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광주 방문 예고에 이용섭 “정치쇼 무대 내줄 생각 없다”…洪측 “尹, 취소가 예의”

(좌측부터) 이용섭 광주시장, 지난 7월17일 광주5.18민주묘지를 찾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용섭 광주시장, 지난 7월17일 광주5.18민주묘지를 찾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전두환 발언’과 ‘개 사과’ 논란으로 연이어 자충수를 놓으면서 위기에 몰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광주 방문을 통해 반전을 노리는 모양새지만 호남 민심이 들끓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尹측 “마지막 토론회 끝나면 광주 가서 호남인들에 사과할 것”

윤 전 총장 대선캠프 대외협력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은 지난 25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마지막 토론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광주로 가서 전두환 옹호로 오해될 수 있는 말을 한 것에 대해 광주 시민들, 호남 국민들께 사과하겠다”며 “광주 5·18민주화 정신과 함께 하고 있다는 부분을 거듭 말씀드리려 한다”고 윤 전 총장의 광주행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민심이 수습될 것 같느냐’는 질의엔 “수습이 될지 안 될지는 저희도 모른다. 국민들이 혼내시는 대로 혼이 나야 하고 윤 전 총장의 생각과 진심은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캠프가 잘못 운영되고 있단 지적에 대해서도 “저희도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 후보로 선출되고 나면 본선 캠프로 재편돼야 하는데 윤 전 총장도 아마 캠프 재편을 머릿속에 구상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윤 전 총장 스스로도 지난 23일 울산시당 사무실 개소식 참석 후 기자간담회에서 “본의 아니게 국민들께 상처를 드리게 돼 죄송하다. 11월 초 광주로 가서 상처 있는 분들을 위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5일 대전 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도 “제가 전두환씨의 그런 정치인으로서의 행적 전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두환) 이름 석자만 들어도 힘들어하실 그럴 분들의 입장을 생각 못한 불찰에 대해 깊이 사과드렸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그가 사태 초기 반박과 해명으로 일관해오던 모습을 더 이상 고수하지 않고 자세를 낮춘 데에는 최근 대선 지지율에까지 여파를 미칠 정도로 심상찮은 호남 민심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실제로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지난 22~23일 전국 유권자 1002명에게 실시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예측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광주·전남·북 지역의 경우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과의 격차가 지난주만 해도 11.4%P였지만 ‘개 사과’ 파문까지 일어난 이후인 이번 조사에선 홍 의원 44.3%, 윤 전 총장 13.2%로 그 격차가 31.1%P까지 벌어졌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 대선 예측도에서 홍 의원과 달리 윤 전 총장은 34.8%로 한 주 만에 급락했는데, 내달 5일 최종후보 선출을 앞두고 판세를 흔들까 우려한 듯 당초 경선 이후 광주를 찾겠다던 계획에서 더 일정을 앞당겨 고광희 윤 전 총장 캠프 호남 총괄위원장은 “윤 후보가 11월3일 국립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전두환 발언에 대해 호남인들에게 사과한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광주시장부터 호남 교수들까지 “尹 방문 반대” 한 목소리

문제는 정작 광주 유권자들은 이미 돌아선 분위기에다 광주시장부터 지역 교수들까지 한 목소리로 윤 전 총장의 광주 방문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줄줄이 내놓고 있어 일방적으로 일정을 강행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까지 열고 “150만 광주시민은 윤 후보의 이번 광주 방문을 강력히 반대한다. 반성 없는 광주 방문은 오월 가족을 비롯한 광주시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분노케 할 뿐”이라고 목소시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윤 후보는 광주 방문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 윤 후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오월광주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광주시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며 “그런 후에 광주를 방문해 오월영령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한다면 광주시민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문했는데, 한 발 더 나아가 ‘윤석열 망언 규탄을 위한 호남지역 518명 교수모임’은 같은 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예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윤석열은 부산에 가서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집권해, 언론통폐합 이후 삼청교육대 운영과 대학생 강제징집에 의한 녹화사업 등으로 반민주적 인권탄압을 자행해온 독재정권의 대명사 전두환을 따라 배우겠다는 망언으로 자신의 역사관과 정치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많다’는 몰상식하고 불쾌한 발언도 했다. 여기에 다시 한 번 ‘개 사과’로 호남인을 개보다 못한 사람으로 조롱한 것”이라며 “국민의힘 내부의 ‘정권교체만 된다면 반동적 역사관과 반민주적 정치관에 찌든 윤석열이라도 좋다’는 식의 흐름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국민의힘에도 경고했다.

