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천 결과, 친문·비문 ‘갈등의 불씨’ 될 듯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박고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4·15 총선 공천이 이제 종착역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현역 의원들과 ‘친문(친 문재인 대통령)·86세대(80년대 학번·1960년대생)들의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역시나 86세대·현역친문 초강세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 시사포커스 DB]

10일 기준 민주당은 전체 253개 지역구 중 224개 지역구 경선 결과 발표, 본선에 나갈 후보자들을 확정했다. 앞으로 경합지역 일부가 남아 있지만 공천 작업이 9부 능선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공천을 보면 86세대와 친문,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경선에서 살아남거나 전략·단수공천을 받아 본선을 향해 뛰게 됐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8일 발표한 단수 공천 명단을 보면 이인영 원내대표(3선·서울 구로갑), 윤호중 사무총장(3선·경기 구리), 박광온(재선·경기 수원정)·박주민(초선·서울 은평갑) 최고위원, 김성환(초선·서울 노원병) 당대표비서실장 등 당 지도부 및 핵심 관계자가 대거 포함됐다.

또한 우원식(3선·서울 노원을)·홍영표(3선·인천 부평을)·우상호(3선·서울 서대문갑) 전 원내대표와 친문 인사인 전해철(재선·경기 안산상록갑)과 김태년(3선·경기 성남수정)·박광온(경기 수원정) 의원 등이 단수 추천 받았다.

중진 의원인 김진표(4선·경기 수원무)·송영길(4선·인천 계양을)·안민석(4선·경기 오산)·안규백(3선·서울 동대문갑)·김영주(3선·서울 영등포갑) 의원도 '금배지'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

이밖에도 박홍근(서울 중랑을)·이원욱(경기 화성을)·인재근(서울 도봉갑)·한정애(서울 강서병)·김경협(경기 부천원미갑)·신동근(인천 서구을)·송갑석(광주 서구갑)·백혜련(경기 수원을)·김영진(경기 수원병)·기동민(서울 성북을)·박용진(서울 강북을)·김영호(서울 서대문을)·김철민(경기 안산상록을)·권칠승(경기 화성병) 의원 등 재선, 초선 등 현역 의원들이 단수 추천되면서 현역 프리미엄이 재확인 됐다.

앞서 86세대를 대표하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민주당 내 86세대 쇄신론이 힘을 받았다. 당 인적쇄신을 위해 86세대가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것이지만 현역 중심의 친문·86세대 강세인 공천 결과를 보면 당 쇄신론은 물 건너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민주당의 총선 공천 심사를 보면 불출마 의원, 공천 배제(컷오프), 경선 패배 의원은 총 34명이다. 이마저도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무위원을 겸직한 국회의원 정세균(6선), 추미애(5선), 진영·박영선(4선), 김현미(3선), 유은혜(재선) 의원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교체 칼날이 무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애초 이해찬 대표가 내건 '현역 20% 교체' 목표는 그대로 실행에 옮겼지만 인적쇄신은 흐지부지 되고 있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도왔거나 청와대 출신들의 강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문재인 정부 탄생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광흥창팀 1기 멤버로 청와대에 입성했던 한병도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전북 익산을), 조한기 전 제1부속비서관(충남 서산-태안), 윤건영 전 국정기획상황실장(서울 구로을)은 경선에서 이기거나 전략공천 돼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청와대 출신 가운데 25명 중 19명이 본선에 올랐다. 고민정 전 대변인(서울 광진을)은 전략공천, 이용선 전 시민사회수석(서울 양천을), 박수현 전 대변인(충남 공주·부여·청양),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서울 강서을), 나소열 전 자치분권비서관(충남 보령·서천),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충남 아산갑), 오중기 전 행정관(경북 포항 북구), 이원택 전 행정관(전북 김제·부안)이 경합 없이 단수공천됐다.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경기 성남 중원),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서울 관악을),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서울 성북갑), 최재관 전 농어업비서관(경기 여주·양평), 허소 전 행정관(대구 달서을), 남영희 전 행정관(인천 미추홀을), 김승원 전 행정관(경기 수원갑), 박남현 전 행정관(경남 창원 마산합포) 등은 경선에서 승리해 본선행 티켓을 획득했다.

