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윤미향 논란엔 “굴복해선 안 돼”…상임위 배분에선 “민주당이 위원장 전부 가져야”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안을 표결 처리 중인 모습. ⓒ포토포커스DB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안을 표결 처리 중인 모습.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15총선 승리로 전체 의석의 2/3 가까이 차지하게 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가 열리기 전부터 제1야당을 거세게 압박하면서 일방 독주 의사를 내비치기 시작해 20대와 마찬가지로 협치는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 與 지도부, 정의연 논란 ‘침묵’서 ‘엄호’로…한명숙 사건까지 꺼내

그동안 윤미향과 정의기억연대 관련 논란에도 줄곧 신중론을 펴면서 관망세를 취하던 민주당 지도부가 갑자기 당내 일부 의원들처럼 정의연 측을 엄호하는 듯한 목소리를 높이며 대대적으로 역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는 정도의 신중한 입장을 내놓은 데 이어 윤 당선인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제각기 쏟아내던 개별 의원들을 향해서도 지난 22일 비공개 최고위에서 ‘개별적 의견을 분출 말라’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려는 듯한 이해찬 대표가 27일 최고위에선 “신상털기식 의혹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역설해 이전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대표가 “잘못이 있으면 고치고 책임져야 한다”라고 덧붙이기는 했지만 같은 당 지도부 일원인 김해영 최고위원조차 이 자리에서 “당에서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당 차원의 신속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상황임에도 이 대표는 “30년을 활동하면서 잘못도 있고 부족함도 있을 수 있다”거나 “30여년 활동이 정쟁 대상이나 우파들의 악용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해 이번 사안을 보는 이 대표와 김 최고위원 간 시각차를 분명히 드러냈다.

여기에 이 대표 외에도 박광온, 이형석, 남인순 최고위원까지 검찰의 영장 집행이나 일본 언론보도 행태 등 이번 사안의 본질과 직접적 연관성이 낮은 부분만 지적하면서 한 목소리로 지원사격에 나섰는데, 급기야 같은 당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27일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이 악화될 때마다 다 잘라낼 수 없지 않나. 당에 부담되지만 같은 당 동지”라며 “이용수 할머니 분노를 유발한 동기는 ‘네가 나를 정치 못하게 하더니 네가 하느냐’인데 이건 해결이 안 된다. 할머니가 화났다고 사퇴시킬 수 없지 않나”라고 반문하기에 이르렀다.

한 발 더 나아가 미래통합당이 윤 당선인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검토 가능성을 내비치자 오히려 민주당에선 10년 전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까지 꺼내 설훈 최고위원이 27일 최고위 회의에서 “검찰의 권력 남용이 있었는지 재조사할 필요성이 상당하다”며 검찰 압박에 나선 데 이어 같은 날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국가권력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것이면 국정조사도 가능하다. 문제의 본질은 수사과정에서 한만호 씨에 대해 검찰이 증언 조작했단 의혹이 제기된 것”이라고 역공에 나서고 있다.

이렇듯 앞서 윤 당선인에 대한 ‘의혹’만으로 정쟁화해선 안 된다면서 신중론을 폈던 여당이 정작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 대해선 일부 의혹보도만으로 공세에 나선 모양새인데, 다만 한씨 진술 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에선 “객관적 사실관계에 배치되는 명백한 허위 주장”이라고 반박했으며 통합당에선 조해진 의원이 27일 김종민 의원과 함께 출연한 라디오방송에서 문재인 정부 당시의 적폐수사도 포함해야 된다고 응수해 어느 쪽이든 진상규명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 與, 상임위 배분도 “18석 다 가져야”…野 “국회 뒤엎자는 거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포토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시사포커스DB

하지만 객관적 사실관계 규명에 따라 희비가 갈리기 어려운 원 구성 문제 등 당장 직면한 21대 국회 개원 현안과 관련해서도 여당은 윤미향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강공으로 나오고 있는데, 핵심인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선 아예 민주당이 다 가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27일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12대까지 대한민국 국회는 다수 지배 국회였다. 현재 여야 의석은 단순 과반이 아니라 절대 과반”이라며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하라는 국민의 뜻이다.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가지고 야당과 협상할 일이 아니라 절대 과반인 민주당이 전석을 가지고 책임 있게 운영하란 뜻”이라고 강조한 뒤 이 대표 지도부에서도 이 같이 당부했다고 전했다.

불과 하루 전인 26일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가 원 구성 관련 첫 원내대표 회동을 가졌던 데다 김성원 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회동 내용과 관련해 “상임위원장 정수는 11대 7로 정해졌다”고 브리핑 했던 만큼 여당 지도부에서 18석 모두 가져가겠다는 발언이 나온 것은 단순히 윤미향 논란 등 일개 사안 뿐 아니라 새 국회에선 다수당 위치를 이용한 일방통행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협상 파트너인 김 원내대표는 전날 “제일 중요한 것은 일하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통합당 측을 압박한 데 이어 27일 당선인 워크숍에선 “체계자구심사권을 남용해 다른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진 법안을 발목 잡는 게 정부 견제일 순 없다. 법사위 폐단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통합당에 촉구했다.

