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시행보다 문제 본질 분석이 먼저…동종·유사 범죄 근절될지 의문”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인터넷 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불법편집물(딥페이크물), 아동·청소년이용성착취물에 대한 유통방지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국회 법사위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 조만간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이에 사단법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벤처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 인터넷업계는 “플랫폼 규제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사회전체적으로 득보다 실이 훨씬 더 많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학계·법률전문가, 언론, 스타트업, 벤처기업 단체 등 기업, 시민사회 단체, 일반 국민들이 많은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와 정부는 일방적으로 부가통신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이용자의 편익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법률을 통과시켰다”며 “과거의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이번 관련 입법에 있어서도 국회와 정부는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와 회원사들은 ▲n번방 사건과 같이 인터넷상에서 발생하는 범죄행위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범죄행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인터넷을 이용한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인터넷 기업들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실제로 피해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는 점에는 적극 공감해왔다.

그러나 n번방 사건과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법안들의 시행으로 동종·유사 범죄가 근절될지에 대한 의문은 해소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입법과정도 문제 삼았다. 국회 과방위와 법사위 법안심사 과정에서도 각 법률 개정안들이 법률에 규정해야 할 중요한 내용을 시행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등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맞지 않음을 지적했다.

많은 단체에서도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를 거쳐달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n번방 재발방지 대책’, ‘해외 CP 규제를 통한 국내·외 사업자간 차별해소’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에만 집중한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입법은 신중해야 하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영역에서조차 행정부의 시행령에 포괄적인 권한을 주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우리는 우리나라의 현재 입법관행이 보다 정밀하고 전문적이며 신중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재차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정부가 입법과정에서 밝힌 내용에 따라 시행령 등이 준비되는지 확인하고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며 “개정안이 인터넷산업과 이용자인 국민에게 끼치게 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여 기업과 이용자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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