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비대위 여부 놓고 찬반 갑론을박…열린민주당, 최강욱 비대위원장 임명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좌), 열린민주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최강욱 당선인(우). 사진 / 오훈 기자(좌), ⓒ뉴시스(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좌), 열린민주당의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된 최강욱 당선인(우). 사진 / 오훈 기자(좌), ⓒ뉴시스(우)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 이후 야권에선 교섭단체 구성 여부와 새 지도부 구성 등을 주요 논제로 삼아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현재 정치권에서 비대위 체제가 거론되는 곳은 미래통합당과 열린민주당인데, 통합당은 일단 비대위 여부를 놓고도 여전히 찬반 논의 중이고 열린민주당은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이미 시작해 ‘비대위’가 총선 패배한 야권에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통합당, ‘새 지도부 구성’ 한시 급한데…김종인 비대위 놓고 격론

일단 비대위 관련해 현재 가장 주목 받는 곳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인데, 가장 유력한 인사로 꼽혔던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대위원장에 맡길지 여부를 넘어 아예 비대위 체제 여부를 놓고도 찬반 의견이 나올 만큼 백가쟁명식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조경태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모두 낙선한 현 지도부에선 차기 지도부를 비대위로 하는 데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는데, 심재철 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은 20일 비공개 최고위 직후 “최고위원 대다수가 신속하게 비대위 체제로 넘어가는 게 낫겠다고 의견을 수렴했다”고 회의 결과를 전했다.

다만 지도부 내 유일한 당선자인 조 최고위원이 그간 조기 전당대회론에 힘을 실어왔지만 그 역시 비대위를 아예 반대한다기보다 비대위 성격에 방점을 두고 있어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비쳐지는데, 김 전 위원장에 맡길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지도부에서도 엇갈리는지 심 권한대행은 “단칼에 무 자르듯 (누구라고) 얘기하기 곤란하다. 누구든 비대위원장을 할 수 있다”며 의원총회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실제로 당 내부에선 비대위원장을 김 위원장이 맡을지 여부를 놓고 각자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정진석 의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위기관리에 뛰어나고 탁월한 지도력을 갖추고 계신 분”이라며 김 위원장에 힘을 실어준 반면 똑같이 충청지역에서 당선된 김태흠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툭하면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나? 정당 구성원 내부에서 지도부를 구성하고 지도부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한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우) [사진 /오훈 기자]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한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 권한대행(우) [사진 /오훈 기자]

특히 김 의원은 심 권한대행 등 현 지도부까지 겨냥 “당의 중요한 미래가 걸린 사안을 당내 논의 없이 결정하고 심 대행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 전 위원장을 만난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총선에 실패한 심 대행이 당의 중요한 미래가 걸린 사안을 당내 논의 없이 결정하고 외부인사에게 당을 맡아 달라고 하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도 벗어나고 무책임한 월권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여기에 같은 날 조 최고위원 역시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서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았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이 나오니 많은 당원들이 원한다면 그런 쪽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면서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 자립심을 길러야 하지 않느냐 표현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비대위 성격은 총선에 대한 결과에 대해 수습하는 차원에서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덧붙여 사실상 김 위원장 체제에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해석됐다.

이는 김 위원장 측이 활동기간을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 보장하고 전권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조기 전대론 자체가 김 위원장 비대위를 거부한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인데, 한층 분명히 하려는 듯 조 최고위원은 20일 최고위 참석 도중 김 위원장 비대위 체제가 꾸려진다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6개월이든 1년이든 가는 것은 비대위란 어휘에 맞지 않는 게 아니냐”라며 일축하는 반응을 보였다.