물론 앞서 통합당에서도 이인제 전 의원이 “한 석이라도 많은 다수당이 책임지고 국회를 운영해야 책임정치가 가능하다. 이번에 여당인 민주당이 자리도 다 갖고 책임도 다 지도록 하는 게 옳은 길”이라고 주장하거나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이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 등 핵심 상임위원장을 갖지 못하게 될 경우를 전제로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차라리 모든 상임위원장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밝힌 바 있으나 대체로 통합당에선 주 원내대표부터 “국회는 기본적으로 행정부 견제 역할”이라며 여당에 양보를 요청했다는 점에서 당장 격앙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27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과의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원장 18석을 다 가져가겠다’는 여당 측 주장에 대해 “국회가 뭐 때문에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소신에 따른 자유투표도 허용 안 되는 상황에서 당론으로 결정되는데 100%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국회는 행정부 견제가 먼저지 여당이라고 행정부를 무조건 ‘오케이, 통과’ 이래가지고는 헌법체계, 삼권분립 질서가 깨진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통합당 배현진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오후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177석 거대여당의 인해전술 의회 독주가 아닌 건전하고 상식적인 의회 협치로 국민들께 21대 국회 첫 선을 보여야 한다”며 “협상전략인지 오만의 발로인지 알 수 없으나 21대 국회의 시작을 국민들이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해 서둘거나 으름장을 놓는 인상은 새 국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 갑작스러운 민주당의 강공, ‘주도권 잡기’ 의도일까 ‘인해전술’일까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개원 논의를 위한 첫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에서 개원 논의를 위한 첫 원내대표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 김민규 기자

이처럼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강공에 대해 통합당에선 법사위와 예결위 등 핵심 상임위를 자당에서 고집하고 있는 데 대한 압박 전략으로 보기도 하는데, 통합당조차 과거 2008년 7월 한나라당 시절 홍준표 당시 원내대표가 민주당과의 원 구성 협상 중 “이달 말까지 협상해도 안 되면 국회법 48조에 따라 의장 중재로 상임위원을 구성하고 본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로 상임위원장을 뽑을 수밖에 없다”며 야당을 압박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 역시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지난 11일 통합당과 미래한국당 간 합당이 지지부진한 점을 꼬집어 “만약 (합당하지 않아 미래한국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돼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며 “상임위 배정에서도 배제하겠다는 것”이라고 ‘수적 우세’를 무기로 이미 통합당을 압박했던 전력이 있어 이런 해석도 나오는 것인데, 다만 국회법 41조에 의거 본회의 표결에 붙일 경우 이론상으로는 민주당이 177석의 의석을 바탕으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갈 수도 있는 만큼 단순한 으름장이 아닌 ‘인해전술’에 나섰다는 시선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이렇게 될 경우 어느 법안이든 당정청이 원하는 대로 신속히 처리 가능해지지만 야당은 유명무실화된다는 점에서 만에 하나 ‘역풍’이 불었을 땐 야당은 큰 반사이익을 얻는 데 반해 여당과 정부는 변명의 여지없이 그대로 후폭풍을 맞게 되고, 자칫 정권까지 빼앗겨 야당으로 전락하게 되면 이제 여당이 된 통합당의 독주를 막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민주당으로서도 무작정 감행하기엔 리스크가 상당하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의 이 같은 강공은 ‘책임’까지 덩달아 커지는 상임위원장 독식보다는 현재 통합당이 차지하고 있는 법사위·예결위원장직 등 핵심 상임위원장을 가져오려는 야권 압박이거나 최소한 법사위원장 권한을 약화시키겠다는 전략적 계산이란 해석이 적지 않은데, 만일 ‘게이트 키퍼’인 법사위까지 여당이 차지한 채 비중요 상임위의 위원장만 야당에 배분한 형태로 새 국회가 열리면 야당도 동참해 쟁점법안들을 처리한 듯한 외형만 취하고, 여론의 비판이 나올 땐 여야 동반 책임으로 ‘물타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는 이 같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면 앞서 거론한 윤 당선인 논란과 관련해선 리얼미터가 26일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윤 당선인 거취 국민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 응답률 5.5%)에서 보듯 이미 사퇴 찬성 비율이 70.4%로 압도적이고 여당 지지층에서마저 과반인 51.2%로 나와 민주당이 ‘주도권 잡기’ 등의 전략적 차원보다는 ‘벼랑 끝’으로 몰린 끝에 나온 피치 못한 반응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이러다 총선 압승 이후 자신감에 넘쳐 독주하던 끝에 줄줄이 선거 참패하고 정권을 빼앗겼던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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