여기에 전 전 대통령 고향인 합천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전두환적폐청산경남운동본부)준)와 생명의숲되찾기합천군민운동본부 등 경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까지 이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 데 이어 옛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오월단체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은 얄팍한 역사관과 천박한 정치철학으로 전두환을 옹호하는 발언을 떳떳하게 내뱉었다. 국민의힘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전두환을 공적으로 옹호·찬양하는 것은 당 입장에 위배된다는 걸 소속 정치인들에게 주지하고 모든 공직선거 후보의 공천 기준으로 삼으라”고 재차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이미 수차례 윤 전 총장의 해당 발언에 대해 ‘선 긋기’에 나섰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2일 ‘개 사과’ 등 SNS 관리 문제점을 꼬집어 윤 전 총장 캠프 개편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이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윤 전 총장을 사실상 국민의힘 대선후보에서 내치라는 압박까지 가하는 셈인데, 이런 상황을 의식했는지 26일 국민의힘 대선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 여론조사 방식을 윤 전 총장이 주장한 ‘가상 양자대결’이 아니라 홍 의원이 주장한 ‘4지선다’에 가까운 방식으로 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 여야 막론하고 尹 ‘광주 방문 계획’ 일침…‘국면 전환’ 미지수

한편 정치권에서도 ‘전두환 발언’과 ‘개 사과’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윤 전 총장의 광주 방문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이용빈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어떤 것도 저들의 공격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더 경계하고 단련하겠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윤 전 총장이 책임당원들에게 보냈다는 일부 언론보도 내용을 들어 “송구하다며 잘못을 구하는 척하다가 자기 편 앞에선 마치 희생양이 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무엇이 잘못인지 여전히 모르는 태도”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대변인은 “광주 방문 예고 정도로 스스로 면죄부를 주겠다는 계산이었다면 결과적으로 광주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을 우습게 봤다고밖에 볼 수 없다. 광주 방문을 자신의 죗값에 대한 알리바이로 삼지 말라”며 “말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이라고 지금까지 해왔던 윤 후보의 거짓말과 망언들이 실수가 아니라 윤 후보의 그릇 그 자체였던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윤 전 총장과 당내 경쟁 중인 홍 의원 측에서도 26일 여명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광주를 찾아가겠다는 의도가 뭐겠나. 5·18묘역에서 분노한 광주시민들의 뭇매를 받고, 영남지역민들과 보수우파를 향해 ‘진보에게 탄압 받는 제1야당 대선후보’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1991년 한국외대를 방문해 한총련 학생들에 밀가루 테러를 받아내고 ‘과격 폭력운동권’으로 여론을 발전시킨 정원식 총리 사건이 연상된다. 갈라치기이자 여론 호도”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여 대변인은 윤 전 총장을 향해 “호남지역을 향한 털끝만큼의 진심이 남아있다면 ‘광주 방문쇼’는 취소하는 게 맞다. 윤 후보는 다시 국민과 당원, 그리고 호남에게 진심어린 사과에 나서라. 그 이전엔 호남에 발을 붙이지 않는 게 예의이자 진정한 사죄 방식”이라고 주문했는데,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의 광주 방문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최종 후보 선출일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 과연 기대한 만큼의 여론 반전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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