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구성 요원한 채 각자 당내 ‘계파’ 논란만…민생 행보가 ‘민심’ 잡는 관건 될 듯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치권에서 연일 민생 관련 행보는 안 보이고 정쟁만 이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해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 여야, 당내 계파 이슈 뿐…급기야 ‘계파 해체’ 촉구 목소리도

친문계와 친이재명계가 전당대회 규칙 등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더불어민주당에선 민생보다는 오는 8월 있을 전당대회에만 온 신경이 집중된 모양새인데, 점차 계파 갈등 양상으로 치닫자 계파 해체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진화에 나서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3철’ 중 한 명인 전해철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전당대회는 당을 정상화하는 첫 번째 과정이 돼야 한다. 전당대회가 계파싸움의 장이 돼선 안 된다”며 “정쟁과 대결에서 벗어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주도할 수 있는 토대도 필요하다. 지난 10년간 노력했던 시스템 정당과 정치개혁 의제의 실천뿐만 아니라 소득·자산·기회의 불평등, 인구감소와 지역 불균형, 어려운 경제사정 등을 극복하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당면 현안에 대한 의제설정과 문제해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이번 전대가 이런 노선 경재이 아니라 친문과 친명의 계파싸움, 권력투쟁으로 규정된다면 지난 대선, 지선 패배에 이어 민주당의 더 큰 위기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계파 대결과 정쟁에만 몰입할 게 아니라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같은 당 이인영 의원도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계파투쟁이 국민의힘 앞에서 분열로 나타나지 않도록 지금 당장 절제해야 한다. 왜 우리는 패권싸움에만 직진으로 몰두하냐”라고 자당 내부를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원욱 민주당 의원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친문, 친명(친이재명), 거기에 친낙(친이낙연) 관련 모든 모임은 해산돼야 한다. 모든 국민은 친문과 친명의 싸움임을 알고 있으며 민주당은 친문 계파에 휩쓸려 모두가 목소리를 닫는 민주당이었음을 알고 있다”며 “계파 전쟁으로 민주당이 얼마나 망가졌나. 계파 투쟁으로 인한 민주당의 몰락, 아직도 끝나지 않은 민주당의 이야기”라고 계파 해체해 내부 갈등을 끝낼 것을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이 같은 계파 해체 요구는 비단 민주당에서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데, 국민의힘에서도 당내 정부·대통령실과의 정책 공유를 목적으로 한 의원 모임인 ‘민들레’ 출범과 관련해 이준석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청 연계 기능을 담당하는 공조직은 구성돼 있는데, 그것에 해당하지 않는 비슷한 기능 하는 조직은 사조직”이라며 당내 계파 갈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고, “보수정당이 탄핵까지 이르며 고생한 원인은 결국 대통령에게 가까워지려는 사람들과 거기서 배제된 사람 간 갈등이 컸다. 지난 대선 경선과 이후 과정에서도 그런 게 당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또 ‘윤핵관’으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마저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자칫 잘못하면 계파 얘기가 나올 수도 있고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방해가 된다고 본다. 과거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도 이런 모임이 있었는데 결국 당의 분열로 이어져서 정권연장 실패로 이어진 예가 많고 당의 몰락으로 가게 된 예가 많다”며 “자칫하면 당 분열로 이어질 수 있기에 만약 그런 의도가 있는 모임이라면 제가 원내내표로서 앞장서서 막겠다”고 이 대표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는데, 선거에서 승리했어도 계파 논란에 휩싸여 자칫 당이 흔들릴까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 여론 지지 받으려면 민생부터? 정치권 일각서 ‘민심’ 언급 시작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좌)과 변재일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좌)과 변재일 민주당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래선지 ‘민들레’ 참여멤버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들레는 아직 출범조차 하지 않았고 의원명단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윤 정부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각종 현안에 대해 대안을 모색하고 민심을 수렴하는 것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정활동의 일환”이라고 모임 성격을 설명했고, 계파보다는 민심 수렴 등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당내 갈등에 대해선 “대통령은 국가의 대통령이지 무슨 당의 수장도 아니고”라며 거리를 뒀던 윤 대통령도 취임 후 처음으로 여당 지도부와 가진 같은 날 오찬에서 “앞으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당과 정부가 한 몸처럼 움직이자”고만 강조했을 뿐 정치적 의미엔 선을 그었으며 이 자리에 참석한 이 대표에 따르면 앞서 불거진 ‘민들레’ 등 정치 이슈 관련 이야기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정치보다는 당장 급한 민생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에 취임 한 달을 맞은 소감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나오자 “일이 중요하지 한 달 되고 백일 되고 해서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 있나”란 반응만 보였으며 전날에도 “특별한 소감 같은 건 없고 열심히 해야죠. 