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안철수 거부에도 연일 러브콜…안철수계 이동섭 “기득권 내려놓으면 논의 가능”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등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위원장 등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총선까지 불과 70여일 남게 되면서 그동안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이 계속되는 듯했던 보수통합도 분명히 매듭지어야 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물론 여전히 통합을 확정한다기보다 선거연대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모습도 보이지만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사이에서도 양당 갈등이 표출되던 초반과 달리 이전보다 진전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혁신통합추진위원회도 1차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통합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보수진영 일각에선 안철수 전 의원을 비롯한 중도진영도 함께 하는 대통합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인데, 신당 창당에 나선다며 일단 선을 긋고 있는 안 전 의원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안철수계 일각에선 ‘반문연대’를 기초로 한 통합 가능성도 무작정 배제하지는 않고 있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황교안·유승민 회동도 ‘초읽기’…보수통합 속도 붙나

우선 보수통합 중 실제 협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이목을 끌고 있는 쪽은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인데, 실무 협의 수준을 넘어 실질적 수장 간 대화가 될 수 있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간 회동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서 황 대표가 일찍이 유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었고, 유 위원장도 31일 당 대표단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날 계획을 분명하게 정한 것은 없지만 만약 황 대표와 만난다면 다음 주 중 만나야 하지 않겠나”라고 밝혀 통합 논의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비록 유 위원장이 “황 대표와 만나는 것은 비공개 협의가 어느 정도 끝나면 그때 가서 만나는 것”이라고 전제를 뒀다지만 “(양당 통합 관련해) 비공개로 대화하고 있는데 서로 솔직하게 궁금한 것을 모두 묻고 있다. 대화 자체는 서로 솔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한 데다 스스로 회동 일정을 다음 주로 짚었다는 점에서 적어도 내주 중 통합 논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당대당 협의 외에도 공개적으로 참여 중인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역시 다음 주 중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해 2월 중순경 신당 창당 작업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이제 어떤 형태로 가느냐의 문제일 뿐 총선 전 보수진영 정계개편이 끝내 무산된 채 각자도생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래선지 황 대표도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총선필승! 한국당 광역, 기초의원 워크숍’ 특강에서 “오라고 하는 분들 중 정말 마음에 안 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기려고 하면 똘똘 뭉쳐 싸우는 게 맞지 않나. 뜻이 같다면 우리 당 사람 뿐 아니라 옆 사람과도 손잡고 경선에서 마음 틀어진 사람과도 손잡고 해야 한다”며 통합 후 불협화음이 불거질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려는 듯 당내 인사들을 향해 거듭 당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새보수당의 하 책임대표도 같은 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혁통위 1차 대국민 보고대회에 참석해 보수통합과 관련 “막바지라고 생각한다. 황 대표가 중심을 잘 잡아줬다고 높이 평가한다”고 긍정적 반응을 내놨는데, 황 대표도 화답하듯 이 자리에서 “이번 총선에서 또 분열하면 역사에 또 한 번 큰 죄를 짓는 것으로 생각하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통합 필요성을 재차 역설했다.

◆ ‘중도 확장’ 필요한 보수진영, ‘통합 거부’한 안철수에 고민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운데)가 3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민당 창준위와의 불공정타파 간담회에서 임원진과 대화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운데)가 3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정민당 창준위와의 불공정타파 간담회에서 임원진과 대화하고 있다.

