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흉기사건 관련, 文 '여경·남경 문제 아닌 기본자세의 문제'
문제제기 나선 조은산 "기본자세 문제라고? 결과적으로 틀린 것"
"문 대통령은 방관자, 사건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치안 현실과 변형된 페미니즘 폐해 여실히 보여준 것"
국민청원, 청원인 "경찰이 범인...국가기관 경찰 문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1일 경찰 부실대응을 비판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시사포커스DB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21일 경찰 부실대응을 비판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시무 7조' 상소문을 올려 유명해진 온라인 논객 '진인' 조은산씨가 경찰의 인천 흉기사건 부실 대응 논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여경·남경 문제가 아닌 경찰의 기본자세 문제'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그의 말은 결과적으로 틀린 것"이라면서 문 대통령을 "이제 그는 방관자"라고 비판했다.

조은산씨는 전날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똥개의 기본자세'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며 문 대통령을 향해 "국민이 바라는 건, '여경·남경의 문제가 아니'라며 '기본자세의 문제'라는, 그토록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 애쓰는 대통령의 상투적인 어법이 아니다"며 "국민은 지금 책임 있는 자에 의한 실질적인 해결을 바라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 괜한 논란에 휘말려 지지율이나 잃진 않을까, 정권 재창출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정치인으로서 노심초사하는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문 대통령은) 논란의 단초가 된 이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한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은산씨는 "국가 최고 지도자가 수도권 인근에서 벌어진 하나의 형사 사건에 대해 면밀히 파악하고 분석할 이유는 없지만, 이와 관련해 결국 여경 남경의 문제가 아닌 기본자세의 문제라는 결론밖에 도출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앞으로도 국민이 계속 죽어 나가는 것을 방관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비판을 이어 나갔다.

그는 해당 사건에 대해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치안 현실과 정치적 논리에 의해 변형된 페미니즘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문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조은산씨는 "여경·남경의 문제가 아니라는 그의 말은 차치하고, 그렇다면 경찰관으로서의 기본자세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먼저 말할 것은 대한민국의 치안 환경은 여성과 남성이 가진 신체적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원시적이고 후진적이라는 사실에 있다. 칼을 든 범죄자와 무고한 시민, 그리고 출동 경찰관 중 누군가가 꼭 죽어야 한다면, 이 사회는 언제나 그것이 시민이거나 혹은 경찰관일 것을 강요해 왔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권에 소름 끼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해온 진보 진영은 쌍팔년도 민주화 운동 시절의 백골단과 이근안 경감의 환영을 2021년의 선진 경찰에게도 투영해왔고, 그것은 공권력의 약화가 아닌 소멸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선택의 자유는 언제나 '누구를 어떻게 죽일까'를 고민하는 살인자의 몫이었고, '살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시민 혹은 '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경찰관의 몫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나라는 죽어 나가는 국민과 순직 경찰관은 그토록 많은데, 정작 죽어야 할 범죄자는 절대 죽지 않는 기이한 나라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은산씨는 "그러므로 불시에 흉기를 마주한 상황에서 '경찰도 사람이다'는 논리는 진부하다"며 "사실 한국 경찰은 똥개다. 입마개를 쓰고 발싸개를 찬 채, 강제로 투견장에 내몰려 도사견을 상대해야 하는 그 똥개에게 '기본자세'란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그는 "그 기본자세라는 것이 제2차 세계대전 말, 일제의 '가미카제'식의 육탄 돌격을 뜻한다면 이제 와 비로소 성별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대다수 여성은 남성보다 육체적으로 체력적으로 결코 우월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내게도 묻지 말고 페미니스트에게도 묻지 말라. 인간을 창조한 조물주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고 꼬집기도 했다.