시급한 현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역설했고 대통령실에선 이에 대해 “시급한 현안은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대로 경제 살리고 민생 살피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대통령 뿐 아니라 새 정부 인사들 역시 마찬가지인데,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최측근 인사로 꼽혀 임명 당시부터 논란이 된 한동훈 법무부장관조차 전 정권 당시 추미애·박범계 법무부장관처럼 검찰개혁 등 민생과는 거리가 있는 정치 현안에 힘을 싣기보다 윤 대통령이 공약했던 촉법소년 연령 하향 검토를 지시하는 등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10일에도 교정 현장의 애로사항을 확인하고자 첫 현장 행보로 충북 청주에 있는 교도소와 외국인보호소를 찾았으며 검찰 조직 개편에 대해 “검수완박 입법 취지를 뒤집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정치 현안 관련 질문에도 “그렇지 않다. 취지는 일 제대로 하게 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전 장관이 폐지했으나 한 장관이 취임 즉시 부활시킨 검찰 내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에서도 상징성이 큰 ‘1호 사건’으로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을 다시 다루는 게 아니라 최근 많은 피해자들이 나와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상자산 ‘루나·테라’ 고소·고발 사건을 맡기로 하는 등 정치보다 민생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밖에 가장 중요한 ‘경제’ 측면에서도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9일 “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강화와 계층이동 사다리를 복원하고 물가와 민생 안정,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빈틈없도록 하겠다”며 추경예산 신속 집행을 공언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런 모습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이견으로 인사청문회 등 무엇 하나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공전 상태나 다름없이 멈춰 있는 정치권 상황과 확연하게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의 가장 큰 책무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이다. 민주주의가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마다 반민주주의 기득권 세력이 ‘경제 수호’의 가면을 쓰고 복귀를 노린다”며 정부여당에 견제구를 던진 뒤 “불평등을 해소하고 국민 삶을 바꾸는 민생 개혁의 성과를 더해야 단단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역사적 교훈을 마음에 새기고 실천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대권잠룡 중 한 명인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은 이미 이보다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권 상황를 겨냥한 듯 “다산 선생의 실학 정신은 계파 싸움을 뛰어넘어 민생을 돌보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정을 펴겠다는 다짐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는 ‘뼈 있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그래선지 10일 민주당 중앙위원회 의장인 변재일 의원도 “패거리 정치에 빠져 있다 보니 국민들은 우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 ‘민생 우려’ 지적엔 책임 공방 뿐…원 구성은 아직도 ‘지지부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좌)와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좌)와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변 의원은 “현행 정강정책은 급속하게 변하는 정치, 경제 질서에 적절한가. 국민소득 3만5천불 시대에 국민 요구와 기대에 충족하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국민의힘에선 민생 관련 행보보다 당내 계파 갈등에 휩싸인 민주당 상황을 공세 고리로 삼으려는 듯 당장 화물연대 파업 사태부터 민주당 책임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권 원내대표는 10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올해 초 여당일 때 손놓고 있다가 정권이 바뀌자 안전운임제 법제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국회 보고만 기다리고 있는데 국회 원 구성이 늦어진 이후로 보고가 지체되고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으며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관련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은 지난해 3월 상정됐는데 당시 국토위원장이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다. 법 추진만 해놓고 개정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라고 민주당에 맹공을 퍼부었다.

아울러 성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민생의 어려움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파업 해결에 도움이 되는 방향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신속하게 원 구성을 해 법안을 논의하는 게 시급하다”며 원 구성 문제와 연계시켜 민주당을 압박했는데, 이에 민주당에선 박홍근 원내대표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소속 국토위 교통법안소위원장의 소극적 태도로 법안 심사가 안 된 것을 야당 탓하고 있다. 여당 됐음에도 야당 탓하면서 문제 해결에 어떤 답도 안 하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고 반박에 나섰다.

다만 전날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유지를 위해 국회에 요청한 원포인트 원 구성은 여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 박 원내대표는 “어제 간담회에서 약속한대로 TF와 화물연대 간 실무협의 기구를 가동하고 있다”면서도 원 구성 협상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어 과연 언제까지 정치권의 주도권 싸움으로 민생 현안이 매듭지어지지 못하게 되는 것인지 갑갑하게 국민들의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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