반면 비주류거나 중도 성향 중진 의원들은 대거 고배를 마시거나(이석현·이종걸·심재권·유승희·이춘석·신경민·손금주·권미혁·정은혜) 컷오프(오제세·민병두·신창현·정재호) 되면서 친문·86세대·청와대 출신들이 주류이자 실세임을 확인시켰다.

현재 스코어만 보자면 '친문'이 '비문'을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친문은 논란에도 '공천'

김정호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특히나 ‘공항 갑질’ 논란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 김정호(경남 김해을·초선) 의원은 지난달 28일 컷오프 됐지만 지난 8일 기사회생했다. 민주당이 공천관리위원회가 컷오프한 김 의원을 구제한 것이다.

김 의원은 친문핵심으로 분류되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가깝게 지내는 사이라고 알려진다.

김정호 의원은 김경수 의원과 같이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 봉하마을에 같이 따라 갔던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출신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일이 반영돼 컷오프가 철회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구 봉쇄’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홍익표(서울 중·성동갑) 전 수석대변인은 단수공천 됐으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 장소로 국회를 대관한 것이 국회 내규에 위반되는지 취재 중인 기자를 향해 “이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지”라고 한 이재정 대변인(경기 안양동안을)도 공천이 확정돼 공천 기준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친문이 아니기에 컷오프 당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컷오프된 민병두 의원은 지난 9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내가 울타리가 없으니까 이런 거 아니냐”고 반발했다.

민 의원은 “나를 복귀하라고 했고, 또 내가 사실을 인정한 적도 없고, 적격 판정을 받았다”며 “당에서는 사실 ‘컷오프 시킬 근거는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앞서 민 의원은 지난 2018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민 의원은 현재까지 성추행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한 적 없어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막말 등 논란거리를 제공한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 기준의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 되면서 친문과 비문의 갈등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계 약진…이낙연·이재명계 ‘위축’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번 공천 결과로 민주당 내 계파간 세력 판도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도 관심사다. 공천된다고 당선되는 것은 아니지만 당내 우위를 차지하는데 유리하기에 당내 계파 판도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 이번 공천에서 잠룡군에 속한 이낙연·이재명계는 상당히 위축된 반면 박원순계는 약진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의 측근들은 대다수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남재 전 국무총리(이낙연) 정무특보는 광주 서구을에서 양향자 전 문재인 대통령 후보 광주상임선대위원장과 맞붙어 고배를 마셨다. 국무총리실 출신인 문은숙 전 비서관도 경기 의정부을 경선에서 김민철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에게, 전남 목포에 출사표를 던진 우기종 전 전남부지사는 박원순계 김원이 전 서울시 정부무시장에게 패배했다. 지용호 전 총리실 정무실장의 경우 서울 동대문을이 ‘청년우선 전략선거구’로 지정되면서 공천에서 배제 됐다.

이 위원장이 국무총리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배재정 후보와 이 위원장 지역구를 이어 받은 이개호 의원은 단수공천을 받았고 이낙연계 오영훈 의원은 경선에서 살아 남았다.

이재명계는 상당히 주저 앉았다. 19대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에서 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유승희 의원은 김영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패했고 대선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지낸 이종걸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 지사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도 김병관 의원에게 발목을 잡혔고 임근재 전 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 조계원 전 경기도 정책수석은 컷오프 됐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냈던 정성호 의원과 정책 총괄 임무로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던 김영진 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았다.

박원순계는 상당수가 공천을 따냈다.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서울 용산에 전략공천을 받고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시절 캠프에서 활동했던 민병덕 변호사는 경기 안양동안갑 경선에서 현역의원 둘을 제쳤다.

김원이 전 서울시 정부무시장과 최종윤 전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 천준호 전 서울시장 비서실장, 박상혁 전 정무보좌관이 본선행 티켓 확보에 성공했다. 또한 박원순계 현역 의원 중에서는 남인순 최고위원, 박홍근·기동민 의원이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