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 분출에도 이재명, 당대표 출마 채비중...고심 빠진 野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18호 앞에서 첫 등원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18호 앞에서 첫 등원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8월에 열리는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친이재명)과 '반명'(반이재명)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계파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급기야 '97그룹'(90년대학번, 70년대생) 세대교체 대안론까지 거론됐지만, 실상은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의원의 연이은 선거 패배로 인한 '책임론'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진 분위기가 엿보였다.

◆ 민주당 동시다발적 토론회 개최...선거 패배 요인, 한결같이 '이재명 책임론' 분출 

민주당 내에서는 15일 동시 다발적으로 토론회를 열면서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의 잇따른 패배 요인으로 "이재명 조기 등판'과 '조국 사건 후속 조치', '내로남불적 태도 문제', '문재인정부의 독선적 국정운영', '팬덤정치' 등에 대해 반성하고 나섰다.

먼저 국회에서 열린 '더좋은미래'(더미래) 토론회에서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은 "대선 패배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 이재명, 민주당 모두에게 있기에, 복합적인 패배 원인을 한쪽 탓으로 돌리는 건 부적절하고 내부 분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민주당 대선 후보가 가진 이미지적 요소, 대장동 의혹과 법인카드 논란 등이 지지율 상승을 누르는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꼬집으며 '이재명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김 소장은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던 상황이었던 점을 언급하면서 "대선 패배는 후보 요인을 배제하고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이재명 후보 몫이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더해 신동근 의원은 "'졌잘싸' 논리에 '저 세력은 반성도 없고 자성도 없고 이상한 세력'이라고 비칠 수밖에 없었다"면서 "송영길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과정을 보면 이런 코미디가 없다. 그런데 그 자리 설마 했는데 떡하니 이재명 의원이 본인이 사는 지역구도 아닌데 출마하니 누가 납득하겠느냐"고 맹폭했다.

아울러 이날 민주당 재선 의원들도 국회에서 '민주당 위기 극복을 위한 평가 토론회'를 열었는데, 이들은 "우리 당은 지속적으로 조국 사태 이후 강성 당원 팬덤에 상당 부분 끌려 왔다"(김병욱 의원), "집토끼가 도망갈까 걱정했던 것이 패인 중 하나"(조응천 의원)라고 지적하면서 강성 지지층에 기반한 팬덤정치로 인해 중도층 표심을 잃어버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 고영인 "선거 책임 있는 분들, 2선으로 물러나야"

더욱이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에서도 평가 토론회를 가졌는데, 고영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좀 더 덜 지고 더 잘 싸울 수 있던 것들을 공천 과정의 문제로 인해서 참패하게 된 원인을 제공하게 된 건 분명히 있다고 인식했다"면서 "연이은 패배에 책임 있는 부분과 계파 갈등을 유발하는 이런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냐 의견이 있었다"고 지적해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를 패배 원인으로 짚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고 위원장은 "(민주당이) 내로남불과 약속을 여러가지 해놓고 번복하는 부분이 지난 서울·부산 보궐선거 이후에도 우리가 완전히 개선하고 바꾸지 못했다"면서 "당심이 소수 과대대표되는 측면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자성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선과 지선에 책임 있는 후보나 지도부, 또 계파 갈등 양상을 봤을 때 문재인 정부 5년에도 크게 책임 있는 분들은 이번에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면서 "기존 지도부에 들어있지 않았던 분들 등 새롭고 참신한 지도부가 구성되는 게 국민의 바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열린 모든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책임론'이 분출되는 모양새로 비춰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전반적으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 의원의 차기 당대표 출마 여부를 놓고 갈등하는 양상을 엿보였다.

◆ 97그룹 대안론, 실상은?...안규백 "환영하지만, 97그룹 위한 룰변경 지원은 안돼"

반면 민주당 일부에서는 차기 당대표 자리를 두고 인물난에 빠지면서 '친명'과 '반명'으로 나뉜 계파 갈등 양상 속에서 '이재명 대항마'로 내세울 수 있는 '97그룹 띄우기'에 나선 모습이었지만, 정작 일각에서는 '이재명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솔솔 흘러나온다고 관측했다.

실제로 이날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YTN라디오 '뉴스킹'에 출연하여 '97그룹 대안론'에 대해 환영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당내 정치적 지지 기반이 약한 '97그룹'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전당대회 '룰 변경' 지원은 해줄 수 없다는 입장임을 밝혀 민주당 내 세대교체론에 대한 의지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더욱이 안 위원장은 "선배 정치인으로서 꿈과 비전이 있는 정치인의 도전을 환영하지만, 룰을 통해 누구를 지원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우리 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발전시킬 수 있고 비전을 보일 수 있다면 남녀노소 누구를 불문하고 할 수 있다. 나이와 선수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이재명 당대표 출마에 비상등?, 출마 준비하는 이재명, 사법리스크 털기 작업도

심지어 이재명 의원도 최근 후원금 모금을 하는 등 본격적인 당대표 선거 준비 작업에 돌입한 움직임을 보였고, 심지어는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자신을 둘러 싸고 있는 '사법리스크'를 털어 내기 위한 목소리도 내기 시작하며 이날 대장동 사건에 대한 결백을 다시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 대해 "정치탄압"이라고 규정하며 "정치보복, 사법살인 기도 중단하기 바란다"고 반발하면서 자신에게 "정치·경제적 타격을 입히자는 음모가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음모론을 주장했는데, 즉 이 의원은 당대표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 패배 요인으로 '이재명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인데다가 자신에게 놓인 '사법리스크'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임을 알기 때문이다. 

◆ 97그룹 성공 가능성은? 강병원 "파급력 클 것" vs 정청래 "코미디, 고려장을 주장해라"

그러나 민주당 내 '97그룹'에서는 '이재명 대항마'로 특출난 인물이 언급되지는 않는 상황이었는데, 현재 민주당 내 97그룹에는 ▲강병원(1970년) ▲박용진(1971년생) ▲전재수(1971년생) ▲강훈식(1973년생) ▲박주민(1973년생)▲김한규(1974년생) ▲김해영(1977년생) ▲이탄희(1978년생) ▲고민정(1979년생) 등이 있는 상황이다.

특히 97그룹 중 하나인 강병원 의원은 전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젊은 세대들이 등장해 당을 바꿔 보겠다고 얘기한다면 파급력이 확 다를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저에게) 역사적 사명이 맡겨진다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덧붙이며 차기 당권에 대한 의지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반면 4선의 중진인 정청래 의원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97그룹 대안론'에 대해 "코미디"라고 비판하면서 "차라리 고려장을 주장하시라"고 맹폭했다.

이어 정 의원은 "이런 말같지도 않은 극단적 무논리 주장은 좀 심하게 말하면 나이에 따른 연좌제 주장인 것"이라면서 "70년대생이면 좋다가 아니라 70년대생 중에서 이 사람이 괜찮다더라, 60년대생 중에서 이 사람은 아니다. 50년대생이지만 이 사람을 세우자. 이게 합리적이지 않은가. 다 자기부정이고 자기 눈 찌르기고 누워서 침뱉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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