일단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 통합 논의는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지만 ‘중도 확장’이란 측면에서 꼭 필요한 안 전 의원은 여전히 혁통위의 통합 러브콜도 단호히 거부하고 있어 이제 촉박한 선거 일정상 그를 포기해야 할지, 아니면 계속 합류해달라고 호소해야 할지 보수진영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당장 한국당에선 31일에도 심재철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안 전 의원을 향해 “이미 3번의 창당과 2번의 탈당 경험이 안철수 정치의 한계를 확인시켜주고 있다. 안철수 현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라며 “자신의 미래, 한국정치의 미래를 위해 통합열차에 함께 하는 게 정답”이라고 촉구했지만 정작 황 대표는 전날 비공개 의총에서 “통합 논의가 될 수 있는 정당은 새보수당과 전진당, 둘 밖에 없다”면서 온도차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황 대표는 안 전 의원을 배제한다기보다 “창당준비위를 꾸리고 창당하기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졌다”며 “안 전 의원과 함께 하는 의원들은 통합했으면 하는 생각이 강한데 안철수가 변수다. 들어올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설득작업을 계속하기엔 총선까지 시간이 부족하다는 현실적 문제를 우선 의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황 대표가 지적했듯 안철수계인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은 3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야권 모두가 당 해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창조적으로 해체하고 혁신적 논의가 가능하다면 논의할 수 있다”며 조건부로 혁통위와 통합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안 전 대표는 지난 30일 중도·보수 통합을 추진하려는 혁통위의 러브콜에 “관심 없다. 기득권 거대 양당이 좌우 양극단에서 대립하다가 선거가 가까워져 오면 ‘중도 코스프레’를 한다”고 날선 반응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심지어 안 전 대표 측에선 지난 29일 국민의당 시절 안철수계로 꼽혔던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의 혁통위 참여에 대해서도 “안 전 대표와 연관성 두는 발언에 대해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 데 이어 31일엔 아예 안 전 대표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2월2일 정치혁신 언론인 간담회와 기자단 오찬 간담회를 열고 신당 추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독자노선 방침을 분명히 못 박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안 전 대표의 행보에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어떤 세력을 기반으로 신당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안철수 씨부터 우리공화당까지 모든 반문재인 세력은 같이 가는 게 맞고 그 형태가 통합이냐 연대냐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라며 꼭 통합이 아니더라도 대승적으로 반문연대엔 나서야 된다는 당위성을 내세웠는데, 과거 안철수계 출신으로 혁통위에 참석 중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시간이 촉박해 2월 2일 창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합류할 것”이라며 “혁통위의 (신당) 창당된 이후에도 합류 가능하다”고 안 전 대표에 문을 열어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무게를 둔 만큼 이대로는 경쟁이 불가피한데, 박형준 혁통위원장도 현 상황을 의식한 듯 31일 1차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통합신당이야말로 문 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할 유일한 범중도보수 세력”이라고 강조했으며 대회 직후에도 통합의 틀을 키워갈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넓어질 수도 있고, 좁아질 수도 있는데 이 세력이 국민에게 대안적 세력으로 정통한 세력이냐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 유승민의 ‘선거연대론’·한국당 내 ‘중소통합론’ 등 변수 남아

[사진 / 백대호 기자]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백대호 기자]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울러 안 전 대표의 합류는 차치하고 현재 통합열차의 핵심인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도 확정됐다고는 할 수 없는 실정인데, 혁통위 1차 대국민 보고대회가 열린 31일에도 황 대표가 참석한 한국당과 달리 새보수당에선 유 위원장이 아니라 하 책임대표가 참석했으며 앞서 같은 날 오전 유 위원장도 하 대표의 참석이 통합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듯 “계속 나갔던 회의에 나가는 것이지 우리 당의 결론이 어떻게 됐다고 말은 못하는 상태”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더구나 유 위원장은 양당 통합이 아니라 선거연대도 대안으로 거론한 적이 있어 아직 섣불리 양당 통합을 단언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이런 와중에 한국당에서마저 지난 30일 심재철 원내대표가 통합 문제를 논의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합에 대해선 다들 찬성하지만 지금 시기로는 대통합이 어렵지 않겠느냐, 소통합이나 중통합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분도 있었다”고 전하면서 이른바 ‘중소통합론’도 제기되고 있음을 밝혀 사정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중소통합론이란 새보수당 일부 의원들과 문병호·김영환 등 혁통위에 참여 중인 옛 안철수계 인사들, 이언주 의원의 미래를 향한 전진4.0 등이 한국당을 중심으로 통합을 이루겠다는 구상인데, 사실상 통합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유승민·안철수가 빠지더라도 외견상 반문진영 통합’이란 전시효과도 내면서 한국당을 구심점으로 둘 수 있고, 탄핵의 강을 건너는 문제를 강조하지 않기에 김문수의 자유통일당 등도 끌어들이는 외연 확장이 가능하다는 심산이다.

다만 안철수·유승민이라는 핵심인사가 빠진 피상적 통합이 국민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이기에 오히려 이 같은 형태는 자칫 정치공학적 야합으로 비쳐질 수도 있고, 새보수당 의원들이 탄핵의 강을 건너는 원칙도 확실히 못 박지 않은 가운데 유 위원장의 합류도 없이 과연 일부라도 동참할 가능성이 있을지 고려해본다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 같은 동상이몽 속에 혁통위의 박형준 위원장은 유 위원장이 언급한 선거연대엔 일찍이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은 물론 31일 1차 대국민 보고대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소-중-대 순서로 보수통합의 틀을 키워가느냐’는 단계적 통합 구상과 관련해서도 “그런 개념은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는데, 통합신당에 대해 “2월20일 전에는 무언가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야 하는 건 틀림없다”고 확언한 만큼 보수통합이나 안철수 합류 여부 등 여러 변수들이 이때까지 정리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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