고 핀잔을 놓기도 했다. 

심지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가 연일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요청하고 있는 모습에 대해 "정치적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제도)을 위한 정략적 행보가 아니기를 바란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그런 얄팍한 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해 사실상 이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딜'하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고 의심하는 눈치였다.

한편 그간 침묵을 유지하던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에 대해 이날 답을 하고 나섰는데,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국회에서 여당 대표를 예방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영국-미국 순방에서 돌아오면 여야 당대표 회담을 고려하고 있다"며 "우리(국민의힘) 비대위가 만들어지고 정의당도 비대위가 정리되면 방식이 어떻게 됐든지 그때쯤 한 번 (만남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 정무수석은 "누누이 얘기했지만,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이란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과거 여당의 총재가 대통령이었을 때는 영수회담이라는 얘기가 일리 있지만, 지금은 대통령과 당 대표와의 만남이다. 윤 대통령은 구시대에 쓰던 말은 쓰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었다"고 거듭 강조해 사실상 이 대표의 영수회담 요청은 거절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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