조은산씨는 "나는 수 개의 칼날이 번뜩이는 불문율의 상황에서 나를 위한 단 한 대의 순찰차가 눈앞에 보인다면, 그 안에서 좀 더 체력적으로 월등하고 좀 더 큰 체격으로 나를 보호해줄 수 있는 남경 2명이 내리길 바랄 수밖에 없다"면서 "내가 아닌 다른 국민은 어떨까"라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달아오른 시국은 결국 분노를 요구하고 있다. '여경이 빤쓰런했다'는 식의 마녀사냥으로 방향을 설정한 여론은 이제 '모두를 파면하라'는 식의 양비론으로 선회한 듯하다"면서 "책상머리에 앉아 먹물을 갈던 일부 법조계와 정치권은 이 사건를 두고 수사권 조정에 도취해 본분을 망각하게 된 결과라는 말을 제멋대로 지껄인다. 그러나 그들을 비롯한 우리의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은 왜 아무도 시보 6개월 차에 불과한 여순경이 일회성 장비에 불과한 테이저건을 차고, 그것도 두꺼운 외투를 입기 시작한 겨울의 초입에, 20여 년의 경찰 생활을 통해 권총을 절대 뽑지도 말고 쏘지도 말아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은 선배 경찰과 함께 칼 든 자를 마주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선 분노하지 않는지 나는 결코 알 수 없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경찰상은 분명 아닐 텐데 말이다"고 한탄했다.

조은산씨는 "대통령은 결국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정국 주도하에 이루어진 남녀평등 선발 기준에 대한 모호함도, 성별 갈등 논쟁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이 나라의 정치적 치안 현실에서도, 그는 제 입장에 충실한 몇 마디 말들만 남긴 채 휴대폰의 뉴스 화면 뒤로 사라지고 말았다"며 "페미니즘으로 흥한 자, 페미니즘으로 대신 죽어가는 국민 뒤에 숨어 안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는 "내가 어떤 현상에 대해, 또는 누군가를 향해 기필코 분노해야 한다면, 나는 그 분노를 '빤쓰런'한 애송이 신참 경찰관을 위해 허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는 그 애송이가 슈퍼맨이, 혹은 원더우먼이 되지 못하게 '인권'이라는 입마개와 '억대 소송과 감찰 조사'라는 발싸개로 꽁꽁 묶어버린 어느 정치 집단과 지도자를 향해, 내 마음 속 분노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지난 22일 문 대통령은 인천 흉기사건 부실 대응 논란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하면서도 해당 사건이 '여경 무용론'으로 논란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수습 차원에서 "경찰의 기본자세 문제"라고 정리했었다. 이 사건은 지난 15일 인천 남동구의 한 빌라에서 벌어진 사건인데, 당시 현장에서는 두 명의 경찰관이 출동했었는데 신참의 여성 경찰관은 흉기가 휘둘러지는 상황에서 구조 요청을 이유로 현장을 이탈했고,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남성 경찰관도 마찬가지로 현장에 올라 가다 말고 건물 밖으로 나온 정황이 밝혀지며 부실대응 논란이 일게 됐다. 그리고 현재 해당 경찰관과 함께 논현경찰서장도 현재 직위해제된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편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오는 29일부터 지난해와 올해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한 신인 순경 1만명을 대상으로 테이저건·권총 사격과 체포술 등 물리력 행사 훈련과 직업윤리에 대해 재교육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김창룡 경찰청장은 전날 전국 경찰서에 서한을 보내며 "'어떤 순간에도 경찰이 지켜줄 것이다'란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엄중한 위기 상황"이라면서 "개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힘껏 보호할 것"이라며 "국민 위협 행위에 물리력을 과감히 행사하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찰의 부실대응 논란에 대해 쉽게 끝날 사안이 아니라고 보면서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는데, 현재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일 보도중인 '층간소음 살인미수사건' 경찰대응문제로 인천 **경찰서를 고발합니다. 이건은 층간소음 문제가 아닙니다(가족 입장)>라는 제목으로 지난 21일 올라 온 게시글에 현재(11시 기준) 24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인은 "경찰이 범인이라고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이 상황"이라며 "이 사건은 살인미수범보다 경찰이 사건 만들고 키우고 마무리는 회유로 덮으려고 한 있을 수 없는 국가기관 경찰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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