◆ 일각선 당 해체 주장까지…의총선 결론 안 나 당선인 의중이 변수

반대로 김영환 최고위원은 같은 날 오전 최고위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전권을 줘야 하고 시기에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 리더십 갖고 대국민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은 김종인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조 최고위원과 대조를 이뤘는데, 이런 와중에 급기야 비대위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당 해체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세연 통합당 의원이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좀 더 빠른 속도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대책은 당 해체”라며 ‘1980년대생, 30대, 00학번’을 위주로 한 830 세대의 대두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그러면서도 김 의원 역시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김종인 비대위가 최선”이라며 “당선자 위주로 구성되는 새 지도부보다 비대위로 간다면 좀 더 안정적인 운영 기간이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차선책으론 김종인 비대위에 무게를 두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에 김재원 정책위의장조차 같은 날 “전당대회를 위해 비대위를 구성하는 건 필요 없다고 본다. 당 쇄신을 진행할 수 있는 비대위가 필요한 것”이라며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 쪽에 손을 들어줬는데, 정작 이 문제를 결론 내기 위해 열린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선 오로지 당의 향후 진로 문제만 놓고 의견을 나눴음에도 회의 직후 심 권한대행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은 거의 없었고 김종인의 ‘김’자도 딱 한 번 나왔다. 조기 전대로 갈 것인가, 비대위로 갈 것인가에 대해서만 얘기했다”고 전해 오히려 최고위 결론보다 후퇴됐음을 보여줬다.

20일 오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비공개 의원총회가 열린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20일 오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비공개 의원총회가 열린 모습. 사진 / 오훈 기자

하지만 결정내리기 쉽진 않은 사안인 듯 통합당 소속이 아닌 당 밖 보수인사들마저 이 문제를 놓고 분열되는 양상인데, 무소속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내부에는 비대위원장 감이 없다. 김 위원장이 오면 어떨까”라고 ‘김종인 비대위’를 주장한 반면 국민통합연대의 이재오 중앙집행위원장 등은 19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총선에 책임 있는 인사는 비대위원장이 돼선 안 된다. 통합당은 자진 해산하고 중도실용 정당으로 환골탈태할 것을 권고한다”며 당 해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추대는커녕 비대위 여부를 놓고도 여전히 설왕설래하는 보수진영의 전반적 분위기에 기분이 상했는지 당사자인 김 위원장은 20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더 이상 관심이 없다. 이름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자체도 불쾌하다”면서 통합당 의총에서 비대위 문제를 결론 내지 못한 데 대해서도 “자기네들 사정이다. 관여할 필요가 뭐 있나”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선지 이날 의총 직후 박성중 의원은 “비대위로는 지금까지 여러 경험했지만 큰 결과를 얻지 못했으니 정상적으로 가자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아예 ‘김종인 비대위’보다는 전당대회 개최 쪽이 중론인 듯 주장하기도 했는데, 일단 가장 먼저 앞장서서 ‘김종인 비대위’에 반대 표명한 김태흠 의원도 “20대 국회 구성원의 의총이기 때문에 오늘 결정될 사안이 아니고 당선자 회의를 열어 미래나 진로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힌 데다 심 권한대행까지 “새 당선자들까지 해서 전체 의견을 최대한 취합해 그 의견에 따를 생각”이라고 강조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 확정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 열린민주당, 비대위원장에 ‘최강욱’ 임명…조기 전대 위한 비대위에 무게

한편 통합당이 비대위 여부를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데 반해 더불어민주당의 ‘선 긋기’에도 그간 여당의 제2비례정당임을 자처해온 열린민주당에선 3석 확보라는 초라한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총선 참패 후유증을 조속히 털겠다는 듯 곧바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천명하고 20일엔 비대위원장 임명까지 속전속결로 단행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20일 오전 최고위에서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된 최강욱 청와대 전 공직기강비서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만장일치 임명했는데, 이근식 대표를 비롯한 기존 최고위는 비대위에 전권 이양한 채 물러났고 최 비대위원장은 박홍률 사무총장과 김성회 대변인, 주진형·안원구·국령애·황희석 비례대표 후보 등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하면서 별다른 논란 없이 지도체제 전환을 마무리했다.

다만 최 비대위원장을 이날 취임 일성에서 “최선을 다해 전당대회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 당원의 열정을 조속히 정리하고 받아 안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는데, 앞서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다음달 11일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한다. 빠른 시일 내에 당의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면서 통합당에서 거론되던 ‘김종인 비대위’와 달리 조기 전대를 위한 ‘과도기’ 성격의 비대위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당초 최 위원장이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과 언론을 꼬집어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도록 갚아주겠다”고 발언하는 등 강성 기조를 분명히 띠었다는 점에서 그가 당권을 쥐게 될 경우 ‘김종인 비대위’처럼 적극 권한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갈 거라 예상됐던 데 비해 상당히 의외로 흘러간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데, 군소정당 특성상 전당대회 이후 최 위원장을 직책만 바꿔 당 대표로 내세울 가능성도 없지 않아 이 역시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관망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