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방선거까지 끝나면서 정치권에선 후반기 원 구성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는데, 국민의힘에선 후반기 국회 때 법제사법위원장직을 양보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며 더불어민주당에 촉구한 반면 민주당에선 전반기 때와 마찬가지로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계속 독식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양당 간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권성동 원내대표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원내 1, 2교섭단체가 교차해서 맡도록 한 협치 정신을 짓밟고 모두 독식한 결과 국민 심판을 받았다.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한 약속은 여야 합의 이전에 민주당이 쓴 반성문이었는데 선거에서 졌다고 반성문을 스스로 찢는 것은 국민 무시·오기 정치”라며 “민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다. 법사위원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국회의장을 포기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촌각을 다투는 민생위기에서 여야가 폭탄 돌리기만 해선 안 된다. 민주당만 협조하면 원 구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으니 당장 오늘이라도 여야 원내지도부가 만나 원 구성 협상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으며 같은 당 이채익 의원도 “거대야당 독주가 아닌, 견제와 균형으로 후반기 국회는 일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부디 민주당은 이번 주 안으로 원 구성 협상에 나서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 의원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겨냥 “전임자가 합의한 내용이므로 판을 뒤집자고 하는데 내가 사는 전셋집 주인이 바뀌었다고 전세 계약을 다시 맺느냐. 약속을 지키고 신의의 정치를 실천해 달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같은 당 강기윤 의원도 “여야 합의도 무시한 채 몽니 부리느라 국회 공전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원 구성을 하루 속히 마무리해 윤석열 정부가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게 협치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민주당에 주문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원내 1당으로서 책무를 이행하고 어려운 민생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인사청문회와 추가경정예산 정국에 대승적으로 협력해왔다. 후반기 원 구성은 국민의힘의 발목잡기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장이 없는 상태에서 원 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국회는 국무위원 등 인사청문회도 열지 못하고 있다”고 국민의힘을 탓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원내대표는 “국가 안위를 위해 대통령의 공백이 없도록 하는 것처럼 입법부 수장의 공백은 국가 시스템 운영의 중지와 혼선을 의미한다. 국회의장만큼은 정략적 접근을 떠나 신속히 선출해야 한다”며 “역대 모든 의장은 원내 1당 또는 연합 다수당이 맡아와 앞으로도 헌정사에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는 원칙이자 상식, 관례인데 국민의힘이 어깃장을 놓고 있다. 아무리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입법부까지 점령군처럼 행사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에서 당초 요구하고 있는 법사위원장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은 채 마치 국민의힘에서 의장직을 달라고 해 원 구성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모양새인데, “국민의힘은 그동안 원만한 국회 운영과 여야 협치를 위해 어떤 성의라도 보여준 게 있는가. 국회의장단을 우선 구성하고 원 구성 협상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회 개혁과 혁신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며 “국민의힘이 계속 국회법마저 어기면서 의장 선출을 거부한다면 이는 또다시 명백한 결격사유의 후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사 청문을 기피하려는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 오늘이라도 당장 의장 선출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